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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전역했습니다.
게시물ID : military_3722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토마토맛
추천 : 1
조회수 : 35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1/16 23:04:35
 12년 4월 16일 육군훈련소에 들어서는데 꽃들이 만발해 있었습니다. 날씨도 무척이나 좋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친구들하고 전화하고 연병장에 들어설 때도 아무렇지 않았습니다. 사회에서의 관계나 위치와의 단절을 나름 담담하게 받아들였습니다. 오히려 정해지지 않은 미래로 답답했기에 군생활을 일찍 치워야 할 짐이었고, 또 전역 후에 달라질 제 모습이 기대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렇게 군 생활을 시작했고 자대를 배치받고서는  우연찮게 공병에서 중대장 무전병으로 보직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행정병으로 일하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무진 욕 먹었습니다. 커피 못탄다고 욕먹고 가위질, 칼질 못해서 욕먹고, 아스테이지 울게(?) 만들어서 욕먹고.. 건방지다는 소리도 참 많이 들었습니다. 그건 소위 말해 저보다 나이 어리고 멍청하다 생각한 맞선임에 대한 제 삐뚤어진 언행이 원인이었을 겁니다.  이거 타이핑 시켜놓고 저기 걸레질 시키면서 냉커피3잔 부탁하는 간부들이 밉기도 했습니다. 멘탈강하다고 자부하던 편이었는데 짜증이 얼굴로 종종 들어나기도 하고.. 이래저래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도 몸은 솔직히 편했습니다. 일,이등병때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훈련량이 꽤나 많았습니다. 대대,중대 전술훈련에 군단 훈련에 심심하면 걸리는 전투준비태세 덕에 시간은 잘 갔습니다. 그러다 또 우연하게 파병을 가게되었고 훈련기간까지 합치면 거의 10개월 정도 다녀왔네요. 남은 정기휴가 3개 나가니 군생활은 끝났고 어제 집에 돌아왔습니다.
 입대했을 때는 23살의 제가 무엇인가 깨우칠 줄 알았습니다. 이성보다는 감성이 앞서있던 제가 싫었고, 군대가서 철들고 나면 어떤 사안을 냉철히 다룰수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뚜렷하지 못하던 목표가 생길 줄 알았습니다. 입대 전에는 CPA를 준비할지 행정고시를 준비할지 고민했는데 따지고 보니 이건 고민을 위한 고민이었고, 목표로 향하는 길은 아니었습니다. 또 어떤 공부던지 능히 해낼 줄 알았습니다. 흔히 머리가 굳는다고들 하는데 의지로 해결할 줄 알았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없던 의지가 전역후에는 생길거라 기대했습니다. 어제 전역하고 나서 집에 왔는데 모든게 똑같습니다. 제가 사놓고 보지 않아 먼지 쌓인 책들도 그대로이고 낡은 집 기둥도 그대로입니다. 저도 그대로입니다. 아니 친구들의 합격소식이나 졸업소식이 배아퍼서 SNS도 차마 하지 못하는 못난 놈이 되었네요. 이제 복학을 해야하는데 앞으로의 공부나 사회생활이 두려운 것은 전역 후의 제가 생각보다 이룬 것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전역하기 전 날 밤, 잠을 엄청 설쳤습니다. 고민스럽고 무서웠습니다. 대학교신입생 시절 선배가 군대란 여자는 갖지못할, 흔들리는 청춘의 마지막 안식처라 한 말이 이해가 가네요. 드디어 전역은 했으나 기쁘지 않으며, 내가 전역이라 느껴지지 않는 것은 입대 전의 방황이 아직도 끝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진짜 인정할 수 있는 전역은 목표를 찾고 그걸 향해 의미있는 첫 시작을 할 때서야 이룰 듯 합니다.
 두서없이 쓴 글, 밀게에 적합하지 않은 내용이라 생각되기도 합니다. 다만 밀게에 접속하시는 분들이 대개 군생활을 해보시거나 하시는 분들이기에, 이런 고민 한번쯤 해보셨을거라 생각되서 글을 써봤습니다. 지금 군생활을 하거나 앞두신 모든 분들이 전역하셨을 때는 이런 고민을 해결하시고 진짜 '전역' 하시기를 소망합니다.  저 역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제 인생의 군 생활을 계속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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