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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맞는 사람들...영화 클래식 보고 드는 생각
게시물ID : movie_2303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핸리
추천 : 0
조회수 : 473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1/17 09:50:54
 
비를 맞는 사람들

"우산이 있는데 비를 맞는 사람이 어디 저 하나뿐인가요?"

얼마 전 조금 무료한 저녁에 우연히 "클래식"이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2003년도에 나온 영화이니 10년이 지난 영화네요. 과거의 사랑과 현재의 사랑이 바하의 푸가의 선율처럼 서로 다른 사랑이 엉키지 않으면서 "클래식"하게 연주되는 영화입니다.
...
영화의 한 장면입니다.

비가 심하게 몰아치던 오후, 학교 캠퍼스에 있던 지혜(손예진)은 비를 피해 나무 아래 잠시 몸을 피합니다. 그 때 우연히 지혜가 좋아하던 학교 선배 상민(조인성)이 그 옆을 지나치다 그녀를 발견하고, 우산이 없던 둘은 상민의 자켓을 우산삼아 비를 피해 이동합니다.

어느날 지혜는 우연히 상민의 우산을 학교 매점에서 발견하고, 함께 비를 맞던 그날, 상민이 우연히 지혜를 만난것이 아니라 우산을 매점에 버려두고 (매점 누나에게 주고) 비를 피해있던 지혜에게 달려 온 사실을 알게됩니다. 상민이 매점에서 우연히 비를 피하고 있는 지혜를 보고서, 자신의 우산을 버려두고 그녀에게 달려간 것입니다.

이제 우산으로 인해 상민의 마음을 알게된 그 날, 지혜는 상민의 우산을 들고 상민에게 달려갑니다. 밖에는 비가 오고 있었지만, 그녀는 상민의 우산을 펼쳐들고 가지 않습니다. 오는 비를 맞으며 우산을 그저 손에 든 채 상민에게 달려갑니다. 그것을 본 매점언니는 소리 칩니다. 왜 우산을 쓰지 않고 비를 맞니?

지혜가 대답합니다.

"우산이 있는데 비를 맞는 사람이 어디 저 하나뿐인가요?"

상민이 그렇던 것처럼, 지혜 역시 비오는 날 우산을 펼쳐들지 않고 그저 오는 비를 맞으며 상민에게 달려갑니다.

그렇게 둘은 비오는 날에 그토록 필요한 우산을 버려두고 비를 맞습니다. 우산은 있었지만 둘 모두 우산을 쓸 기회를 포기하고 그녀 쏟아져 내리는 비를 온 몸으로 받아냅니다.

상민과 지혜가 비오는 날 우산을 포기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함께 비를 맞기 위해서였습니다. 함께 비를 맞기 위해서 그들에게 우산은 거추장스러운 방해물에 불과했습니다.

밖에는 비가 내립니다. 옷을 입고 비를 맞는 것은 결코 유쾌한 경험은 아닙니다. 보슬보슬 내리는 비가 아니라, 장대비 처럼 오는 비를 맞는 것은 누구에게도 추천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옷은 축축히 다 젖어버리고, 신경쓴 헤어스타일은 흉하게 망가집니다.

삶이라는 날씨 속에서, 우리는 늘 장대비가 내리는 것을 경험합니다. 그 장대비는 삶을 움추려들게하고, 좌절하게하고, 흐리는 눈물조차 잠식시킵니다. 늘 부족한 돈,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퇴보하는 민주주의, 상식이하의 종교, 갑질하는 사회, 다수와 강자의 횡포.....돌아보면 참으로 나 자신뿐만 아니라, 참으로 많은 이들이 비를 맞고 있습니다.

비맞는 이들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에게 내가 가지고 있는 우산을 씌워주는 것보다, 그들과 함께 비를 함께 맞는 것이 더욱 의미있는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함께 비를 맞으며 함께 울고, 함께 분노하고, 함께 비를 피하기 위해서 피해가는 삶.

그것이 "네 이웃을 사랑"하는 삶인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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