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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을 보았습니다.
게시물ID : movie_228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냉소
추천 : 3
조회수 : 25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1/11 23:59:26
변호인을 봤습니다.
네, 데모하러 가면 안됩니다.
한두번 집회나간다고, 아직 팔팔하다고, 나혼자 세상 바꿀수 있다고
그렇게 생각했던 오만방자한 나는 데모하러 가면 안되는 것이였습니다.
70-80년대 사회는 그렇게 물렁물렁하지 않았습니다.
너무 무겁고 무자비해서 서로의 손을 잡지않고선 한 발짝 나아갈수가 없었습니다.
언론은 사실을 보도하지조차 않았으며, 결백을 주장하는 방청객들과 변호인을 통째로 아웃 시킬 수 있는.
그런 무자비한 폭력이 허락되는 사회였습니다.
도가니가 나오고 노리개가 나오고 소원이 나오고 변호인이 나왔습니다.
영화가, 웹툰이 군사독재 살인마 전두환을 법적인 처벌을 넘어 징벌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철도파업 현장을, 밀양 송전탑 반대 집회를 공중파 방송에서 화제로 다룹니다.
안녕하냐고 묻는 자보가 곧곧에 붙습니다. sns를 통해 실시간에 가깝게 드러납니다.
이 사회가 무섭다고, 분노한다고 키보드 몇번 치면 말할 수 있습니다.
법정에 방청객들조차 조작되고, 기자 부르는 것 조차도 힘들었던.
7-80년대의 사회보다 조금 더 물렁물렁해지고 있는 걸까요?
그때는 독서 모임이 두려워서 불온분자로 몰고, 모든 공권력을 동원해서 막았습니다.
혹여나 진실이 새어나갈까 철저하게 숨기고 은폐했습니다.

집회소식이 뉴스에 일상적으로 보도됩니다.
어떤 일이 일어났고 충돌이 생겻고 누가 연행되었다.
누군가에겐 심각한 폭력으로 다가올, 심지어 삶을 앗아갈 수 있는 내용들이.
너무도 평범하게 무덤덤하게 대중매체에 실립니다.
뉴스에 나오지 않을 일은 최소한의 신경조차 쓰지 않습니다.
한 사람의 말이, 한 사람의 행동이 가지는 힘이 거의 없어지다시피 합니다.
두 사람이 모여도 무엇을 꾸밀까, 쌓아올린 바벨탑을 전복시키진 않을까 하고
노심초사하고 두려워했던 이들이.
열명이 모여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습니다.
안전한 음식 먹을 권리를 보장하라고
정리해고 야간노동 철폐하라고
할매 할배들이 농사지으며 살고 있는 흙냄새 나는 땅에 송전탑 몇십 개 세워서 불모지로 만들지 말라고
생활임금을 보장해도 모자랄 판에 최저임금은 좀 지키자고
노동의 대가 좀 떼어먹거나 체불하지 말라고
이런 당연한 요구를 함에도.
수백 수천 수만명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와야 합니다.
여전히 눈하나 꿈쩍하지 않습니다.
연례행사처럼 전경으로 바리케이트를 치고, 당연한듯 스티로품을 녹일 정도의 최루액을 뿌리고, 당연한 듯 유치장으로 사람을 쳐넣습니다.
당연한 듯 뉴스에 나오고, 사람들은 이 상황이 얼마나 절박하고 심각하며 폭력적인지 생각하지 못합니다.
1970년대 전태일 열사가 분신항거를 하였습니다. 한 사람의 죽음에 도시 전체가, 좀 더 생각하면 나라 전체가 들썩였습니다.
하루 단위로 수많은 노동자가, 할매 할배들이 무자비한 사회에 의해 타살 당합니다.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오늘도 저는 평소와 다름없이 밥을 먹었고 티비를 봤으며 극장에 가서 영화를 봅니다.
아무것도 들썩이지 않습니다.
원래 그 자리에 서있었고, 체온을 나누는 동지들을 제외하곤 아무도 분노치 않습니다.
아니.....정확히는 실천하지 않습니다.
촛불이 일상이고 죽음이 일상이지만 변화는 점점 줄어듭니다.
사람의 무게는 점점 가벼워집니다.
싸움이, 희생이 당연하고 일상적인 것이라 아무도 이 폭력이 우리가 살고있는 공간에서 실시간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활동합니다. 투쟁합니다.
음........ 시민단체? 놀러다녀? 월급 꼬박 나오니 직업인가?
저도 한때 활동하는 것이 무슨 일인 줄, 공부대신 가야하는 진로나 앞길인 줄 알고.
연행되었다 풀려나서 쓰러지시며 우시며 걱정하는 부모님께.
너무도 잔인하게 "나 옳은일 하겟다는데, 내앞길 가겟다는데 왜 항상 막냐" 며 사람의 가슴에 못을 박았습니다.
너무도 오만방자 했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그 만큼 싸움을 가볍게 생각했던 것입니다.
전쟁입니다, 싸움입니다.
폭력이 난무하고 한발짝 한발짝에 삶이 걸리고 이윤이 걸린 너무도 거대한 풍파입니다.
그 폭력의 당사자는, 맞서싸우는 동지들은 하루하루 두려움이 무자비함이 가슴에 와닿습니다.
페이스북으로 신문 기고로 또 다른 많은 방법들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쉽게쉽게 말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영화는, 예능은, 언론은 대놓고 사회문제들을 비판합니다.
그만큼 우리의 힘이 커졌을까요?
오히려 너무나 가벼워져 그렇게나 치열하게 말하고 움직이는데, 눈길한번 줄 가치도 없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요?
말은 점점 많아지는데 듣는이는 점점 없어집니다.
더 이상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과연 이 세상은 군사독재의 때보다 더 물렁해 졌을까요?
바위는 아직 굳건합니다.
아니, 오히려 이제까지 쌓아온 것들로 더욱 견고하고 높아보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어떻습니까?
병아리가 태어나 바위를 넘어갈 수 있는 유정란에서, 개량되어 생명이 태어날 수 없는, 그래서 끊임없이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해야하는.
무정란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아니, 이미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마도, 뭉쳐야 할것 같습니다.
뭉치고 뭉쳐서 서로를 발판삼아 하나하나씩 차근차근 이 세상의 바위를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위가 너무 무거워서, 또는 서로 너무 다가와서 깨어지지 않게, 조심조심.
우리는 병아리가 아니라 날계란일지도 모르니까요.
아직도 반성해야 할 것이, 부족한것이, 제 풀에 지쳐서.
먼저 외면하고 떠나갔던 사람들과의 관계를 아직 회복시키지 못했지만.
어쩌면, 아직도 저는 너무나 오만방자한 사람일지도 모르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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