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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진짜사나이 위문편지 보고 밥먹다 눈물나옴 ㅠㅠ
게시물ID : military_3702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떼구름이
추천 : 6
조회수 : 71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1/12 21:14:20
전역해도 여자친구가 음슴으로 음슴체
 
보니까 부모님이 보내주신 영상편지도 있고, 할머니가 보내주신 영상편지도 있었음.
 
할머니 영상편지 보니까 밥먹다가 눈물나옴.
 
 
 
나는 4~5살때부터(정확히는 기억 안남) 부모님이 지방에서 맞벌이를 하시는 바람에 서울에 사시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같이 살게 됨.
 
대게 6.25를 겪으신 노인분들이 그러하듯 남아인 나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람. 그래서 응석받이이기도 했음.
 
하지만 도가 지나친, 그러니까 소위 선을 넘은 듯한 장난이나 말을 하면, 따끔하게 할머니와 할아버지한테 회초리로 맞아가며 자랐음. 맞을때는 뭐랄까... 무조건 내가 잘못했기 때문에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밉거나 하지 않았음. 어쨌든 사랑을 많이 받았으니까.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어머니, 아버지보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훨씬 더 좋았음.
 
7살 때부터 부모님의 사업이 안 좋아져서 조부모님 집에 같이 들어와서 여섯 식구가 살게 됨. 지금이 20대 중반에 들어섰으니 거의 20년 가까이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같이 사는 셈임. 부모님은 계속해서 맞벌이 하러 가셨기 때문에 내가 유치원이나 학교를 다녀오면 집에는 조부모님이 계셨음. 정말 인생의 많은 시간들을 조부모님들과 할 수 있었음.
 
아이가 크면 사춘기를 맞는데, 나도 사춘기를 오래 겪었음. 흔히 중2병이라고도 하는 이 시기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랐던 나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내가 잘났다!'라는 마인드로 집에서 깽판을 많이 부림. 그때마다 부모님한테 맞기도 많이 맞았고, 혼나기도 많이 혼났음. 그러나 중2병이 그정도에 풀리면 중2병임? 거진 중1부터 고1까지 나는 집안에서 말썽을 많이 부림. 그러나 중2병이 풀리는 것은 할머니가 나를 붙잡고 울면서 하신 말씀이었음.
 
"OO아, 니는 할미가 몇살부터 키웠나? 할미랑 산거는 네다섯살부터지만 니 갓난애기부터 할미가 다 키웠다. 남들 다 쓰는 기저귀 안 쓰고 우리 OO몸에 좋으라고 천기저귀 써서 할미가 다 빨아갖고 니 키웠다. 애미가 돈 벌러 나가느라 니 젖을 못 멕여도 내가 분유 타서 먹이고 그랬다. 니가 아무리 말썽 피우고 그래도 할미는 우리 손자 그래도 착하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다. 그런데 니 요즘 왜 그러드나? 할미가 이리 키운거 다 잘못한 게냐? 나는 어차피 더 살아도 몇년 더 산다고 해도, 니 학교보내고 학원보낼라고 돈 벌어오는 엄마 아빠 안 불쌍하드나? 할머니는 몇년 못가 죽는다고 해도 엄마하고 아빠는 너랑 더 오래 살건데, 왜 그리 속을 썩이냐?"
 
물론 지금 기억해보면서 쓰는 말이지만 뉘앙스가 위와 같았음. 할머니 주름진 얼굴에 닭똥같은 눈물이 흐르는 것을 보고 나도 조금씩 자제하면서 살자고 마음먹었음. 할머니가 좋아서 그랬는지 '나는 몇년 있다 늙어 죽는다고 해도' 라는 둥의 말이 너무 가슴아팠음. 그때 나도 엉엉 울면서 할머니 그런 말씀 하지 마시라고 했음.
 
 뭐, 그래도 모범적으로 공부 잘하고 해서 좋은 대학 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요즘 가족끼리 모여서 이야기할때는 고2부터는 그래도 말 잘 듣는 착한 손자였다고 말씀해주심.
 
 
그래서 그냥 저냥하는 대학교 입학하고 1년정도 있다가 군대를 가게 됨. 사랑하는 손주새끼가 군대에 가게 되니 할머니는 두 팔 걷어붙이고 뭐 먹고 싶냐며 이것저것 해주실 수 있는 음식을 다 해주심. 군대를 가고 싶지 않았지만 부모님의 강요로 입대를 하게 된 터라서 개인적으로 너무 가기 싫었음. 그랬는데 할머니가 이것저것 해주니까 너무 고맙기도 하고.... 그러다가 훈련소로 출발하게 된 날, 집에서 할머니와 할아버지한테 큰절 드리고 손을 잡아드리고 가는데 할머니와 할아버지 손에 주름이 그렇게 많은 줄 그때 처음 알았음. 뭐랄까 평소보다 더 늙은 모습이었음. 막말로 팔순 넘으신 할머니 할아버지이신데 군대 가 있는 2년동안 혹시 돌아가시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음.
 
그런 걱정을 갖고 입소한지 3주째 되던 날, 할머니에게서 손편지가 왔음. A4용지 2장정도 되는 장문편지였음. 내용인즉슨, 손자는 잘 지내고 있는지, 집에는 아무 일 없고 조부모님 부모님 동생 모두 건강하다. 할머니는 요즘 녹내장이 있는데 수술하러 갔다왔다. 라는 등의 격려와 안부를 전하는 편지였음. 집과 단절된지 3주가 지났기 때문에 여러모로 마음이 여려진 나는 녹내장이 어떤 병인지도 모르고 우리할머니 아프시다고 엉엉 울어댔음. 지금 생각하면 참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지만....
 
오늘 봤던 한 이등병의 할머니가 보내준 영상 편지를 보고 훈련소에서 받았던 우리 할머니의 손편지가 생각나서 밥먹다가 눈물이 왈칵 쏟아짐. 같이 밥먹는 할머니한테 저때 기억하냐고 물으니 편지도 기억하고 수료식때 처음 군복 입은 날 본 것도 기억나신다고 말씀하심. 그러면서 왜 눈물 흘리냐고, 편지 쓴거는 할머니 당신이라고 ㅋㅋㅋㅋ ㅠㅠ
 
추억 돋아서 주절주절대니 글이 좀 길어졌네요.
 
할머니 정말 사랑합니다♡
 
 
 
P.S
할머니와 같이 사는 가족들에게는 정말 구박받거나 그러지 않는 한, 할머니의 사랑을 많이 받은 사람은 할머니를 너무 사랑할 겁니다. 오늘 진짜사나이에 나왔던 이등병분도 할머니와 많은 추억을 쌓았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눈물을 글썽거렸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단 할머니뿐만 아니라 할아버지, 부모님들이 모두 한마음으로 우리 손자, 우리 아들이 군 복무를 하는 동안에는 많은 걱정을 하시겠지요. 그만큼 몸 건강히 전역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군 복무 하시는 분들 고생 많으시고 몸 건강히 전역하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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