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존을 제작한 힛레코드 HitRecord 는 조셉 고든 레빗의 독립예술 제작지원 기업입니다. 이런 취지를 가진 회사에서 ‘돈 존’을 만들었다면 그저 웃고 넘기기만 할 작품은 아닐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됩니다. 예고편은 깔끔하게 성인용 코미디로서의 얼굴만 보여주고 있었지만 역시 말하고 싶은 것이 더 있었습니다.
‘돈 존 Don Jon' 은 카사노바의 대명사 돈 후안을 연상시키는 이름을 가진 미혼 남성의 이야기입니다. 돈 후안은 Don Juan, 돈 주앙이라고도 많이 알려져 있지요. 영화가 시작되고 돈 존이 보여주는 모습도 이름에 걸맞게 마음먹은 여자라면 잠자리를 얻어내고야 마는 가벼움에 그칩니다.
이어 스칼렛 요한슨이 분한 바바라 슈가맨이 등장할 때까지 영화는 예고편에서 보여준 대로 성인용 코미디의 공식을 따릅니다. 본작의 트레일러에서 보여준 소재들이 하나같이 깨알같은 웃음의 소재로 사용되지요. 특히 이 게시물의 자동 시작음으로도 사용한 맥북의 시동음과 포르노를 다루는 방식은 폭소를 유발합니다.
이후 영화는 호흡을 조절합니다. 예고에는 잠깐밖에 등장하지 않았고, 국내용 포스터에서는 심지어 이름도 빠진 줄리앤 무어가 존재를 드러내면서 돈 존은 자신이 갖고 있던 세계관에 대해 다시 생각할 기회를 갖게 됩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거울을 아무리 닦아 깨끗이 만들어도 내가 변하기 전에는 바뀌는 것이 없습니다. ‘나의 세계관을 타협할 생각은 없다’고 세상을 살아간다면, 각자 다른 우주인 타인과의 만남이 그저 문명의 충돌에 지나지 않습니다. 닫힌 태도에서 열린 태도를 향한 믿음을 가지는 것이야말로 영화 속 신부님의 대사, "믿음을 가지세요 Have faith"가 역설적으로 의미하는 바이리라 생각됩니다.
작품에서 돈 존의 태도 변화의 상징처럼 사용되는 곡의 제목은 ‘Good Vibrations’입니다. 다른 이들과 교감할 때 전해지는 좋은 떨림. 익숙한 표현이지만 영화가 반전 아닌 반전을 맞이하면서 전하는 메시지이기 때문에 가슴을 강하게 파고듭니다. 성인이라면 피할 수 없는 삶의 쓸쓸함을 슬그머니 보여준 후에 나오는 이 곡은 영화의 분위기를 다시 유쾌하게 환기시키면서 주제를 전달하는 역할도 잘 해준 것 같습니다.
예고편에도 나왔던 ‘Good Vibrations’는 현재 마크 월버그로 활동하는 마키 마크의 91년도 싱글차트 1위곡입니다. 그는 원래 랩퍼로 데뷔했었지요. 이때 굉장히 인기가 많았는데, 캘빈 클라인 속옷 모델로서도 큰 이슈였습니다.
큰 이슈
여담인데, 뮤직비디오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복싱 연습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당시에 훗날 마크 월버그가 영화 ‘파이터’에서 주연을 맡아 연기한 미키 워드가 자문을 해 줬다고 하네요. 저도 이번에 위키피디아에서 이 정보를 접하고 참 놀랐습니다. 인연이란 참 흥미진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