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100doors <충간소음> .txt
게시물ID : lol_43424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멘틀붕괴
추천 : 1
조회수 : 38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1/16 20:21:26

상황은 이미 최악이었다.


모든 외곽타워는 허물어진채 그 잔해만 을씨년스럽게 남아있을 뿐이었고, 우리 정글은 한번 들어가면 헤어나올수없는 늪과도 같았다.

64년전 6.25일 새벽 소리없이 밀고들어온 북한군에 의해 모든 영토를 내어준채 후퇴하여 낙동강 방어선을 구축하던 국군의 심정이 이랬을까? 모든 팀원들은 말없이 억제기타워 앞까지 들어온 미니언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어찌하여 아직 서렌을 치지 않는 겁니까? 우리 킬수의 세제곱을 해도 적보다 모자라는데."


이리저리 굴러가며 스타일리시하게 미니언을 정리하던 베인이 말했다. 그의 kda는 이미 눈뜨고는 볼수없을정도의 참극. 중앙집권이 거의 독재에 이르러 있었다.


그런 그의 물음에도 나머지 팀원들은 묵묵히 라인정리만을 할뿐. 이렇다 말 한마디 없었다. 




이들도 나름대로 소환서의 협곡에서 잔뼈가 굵은 만렙들. 지금 그들이 이렇게 평화롭게 미니언을 정리할수 있는건 적팀이 내셔남작을 공략하고 있기때문이라걸 알고 있겠지만 그들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베인만이 이리저리 구르며 한숨을 내쉴뿐.




그러기도 잠시, 한동안 미니맵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적군들이 한꺼번에 미드라인으로 나타났다. 


"역시 바론이었군.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베인이 잠시 구르기를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아무 반응없는 주위. 베인은 반쯤 포기한 심정으로 석궁을 고쳐메며 등을 돌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눈을 감고 명상을 하던 마이가 조용히 일어섰다.



"베인이여, 그대는 우리가 이 한타를 이길것이라 생각하는가?"


베인은 Tap키를 눌러보더니 조용히 고개를 내저었다. 마이는 그런 그의 반응을 예상하고 있었던 건지 막힘없이 말을 이어나갔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왜라니? 나의 망할 친구 마이여, 자네의 그 수많은 겹눈은 무엇에 쓰이는 것인가? 눈이 있다면 보일텐데."



마이는 베인의 공격적인 말투에도 아무런 변화없이 묵묵히 말을 이어나갔다.


"아니,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걸."


"그게 무슨....."



베인은 말을 잇지 못했다.


-찰랑 하는 돈소리와 함께 마스터이를 평범한 정글러로 위장하게끔 도와주었던 랜턴은 골드가 되어 유령무희의 밑거름이 되었고 남아있는 아이템창을 와드로 채우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모습을 지켜보던 하이머딩거가 들릴듯 말듯, 마치 혼잣말인양 물었다.




"결국 떠나는 것인가?"


".... 그렇습니다."




각각의 분야에서 최고충자리를 차지한 두 고인들답게 더이상의 말은 필요치 않으리라.





"자, 그렇게 결론이 났으면 우리도 우리대로 움직여야 하지 않겠어?"



마스터이의 유령무희가 촉매제가 된것일까? 트린다미어가 당장이라도 같이 백도어를 갈것처럼 나섰다.





모두가 한타준비에 바쁜 이때, 마이는 다시한번 백도어 루트를 파악하고 있었다. 자신의 검에 이 지루한 싸움의 결과가 달려있다는것을 그도 아는터, 신중에 신중을 기하여 최소한 적의 억제기까지는 밀어야 할것이다.


'한두번 하는것도 아닌데... 어지간히 떨리는군.'



이윽고 적의 모습이 아군의 미드라인 억제기 포탑앞에 나타났을때. 그는 기척없이 혼자만의 싸움을 향해 출발했다.






마이가 떠난 빈자리는 빨강,노랑,파랑 등의 미니포탑이 채웠고 더블백도어를 가려다 팀원의 만류로 마지못해 눌러앉은 트린다미어는 불굴의 영약을 구매하며 앞으로의 한타를 준비했다.



적군이 막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을때 무언가 이질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시스템 가동, 준비완료."



베인을 혼자 봇라인에 남겨둔채 큰걸 만들러 가겠다며 바람난 남편처럼 떠나버린 블츠가 제철맞은 가을전어 냄새라도 맡았는지 돌아온것이다.




"짜잔, 내가 돌아왔다."


노란 뚱땡이주제 손가락 세개인 그분의 흉내를 내며 멋쩍게 웃는 블츠를 보던 베인은 감격에 말을 잇지못하며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저리가. 똥냄새나."







3:5의 절망적인 상황에서 4:5가 되어, 조금은 덜 절망적인 상황이 되었지만 적과의 차이는 이미 태평양과 비오는날 개밥그릇 정도로 벌어져 있었다. 베인보다 적 서포터 알리의 킬수가 더 높으니 더 말해 무엇하리.




"괜찮아, 우리에겐 든든한 포탑이 있다. 블리츠가 돌아왔으니 적군을 하나 물어와 타워와 함께 순삭한다면 억제기는 지킬수 있을거야."


말은 이렇게 했지만 모두들 의심쩍은 눈빛으로 표정변화 하나 없는 블리츠를 응시했다.그런 팀원들을 안심시키려는 것인지 블리츠가 앞으로 한걸음 나오며 말했다.



"나만믿어. 이 게임에서 쌀 똥은 이미 화장실에서 모두 처리하고 왔으니."





신빙성이라고는 대통령 선거공약만큼이나 없는 말이없지만 어찌할쏘냐. 알고도 속아주는 것이지. 






미니언을 앞세운채 빨리뽑기 쿨마다 들어와서는 타워에 짤짤이를 넣는 그브를 보고도 아무것도 하지못하는 이유는 그의 뒤에 알리스타와 말파이트가 교통사고를 내기위해 연신 눈치를 보고 있는 까닭일까, 아군 블리츠의 로켓손은 고속도로 하이패스라도 되는지 허공을 가르기 때문일까.



"허허, 이게 참 대물을 보아선지 손이 좀 떨리는군."



라며 마치 혼잣말인양 변명하는 블리츠. 그러나 그의 팀원들은 이제 막 포탑철거에 나선 마이를 보고있는 까닭인지 아무 반응 없었다.




마이의 포탑철거를 보고 있는사람은 이쪽만이 아닐것이고 그런 그의 생각이 맞다는것을 증명이라도 하려는듯 적들은 더욱 세차게 푸시를 해왔다.



그브의 짤짤이에 이윽고 억제기 포탑의 체력이 3분의 1정도 남았을때, 실수라도 한것일까? 블리츠의 로켓손이 미니언을 피해 기계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던 그브의 멱살을 잡아 끌고왔고



그렇게 한타는 시작됬다.







2차타워를 순식간에 밀어버리고 억제기 타워까지 도달한 마이의 화면에 이질적인 소음과함께 몇가지 문자가 새겨졌다.


'아군이 쓰려졌습니다.'

'적군을 처치했습니다.'

'더블킬!'



매경기마다 들려오던 익숙한 소리다. 마스터이는 애써 모니터속 글자의 색을 확인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억제기포탑. 그 하나만을 노려보았다. 어느순간부터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않았다. 아니다. 억제기 포탑이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소리는 아군의 포탑이 날라가는 소리인가 지금까지 자신이 치고있던 포탑이 깨지는 소리인가.


마스터이는 긴 호흡을 들어마시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지금까지 행해왔던 수많은 게임들이 떠올랐다. 언제나 자신의 뒤에서 꼬릿말처럼 따라다니던 단어들. '트롤' , '마이충' 이제 더이상 그런소리를 듣고싶지도 않았고 계속되는 사람들의 홀대에 기분이 상하기도 했다. 이제 그만하자고, 마음을 다잡으며 다른 여러챔피언들을 해보기도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대세라는, OP라는 여러가지챔프들을 다 해보았지만 자신에게 마스터이만한 챔피언은 없었다. 그렇기에 사람들의 비뚤어진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지금까지 마스터이만 파왔고 지금 드디어 그 결실을 맺는듯 하였다.


'그래! 나는 지금 이 한판을 위해 지금까지 마스터이를 해온것이다!'


더이상 승패는 중요치않았다. 자신을 믿어준, 처음으로 자신에게 책임감이라는 느낌을 안겨준 그들을 위해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는 감았던 눈을 뜨며 어느새 쿨타임이 돌아온 궁극기버튼을 연타했다.




이상적인 이니시에이팅이었다. 그랩에 이은 띄우기. 궁극기에 이은 베인의 선고까지. 정말 기적적으로 이 한타를 이기는것만 같았다. 적어도 그순간에는 말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밀렸는지를 잊고 있었고, 글로벌 골드를 잊었으며, 그들과 적팀사이의 템차이를 잊고있었다.

그레이브즈는 4인의 폭딜에도 죽지않았다. (글쎄 그걸 폭딜이라고 부를수 있다면)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죽었다. 다만 수호천사의 고유 패시브효과로 다시 살아날 뿐이지. 그리고 그레이브즈가 가엔의 효과로 다시 살아나는 동안 마치 수풀속 티모마냥 가만히 보고만 있을 적팀들이 아니었다.

말파이트가 달려, 날라왔다. 알리스타가 날카로운 뿔을 내밀며 돌진해왔다. 


팀원들이 얼굴이 어두워졌다.




베인의 q스킬 구르기. 쿨타임이 짧고 궁극기 사용후 쓴다면 은신효과까지 있어 베인의 유일무이한 생존기가 되어주는 스킬이다. 물론 추가데미지까지 붙어있어 살인전차가 되는것도 가능하게 하는. (자신을 죽일지 상대를 죽일지는 미지수) 그러나 이 생존기는 종종, 플레이어에 따라 돌진기 혹은 구르시에이팅이라 불리우는 한타의 시작을 알리는 용도로도 쓰이기도 하며 이경우 베인은 상대방에게는 아트한 움직임이라는 찬사를, 아군에게는 쓰레기스트한 움직이라는 욕설을 듣게 된다.

그리고 아군의 베인은 후자쪽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마우스가 미끄러진 탓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구르기는 앞이아닌 뒤를 향했고 그 타이밍 역시 적절했다. 덕분에 맨땅에 헤딩한꼴이 되어버린 말파이트는 머리를 긁적이며 굴렁쇠를 굴리는데 그쳤고 뒤따라온 알리스타 역시 빨간천을 향해 달려든 한마리 투우가 되었을 뿐이다.

적 미드라이너인 그라가스는 한술 더 떠서, 불굴의 의지로 다시 전진하는 베인을 아군진영으로 또 다시 방생해주었으니 서로가 서로를 욕할수없는 참으로 아름다운 팀플이라 하겠다.


어쨋든 적의 주요스킬을 다 소모시킨 아군은 득달같이 달려들어 그레이브즈와 알리스타를 따내는데 성공,(이 또한 모든 팀원이 깡공템을 갔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런걸 두고 선견지명이라 했던가.) 그리고 추노끝에 말파이트를 잡아내며 분위기를 이쪽으로 가져왔다. 이제 적 3명의 부재로 인한 이득을 취할려는 찰나, 베인이 지구는 둥글다며 계속 구르다 결국 그라가스에게 킬포인트를 헌납하였고 결국 추가이득은 보지 못한채 본진으로 귀환하게 되었다.





 
  잠잠해진 사운드에 눈을뜨고 현실을 직시한 마이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1:3의 킬교환. 대승이다. 역시 이번 팀원들은 뭔가 달랐다. 이렇게 그가 백도어를 하고있을때면 숫자를 못세는것인지 언제나 4:5의 싸움을 진행하고 지고 욕하는 경우가 거의 다였었는데, 이 친구들 또한 4:5싸움을 진행하는것 까지는 같았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 타워만 지키면 다행이지 라고 생각했건만 보기좋게 한타에서 승리한것이 아닌가. 

기대치않은 승전보에 흥분하여 대사를 그르칠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마이는 백전노장. 욕심부리지 않고 억제기 hp를 반정도 남겨둔채 곧 돌아올 적군을 피해 귀환길에 올랐다.


 '이 근래에 이런 게임이 있었던가? 아니, 나의 롤 인생에 이런 게임이 있었던가?'

곧 우물로 돌아가면 보일 그들에게 엄지를 치켜세워주리라. 



한편, 되살아난 베인은 좀전 자신의 플레이에 만족하며 Tap을 눌러 늘어난 킬수를 확인했다. 1이었던 숫자가 3이 되어있음에 고개를 끄덕거리는 그. 그러나 옆의 숫자로 시선이 가자마자 누가 볼세라 황급히 창을 닫았다.

'그래도 이렇게 한두번만 더하면 어떻게든 되겠군.'

별로 고민하는 기색도없이 상점에서 단검 두개를 추가한 베인은 아직 정비중인 팀원을 보채기 시작했다.


"뭐하나 자네들. 이 기세를 몰아 적의 잔당을 처치하자고. 어서!"


조용히 우물에서 빠진 체력과 마나를 보충하던 하이머딩거는 베인의 칭얼거림에도 불구 허허 웃으며 친절하게 답해주었다. 

"허허,젊어서 그런지 성격도 급하구만. 내 젋은 날이 떠올라." 

"진정하고 조금만 기다리게. 체력하고 마나도 좀 채우고 볼일도 좀 보고난 후 저기 저 마이군이 먼저 떠나면 미드에 모이기로 하지."



그 말에, 정신사납게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시끄럽게 굴던 베인도 웃는얼굴엔 차마 침 못뱉겠는지 잠깐 조용해졌다. 그래도 못내 심심한지 볼을 부풀린채 여기저기 둘러보던 베인의 시선이 한쪽에서 명상하던 마이에게 꽂혔고 트롤인력의 법칙에 따라 그곳으로 굴러갔다.


"지금 거기서 어물쩡거릴 시간이 있나? 적어도 억제기는 부수고 오지 그래."

스크류바마냥 베베꼬인 베인의 언사에도 마이는 묵묵부답. 그저 미동도없이 명상에 빠져있을뿐이었다.


누군가를 놀릴때의 재미는 상대의 반응이 그 90%차지한다. 답없는 마이에게 이런 저런 도발을 계속 해봤지만 여전히 석상모드인 마이에게 흥미를 잃은 베인은 '흥, 재미없는 녀석' 이라며 자리를 비웠다.

얼마 후 베인이 떠나간 빈자리를 블리츠크랭크가 와서 채웠다.

"저 녀석 말에 너무 신경쓰지 말게. 말은 저렇게 해도 심성은 착한 아이야."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할뿐 이라는 부모님들의 단골멘트와 그 맥락을 같이하는 변명이다.

".... 쨋든 너는 잘 하고 있으니 그냥 계속 이대로만 해주면 되."


블리츠의 삼삼한 위로에도 응답없는 마이.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해.베인녀석 너무 미워하지 말고."

마이는 대답대신 조금 더 정신을 가다듬었다.

'굳이 자네의 부탁이 아니더라도 그렇게 할 생각이었다네. 걱정말게'


멀어지는 기계음에 눈을 뜬 마이는 점점 작아지는 차가운 기계골렘의 뒷모습에 따스한 어머니의 미소가 겹쳐지는것을 느꼈다. 자신의 겹눈때문에 그런 것은 아닐터. 이 게임이 끝나면 부모님께 한부전화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마이는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