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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카페를 차리면 안 되는 이유" 글에 대한 짜증과 불쾌함
게시물ID : humorbest_7194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Lucina
추천 : 88
조회수 : 40395회
댓글수 : 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7/26 18:43:23
원본글 작성시간 : 2013/07/26 17:19:31
http://whyyoufail.tumblr.com/post/56244056970
[당신이 카페를 차리면 안 되는 이유]

어제 보니 트위터에서 열심히 RT되고 돌아다니던 "당신이 카페를 차리면 안 되는 이유" 라는 글이 있더라구요.
오유에도 이 글을 본 분이 몇 분 정도는 계실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저 "5개월간 열었던 커피집"을 아는 사람입니다.
처음 저 글 제목을 봤을 때에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클릭했어요.
읽어보니까 이 글을 쓴 분은 제가 아는 분이더군요.

저는 그 분들이 가게를 열었던 동네 근처 살아요.
원래 가게에도 갔었고 그 분들 가게에도 갔었어요. 여러 번 갔어요.
그리고 그 분들 문 닫고서는 다시는 그 자리에 안갔어요. 속상하고 서운해서.
그래서 글을 읽다 보니 너무너무 화가 나서 꼭 한 마디 하고 싶었어요.

글 내용이 전부 틀렸거든요.
처음부터 그냥, 왜 가게가 잘 안 되었는지를.
잘못 이해하고 있어요.

문제소지가 있을 것 같아 전문펌은 안하겠지만,
군데군데 인용은 할게요. 그건 제가 알기로 괜찮으니까요.

일단 글 첫머리만 가져와볼게요.

당신이 카페를 차리면 안되는 이유

졸업 전 친구와 조그만 커피집을 차렸던 적이 있다. 학교에서 배운 경영학이 어디까지 먹힐지 직접 보고 싶었다. 가진 돈은 2천. 곱창집에서 저녁먹다 나온 아이디어 하나로 옆동네에 망해가는 핸드드립커피집을 싸게 인수했다. 그렇게 5개월간의 고생이 시작되었다.


할 말 많지만 넘어갈게요

이 부분을 굳이 퍼온 이유는 이 분의 글을 읽은 분들이 알아보게 하기 위해서니까요.

혹시 안 읽어보신 글이면 링크 가서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http://whyyoufail.tumblr.com/post/56244056970)


링크의 글 내용을 요약해 드리자면,

"아무 준비 없이 아이디어 하나로 경영학이 어디까지 먹힐지 직접 보고 싶어서 준비도 없이 커피집을 인수해서 커피맛도 제대로 모르는 상태로 시작해서 5개월동안 삽질했는데 장사가 안 돼서 커피집을 인수했던 가격보다 더 비싸게 팔고 나왔는데 그래도 실패인 것 같으니 님들 하지 마세요"


이런 내용인 것 같네요...?


써놓고 보니 참 더 화나네.



그런데요,

사실 이 분들이 실패한 이유가 무엇인지 저는 알아요

근본적인 이유를요.


그리고 그건,

스타벅스 때문도 간판 때문도 아니에요.


"우리 정말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실패했다. 생계로 하려면 하지마. 안돼." 라고 써놨잖아요 그렇죠...?

솔직히 화나요.


제가 누구인지 말씀드려볼게요.

어쩌면 기억하실지도 모르겠네요.

신경 안 쓰지만.


저는 이 분이 본문에 적은 내용에도 나온, "예전에 오던 단골들 중에서도 계속 찾아주던 사람들이 생겨났다." 의 예전 단골이에요.

원래 있던 커피집에 매일은 아니어도 제 기준으로는 자주 가던 단골이었고, 가면 한참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이었어요.

원래 있던 커피집은, 애정을 가지고 커피를 하는, 들어오는 사람들을 사람으로 대해주던 멋있는 분이었거든요. 아시겠지만.


손님들이 정말로 스타벅스 프라푸치노 이벤트 그것 하나때문에 끊겼을까요?


제가 알기로는 가게를 인수한 분은 두 분이었어요. 당시 대학생이었고.

글을 쓴 분이 두 분 중에 어떤 분인지는 모르겠네요. 


저는 제가 처음 이 분들이 인수한 가게에 들어갔을 때에, 앉아서 처음 나눴던 대화 정확히 기억하고 있거든요


인테리어도 가게이름도 바뀌지 않았는데,

안에 가보니 사람들이 다르더라구요.

주인이 바뀌었냐는 말에 이 분들이 한 대답은 이랬어요.


"맞다. 우리가 인수했다. 우린 대학생들이고 지금 가게 운영하는 건 경영학 연습이다. 

사실 몇 달 안 할 생각이다"


...


"사실 우리는 커피 잘 모른다. 칵테일을 더 좋아한다."


저는 그 말을 듣고 굉장히 실망했고 서운했어요.


그러면서 뭐요? 글에는 이렇게 쓰셨네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커피를 소비하는 형태는 크게 2가지로 나뉘어진다. 커피 자체를 소비하거나, 공간을 소비하거나. 간혹 다른 소비점을 가진 고객도 있으나 대부분의 고객은 2가지 카테고리로 떨어진다. "


그래서 결론은 인수했던 가게가 위치도 안좋고 뭐 어떻고 해서 문제였다 이 얘기였잖아요 그렇죠?

그런데 글 내용 보면 처음에는 손님이 생각보다 왔다고 그랬네요? 그 사람들은 왜 안 돌아왔을까요???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음료나 공간을 소비한다구요?

그래요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에요.

그런데 정말 중요한 걸 모르시네요.


공간을 소비하는 사람은

공간에 정붙이고 자주 가도 많이 바뀌지 않고 그대로 있길 바라거든요.


그리고 음료를 소비하는 사람은

맛이 마음에 들면 그 맛을 계속 찾게 되고, 얼마 안 갈 거라는 걸 알면 그냥 그 맛에도 정 붙이기 싫어요.


그래서 아무리 원래 가던 커피숍이라고 해도

가게에 애정이 하나도 안느껴지는,

이건 연습이라고 말하는,

영업을 얼마 안할거라는 커피숍에는 자주 가고 싶지 않은 법이에요.


그리고,

커피 안좋아하고 술 좋아한다는 사람들한테

커피 잘 모른다는 사람들이 하는 원두커피 가게에 누가 가요?


그러면서 장사를 했다고 말하네요.

해봤는데 안됐다고 말하네요.


다른것도 많아요.
그래도 글이 너무 복잡하고 길어지고 짜증이 늘어질 것 같으니까.
다른거 다! 빼고 제가 이 분들과 했던 대화 딱 저것만 적을게요.

하지만 제가 대화했던 내용 이것만 적어도 아마.. 
장사하시는 분들도,
커피하시는 분들도,
커피숍에 자주 가는 분들도,
저보다 커피를 더 오래 즐기신 분들도

이 분들의 글이 어디부터 틀렸는지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두 알아주실거라고 생각해요.

이 분들은 실패한 이유가 건너편 프랜차이즈나 자리잡았던 가게 위치 때문이라 생각하네요
그래요 가게가 좁고 간판이 좀 잘 안 보이긴 했어요.
그런데... 사실은 그 가게, 역에서 5초 걸리거든요. 정말로. 역 입구에서 나와서 옆 옆 건물이에요.
그리고 거기 커피집 있는거 의외로 아는 사람 많았어요.
원래 있던 집도 입소문 난 집이었고요. 동네 사람들만이 아니라 멀리서까지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는.

제가 안 가게 된 이유는 공간도 음료도 아니에요
"이 분들이 하던 건 커피도 아니고 장사도 아니고 그냥 장난이어서."

그런데도 이 분들의 결론은 이거네요.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프랜차이즈와의 자본/유통 경쟁우위, 깔끔하고 편안한 프랜차이즈를 맹목적으로 선호하는 우리나라 커피 소비 인구의 취향이 바뀌지 않는한 소상공 커피집의 운명은 쉽사리 바뀌지 않을 것 같은 암울한 생각만 든다."

뭐래요.

답답하고 짜증나네요.
1년도 아니고 5개월간 장난치다가 접어놓고서 "당신이 카페를 하면 안 되는 이유" 이런거나 쓰고있다니.
"우리나라 커피 소비 인구의 취향"이나 운운하고 있다니.

오해하진 마세요. 
개인카페 영업이 쉽다는 것 아니에요
프랜차이즈 행사 무서워요.
입지조건 중요하고 간판 크기도 중요하고
다 알죠.
저도 제 10년지기 친구가 커피숍 하다가 가게 팔고 지금은 회사 다녀요 모르는 거 아니에요

그런데요,
그래서 더 화가 나요
본인들이 왜 실패했는지 하나도 모르면서 정말 하나도 모르면서 소비자를 분석한답시고 글이나 찍찍 써대는 게 참 짜증나요.

아참 그리고,
대체 이유가 뭔지 이해는 못하신 것 같지만 어쨌든 장사가 잘 안 돼서 가게 팔고 나오면서 원래 권리금보다 더 받고 나오셨나봐요.

"문을 연지 3개월이 지나 원래 목적이었던 사업 아이템의 프로토타이핑에 대한 검증을 마쳤다. 이젠 미련없이 커피집을 떠날 계획을 세웠다. 적절한 시점에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우리가 들어왔던 가격보다 조금 더 높게 쳐주었다. 필요없는 장비와 술병을 팔고나니 다행히 손해는 안보고 약간 벌고 나왔다. "

정말 양심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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