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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팀 팬이지만 엘지 잘 싸웠다!
게시물ID : baseball_7167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생을즐
추천 : 3
조회수 : 26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10/21 02:00:02
가을야구 같이 큰 경기, 단기전에서 중요한 것은 단단한 멘탈과 견고한 수비력이다.

야구는 멘탈게임이란 말과, 야구는 실수를 줄이기 위한 게임이란 말이 가장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 바로 단기전 승부이기 때문이다.

단단한 멘탈을 위한 전제조건은 큰 경기에 대한 경험을 쌓는 것이다. 노련한 선수라도 중요한 경기의 중압감 앞에서는 몸이 굳고 제 실력을 100% 발휘하기 힘든게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이런 중압감을 벗어던지고 오히려 그런 긴장감을 즐길 줄 아는 여유가 필요한데, 이런 여유는 결국 경험으로만 얻을 수 있는 부분이다. 엘지 트윈스가 올해 11년의 기다림에 걸맞지 못한 실망스런 가을야구를 보여줬지만 오지환 같은 구단의 젊은 미래들이 맛본 '큰 경기 경험'은 정말로 값진 자산인 것이다. '경험따위 중요하지 않다'란 패기가 나쁘지는 않았지만 인정할 건 인정하자, 대신 트윈스의 성장은 이제 시작이다. 꾸준한 경험을 쌓아가면 2~3년 안에 더 좋은 결실을 맺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내년이 중요하다.

견고한 수비력이란 기본기를 튼실하게 갖추는 것에서 시작된다. 경기 중 야수들의 한두번의 허슬플레이, 한두개의 슈퍼 세이브가 나온다고 해서 그 팀의 수비력이 강한 것은 아니다. 엘지 역시 이번 플옵에서 몇차례의 호수비가 나오기는 했다. 하지만 그것은 엘지란 팀의 수비력과는 별 관계가 없는 얘기다. 포스트시즌 같이 집중력이 극도로 발휘되는 큰 경기에서는 어느팀이건 간에 한두번의 호수비는 나오게 마련이다. 문제는 화려한 호수비의 횟수가 아니라 평범한 플레이를 무난하게, 실수없이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단 말이다. 서너번의 호수비를 하는 것 보다, 한번의 실책을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국민유격수의 계보를 이었던 박진만의 전성기 시절, 박진만이 유명했던 이유는 다이빙캐치 같은 허슬플레이보다 평범한 수비를 평범하게 잘 처리하는 능력이 좋았기 때문이다. 남들 다이빙 캐치로 겨우 잡을 공을 미리 가서 서서 기다리다 안정적으로 처리한다, 이것은 경기를 읽는 능력이 포수급으로 뛰어나서 자체적으로 상황과 상대에 따른 시프트 수비를 펼친 두뇌와 함께 평범한 공을 무난히 잘 처리하는 탄탄한 기본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두산이 수비력이 좋다고 평가받는 이유 역시 외야수들의 슈퍼 세이브 몇개를 가지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체력이 고갈된 투수진에서 어이없는 실책이 자주 나오긴 했지만 야수진의 수비는 물 샐 틈 없이 견고하고 안정적이었다. 호수비는 이런 기본기를 바탕으로 그 위에 추가된 옵션인 것이지 몇개의 호수비만 가지고 경기를 이끌어 갈 수는 없다는 말이다.

수비는 결국 기본기, 많은 훈련양과 조직적이고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팀 훈련에 의해 강화된다. 아무리 자율야구를 추구한다고 해도 수비훈련만은 팀 전체의 '팀웍'을 키우는 방향으로, 코치진이 시어머니마냥 딱 붙어서 죽자사자 훈련시켜 선수들이 몸으로 기억하게끔 만드는 수 밖에 없다. 수비의 중요성, 엘지가 올해 얻은 두번째 소득(이자 숙제)는 이것이다.(또한 올해 코시에서 내가 삼성의 불안요소 첫번째로 꼽는 부분이 이것이다.. 주전 키스톤 콤비가 다 빠졌어 젠쟝.. 망할 문선재ㅠㅠ)

올해 얻은 엘지의 큰 소득과 숙제거리를 어떻게 이용하고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내년 내후년의 엘지의 모습이 결정될 듯 하다. 어찌됐건 실망스러웠다 어쩐다는 평을 떠나 올해 참 수고했고 잘 했다 엘지 트윈스. 오랜 기다림 끝에 실망한 팬들의 푸념과, 타팀 팬들의 비아냥을 듣더라도 나는 올해 엘지가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엘지가 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만큼 한국야구 포스트 시즌은 지옥같이 빡빡한 전쟁터이고, 시즌 내내 잘 싸웠던 엘지에겐 포스트 시즌에 필요한 어떤 요소들이 부족했던 것 뿐이었다.(오랜 세월 정규시즌의 최강자였으면서 포스트시즌 만년 콩라인으로 놀림 받은 삼성의 올드팬이라 내가 잘 안다.. 정규시즌과 포스트 시즌에 필요한 무기는 확실히 다르다..) 내년에 다시 보자. 엘지 트윈스. 응원하는 팀을 떠나 한사람의 야구팬으로서 올해 잘 싸워줘서, 좋은 성적 거둬줘서 정말 고맙고, 내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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