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은미, 조금은 덜 슬픈 꽃으로 피지 그랬습니까
보낼 수 없는 사람을 보내던 날
성애 꽃처럼 눈물이 맺혀
닦아내도 닦아내도
다시 피어나던 눈물 꽃을 기억합니다
다시는 안부도 묻지 말라던
그 냉담한 눈빛이 무서워가 아니라
삼켜도 삼켜도 내 뱉아 그리울 이름이란 걸
미리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대, 어디서든 안녕할 걸 알지만
이런 나, 어디서도 안녕하지 못함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 알고 감히 그대 이름 삼켜보았습니다
보낼 수 없다는 걸 알면서 놓았을 때
이미 내 몸엔
눈물 먹고 흐드러진 눈물꽃 천지였는데
알고도 삼킨 그대 이름이 목에 걸려
죽을 만큼 아팠습니다
빛고운 수국 같은 그대가
빛아린 슬픔으로
내 가슴에 피어나던 그날 이후
줄곧 나는 그렇게 살았습니다
눈물꽃 처음 피던 그날 이후
아프지 않아도 되는 날조차 그렇게
많이도 아팠습니다
그런 그대,
눈물이 밥이 아닌
기억이라도 먹고살게
조금은 덜 슬픈 꽃으로 피지 그랬습니까
손계숙, 빈 가슴에 피는 안개
못내 아쉬운 언어로
남겨논 유언들이
몸의 속살을 비우면서
풀어 풀어내는 몸짓입니다
지울 수 없는
발가벗은 아픔은
딱지앉은
찬란한 슬픔이 되어
그대 가슴에
풀꽃 향내처럼 바스락거리고
길잃은 당신의 추억 한 채
몸 섞어 흐르는 안개비 사이로
온 몸을 휘감아 돌며
목에 차오르는 기억들
자욱히 자욱히 게워냅니다
유나영, 보고싶은 내 사랑 당신
이신옥, 슬픈 거짓말
조하익, 나 이제 그리움의 날개를 접으련다
방황했던 과거 속에서
울어야했던 날들을 생각한다
내 삶에서 무뎌진 계절은
진한 풀빛세상을 노래하지만
나는 그리움에 흔들렸던 어제를 생각한다
비 내리는 공원을 걸으며
거리로 쏟아지는
알 수 없는 수식어들을
풀 지 못해
벤치에 앉지 못하고
서성대야만 했던 날들
불면으로 지샌 밤
그 수많은 날들을 이제는 잊고 싶다
너로 인해 계절의 색깔마저도
놓쳐버린 삶들이
푸석하고 검은 잿더미 속에서
아픈 말들로
나를 찾을지라도
나 이제 그리움 너로 인한
힘들었던 날들
호접(胡蝶)의 날개를 접으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