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는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 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 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 안도현 - '스며드는 것'
최근에 읽고 너무 좋아하게 된 시입니다. 물론 저는 먹기가 불편해서 딱히 꽃게 요리를 좋아하진 않구요ㅋ 이거 읽으시고
간장게장 못 먹겠다는 분도 있으신 것 같은데 부디 그런 일은 없길 바라구요. 그냥 우리가 아무 생각없이 먹던 요리에 어떤 사연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여러분들도 했으면 해서 밤 늦은 시간에 괜한 마음으로 올려봅니다. 시간도 늦고 하니 이 정도는 넓은
아량으로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 굿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