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제 생각보다 더 많은 곳에서 국민의당이 선전해 당황스럽긴 하지만 크게 예상에서 빗나간 것 같지는 않네요.
다만 아쉬운 것은 여기도 사람 사는 동네라는 것이죠. 여러분들이 사는 곳에도 진보, 보수, 중도 등이 섞여있는 것처럼 이 곳도 그러한 성향들이 고르게 분포하고 있었던 거예요. 다만 '과거의 아픔' 때문에 새누리를 찍지 않았던 것이지 민주당을 찍는 분 중 많은 분들이 모두 중도나 진보는 아니었다는 사실이 이제사 새삼스레 드러난 것이죠.
사실 광주도 '5.18'에 가려져있어 그렇지 어느 곳 못지 않게 보수적인 도시입니다. 또 잘 살고 싶어하고 개발논리가 횡행하는 대한민국의 그저그런 도시 중 하나죠.
그렇기에 오히려 지금껏 '민주화의 성지', '광주 클라스' 등등으로 광주를 높여왔던 사람들이 누구였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광주사람들 스스로 그렇게 불러왔다기 보다는 외부 사람들이 그런 '신격화'를 통해 부채의식을 털어버린 건 아닌지 말입니다.
물론 광주사람들의 기저에는 '광주가 이래도 되나?', '그래도 광주인데...'라는 생각들이 깔려있긴 합니다. 하지만 이번엔 그게 잘 작동하지 않은 것 같네요.
아니요, 어찌보면 오히려 더 소름끼치게 잘 작동한 것도 같습니다. 광주, 전남에 출마한, 아니 더민주가 내리꽂은 후보들을 보세요. 어느 한 분이라도 그 전에 그 동네에서 일면식이라도 있던 사람이었는지... 몇몇 아까운 후보들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 맥락에서는 이번에 더민주의 공천은 광주, 전남사람들에게는 분명 부족했을 겁니다. 거기에 막강한 조직표를 지닌 현역들이 죄다 국민의당에 있으니 더 쉽지 않은 싸움이 된 것일테고요.
저도 제 고향의 투표결과가 다른 곳들과 별다를 것 없이 나와 많이 당황했고 상심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오히려 잘 된 일일수도 있습니다. 우리 역시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음을 만천하에 드러냈으니까요. 그렇지만 또 걱정도 되네요. 이젠 심정적으로나마 연대를 해왔던 사람들도 호남을 비하하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이 앞섭니다.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이번에 쓴맛을 본 더민주의 후보들이 이번 선거에서 철옹성 같았던 영남의 새누리 장벽을 깬 선배들의 길을 따라간다면, 다음 선거에서는 광주, 전남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