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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 "데이트"
게시물ID : freeboard_34327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BlueRose
추천 : 15
조회수 : 395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09/05/31 00:15:55
정말 오랫만에 둘만의 오붓한 데이트를 즐겼다.

남들 다 입는 예쁜 옷
남들 다 하는 재밌는 일들
남들 다 먹는 맛있는 음식들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었던 그녀

항상 바쁘다는 핑계로
항상 피곤하단 핑계로

나는 그녀를 너무 홀로 두었나 보다.

친구가 여자친구와 들렸다던 씨푸드 뷔폐 레스토랑
그럭저럭 괜찮다던 얘기를 듣고 조만간 가야지 가야지 하고 있었다.

해산물을 너무도 좋아하던 그녀
시푸드 푸폐, 페밀리 레스토랑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던 그녀는

출발전 조금은 들뜬 모습으로

"봉다리 챙겨가서 음식좀 싸가지고 올까?"

억지로 말리고 말려 겨우 빈손으로 출발 할 수 있었다.

목감기가 들어 많이 힘들었을 그녀임에도
간만의 외출, 간만의 데이트에 무척이나 신이나 보였다.

그 모습에 난 미안함이 느껴졌다.
또한 너무도 언벨런스한 그녀의 패션에서 슬픔이 감출 수가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도착했고 웨이터가 좌석을 안내했다.
창가쪽에 앉고 싶었지만, 5인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말에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었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자리에 앉아 서는 바로, 
자리를 비우는 사이에 누가 훔쳐라도 가면 어쩌냐며

내 지갑을 뺏어 자신의 가방에 집어 넣는 그녀
자리에 앉아 멀뚱히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그녀...

내 지갑이 들은 가방을 한동안 
계속 매고 다니는데 그것을 말리느라 고생이었다.

막상 정말 여러가지 해산물과 요리들이 많았지만
그렇게 유달리 맛있지는 않았다.

더군다나 목감기에 모든 음식의 맛이 쓰다는 그녀...
그럼에도 한순간도 웃음을 놓지 않는 그녀...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그녀는 연신 너무 많이 먹었다며, 잘먹었다며 웃어보였다.

그녀의 아픈 목이
그녀의 패션 센스 빵점인 패션이
그녀의 처음 가본 곳에서의 당황이
그녀의 작은 걱정에서 나오는 웃음이 나는 행동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즐거워 보이는 그녀의 모습이

나를 너무도 미안하게 하였고
나를 너무도 슬프게 하였다.

남들 처럼 으리으리한 선물도 거의 해준적 없고
남들 처럼 분위기 있는 식당도 거의 대려간적 없는

그런 나를...

한순간도 식지 않는 사랑으로
한순간도 꺼지지 않는 애정으로

28년간 내 곁을 그저 그렇게 지켜주던 그녀...

"어머니"라는 이름의 그녀에게 너무도 죄송스러웠다.

일찌기 돌아가신 아버지의 자리를 매꾸려
무던히도 애쓰시던 어머니...

한사람의 여자이기를 포기하고
못난 자식 하나 때문에 어머니의 길을 선택하신 어머니...

남편을 잃은 홀몸에, 기울어진 가세에
자존심 때문에 대인관계가 무너지신 어머니...

학교 집, 학교 집을 반복하시다
여자다운 인생 한번 즐겨본적 없으신 어머니...

대쪽 같이 곧고 올곧은 성격에
남에게 피해한번 주지 않고
잔머리 굴리는 인생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었던 어머니...

언제나 친구들과 놀기 바빴고
언제나 애인을 챙기기 바빴고
언제나 내 생각하기 바빴던 몹쓸 자식하나 바라보고

지금까지 쉬지 않고 달려오신 어머니...

너무도 죄송합니다.
너무도 사랑합니다.

그 말조차 부끄러워 좀처럼 입밖에 꺼내지 못한
못난 아들을 용서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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