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감각으로 낯선 작품 계속 쓰고 싶다"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소설가 편혜영(42) 씨가 월간 '문학사상'이 주관하는 제38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편씨가 계간 '한국문학' 지난해 겨울호에 발표한 단편 '몬순'이다.
편씨는 13일 기자들과 만나 "언젠가 이상(李箱)의 이름이 들어간 상을 받으면 근사하겠다고 생각해왔다"면서 "작가로서 견고한 자기 세계가 생기고 나서 상이 주어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이르게 도착한 수상 소식이 뜻밖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일본 여행 중 수상 소식을 들었다는 그는 "여행의 피로감이 긴장감으로 바뀌면서 이 상을 받으면 기쁘고 경거하고 신나게 망동하리라 생각한 것과 달리 부끄러워 차분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소설을 쓴다는 것은 오해의 세계를 최선을 다해 쓰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번 상은 그렇게 오해해도 좋다고 이해해주고 격려해주는 것 같아서 마음이 놓인다"면서 "시간이 지나면 처음의 생각대로 기쁘고 신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수상작 '몬순'은 아이의 사고사라는 불행을 겪은 후 서로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은 채 팽팽한 거리감을 보이는 부부의 답답한 현실을 그린 작품이다.
문학사상 권영민 주간은 심사위원회(김윤식·서영은·권영민·윤대녕·신경숙)를 대표해 "이 작품은 개인의 삶에 내밀하게 자리 잡은 비밀의 문제를 인간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는 불안의 상황과 절묘하게 접합시켜 놓고 있다. 작가는 비밀이라는 것이 속으로 유지되는 순간에만 긴장을 수반한다는 평범한 원리를 강조하면서도 인간의 삶 자체가 겪지 않을 수 없는 존재론적 불안을 의심의 상황 속에서 놓치지 않고 있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편씨는 "바람에 대한 얘기를 쓰자고 거칠게 윤곽을 잡아놓고 쓴 작품"이라며 "풍향이라는 것이 방향이 바뀌기 전까지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운데, 우리 주변의 일들이 불확실성 속에서 일어나는 것과 닮았다는 생각에 착안해서 쓴 얘기"라고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계속해서 젊은 감각을 가지고 낯선 작품을 쓰고 싶다"면서 "이상은 무뎌진다는 느낌이 들 때 상기하는 몇 명 작가 중에 한 명이었다"고 소개했다.
편씨는 올해 하반기에는 장편소설을 출간할 예정이다. 200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로 등단한 그는 그동안 소설집 '아오이가든', '사육장 쪽으로', '저녁의 구애', '밤이 지나가다', 장편소설 '재와 빨강', '서쪽 숲에 갔다'를 펴냈다. 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동인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한편, 이상문학상 우수작으로는 김숨 '법(法) 앞에서', 손홍규 '기억을 잃어버린 자들의 도시', 안보윤 '나선의 방향', 윤고은 '프레디의 사생아', 윤이형 '쿤의 여행', 이장욱 '기린이 아닌 모든 것들에 대한 이야기', 조해진 '빛의 호위', 천명관 '파충류의 밤' 등이 선정됐다.
대상과 우수작 상금은 각각 3천500만원, 300만원이며, 시상식은 11월 초에 열릴 예정이다. 수상작품집은 오는 20일께 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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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테스크한 분위기 때문에 이상문학상 취지하고는 안맞다고 생각했는데 수상하셨네요.
제가 최근작 안읽어봐서 잘 모르겠는데 이번 작품에 대한 평을 종합해보면 대체로 기존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버렸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이상문학상 수상하셨나 싶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분인데 이렇게 큰 상 받으셔서 정말 기분 좋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