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비에서 광주의 대선 투표율이 나올 때, 전 광주가 자랑스러웠습니다.
교과서에 짤막하게 서술되어 있는 5.18에 대해서 여러 시간을 할애해서 열변을 토하시던 역사 선생님도 자랑스러웠고
서울에서 차벽이 세워질 때, 광주에서는 경찰들이 나서서 집회공간을 마련해주는 모습들도 자랑스러웠습니다.
광주에 감도는 높은 시민 의식과 정치 의식이 타지에 나와 있는 저의 자긍심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저의 오늘의 선택과 광주의 감정이 다르다고 이를 비난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평소에 글을 잘 쓰지 않는 제가 오늘 오유에 글을 남기는 이유는
광주의 선택이 잘못되었다. 나쁘다가 아닌 한 사람의 유권자로써 안타까운 마음을 공유하고 싶어서 입니다.
흔히 광주에서 하는 말로 5월이 되면 건너 건너 곡소리 안나는 집이 없다고 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민주라는 하나의 가치를 위해서 죽어야만 했습니다.
그때문인지 전 아직도 어렸을 적에 보았던 집 앞 대공원 도로 위 하얀색 페인트로 쓰여있던 "전두환 개.새끼 죽어라"라는 원색적인 저주가
지금와서도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글귀는 도로 한복판에 큼지막하게 쓰여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동안 지워지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만큼 광주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을 희생했고, 잃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오늘의 결과가 안타깝고 슬픕니다.
전 후보를 고를때, 정당을 고를 때 다른 사항들은 차치하고서라도 역사관과 군병역을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특히 민주주의적 가치에 대해 올바른 식견을 지녔는가가 저의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입니다.
처음에 안철수가 정치판에 나타났을 때, 전 정말 새로운 인물이 나타났구나 생각했습니다.
그가 하는 말은 원칙에 충실했고, 나의 한 표를 주어도 전혀 아깝지 않은 인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후로 이어진 그의 행보 특히 당 강령에 빠진 5.18정신
그의 입에서 나오는 이승만 국부론은 정말이지 저에게 큰 충격이었습니다.
때문에 저는 오늘 광주가 그들을 선택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모두가 아시다시피 이렇게 되었죠.
전 그래서 오늘 20살 이후 서울에 올라와 살면서 저와 광주를 이어주던 연결 고리를 잃어버린 듯한 기분이 듭니다.
세월호와 마찬가지로 어느 사건이든지 세월이 흐르면 무감각해지고 잊혀지게 된다지만
광주에게 더 이상 그 옛날 피로 얻은 가치들은 의미가 없어진 건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물론 이 한 번의 선거 결과로 그렇게 말하는 건 너무하지 않느냐라고 말하신다면 할 말이 없지만
전 어떠한 것들 보다 최우선해야 하고 지켜야 하는 가치가 있다고 믿습니다.
그 어떤 것들이 우리 집 앞에 도로를 놓아주겠다던지, 우리 도시에 예산을 끌어오겠다라고 할지라도 말입니다.
그들이 단지 2번을 찍지 않아서가 아니라 제가 이해할 수 없는 어떠한 이유로 3번을 찍어야만 했는지 그게 안타깝습니다.
차라리 광주에서 무효표가 대량으로 발생했다는 소식이 더 반가웠을겁니다.
그래서 전 16년만의 여소야대 형국에서도 기쁘지가 않고 오히려 슬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