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에 결혼을 앞두고 있는 30대 중반 예비 신랑입니다. 예비 신부인 여친은 6살 연하구요.
한창 결혼 준비중인데 오늘 많이 힘들어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됐네요
여친은 1년 3개월 정도 만났습니다. 연애 중간에 성격 및 가치관 문제로 한달정도 헤어졌다가 다시 만났어요
다시 만나면서 앞으로 더 잘해주고 잘 맞춰주겠다 다짐하고 결혼까지 약속했죠
저는 직장인이고 여친은 현재 무직상태입니다. 원래 여친이 비정규계약직으로 박봉으로 일을 하고 있었기에 차라리 따로 취업에 도움되는 자격증이라도 따서 적당한 정규직으로 취업하는게 좋겠다고 제가 권유를 해서 계약기간만 채우고 일을 관뒀습니다.
결혼 준비는 작년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여 결혼식장 및 스드메 가계약, 신혼여행은 중도금까지 낸 상태입니다.
집은 저희 집이 형편이 좋지않아 부모님이 전혀 도와주실 여력이 안되셔서 제가 모은돈(9천) + 전세자금대출(5~6천)로 신축빌라 전세로 구하기로 했지요.
여친은 모아놓은돈이 없었지만 여친 부모님께서 결혼자금으로 3천을 지원해준다고 하더군요. 여친은 거기서 혼수비용 좀 아껴서 천만원 정도 집값에 더해서 구하자고 했고 저는 그런 생각이 너무 기특하고 고마웠습니다.
그래서 요즘 한창 집을 알아보러 다니는데 그 과정에서 여친과 몇번의 트러블이 있었지만, 그래도 그때마다 서로 잘 이야기해서 극복해나갔습니다.
저도 그렇고 여친도 그렇고 집을 알아본적이 없어서 집 보는 노하우나 이런것들이 전무한 상태에서 주변 조언이나 인터넷등에서 정보를 얻어 집을 구하러 다녔었어요.
여친은 일단 저희집(시댁)이나 본인집(친정)에서 떨어진 위치를 선호했습니다. 저도 딱히 그런부분은 중요치 않기에 여친의 생각대로 알아보곤 했는데 집값이 생각보다 비싸더군요.
처음에 책정했던 금액대로는 원하는 집을 찾기가 참 어려워보였습니다.
그래서 결국 서울지역 보다보니 저희 동네 근처가 가격대비 집 상태가 훨씬 나아보여서 알아보는 지역을 바꿔서 보러다니게 되었는데 정말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아서 보고 왔는데 그때 바로 가계약이 라도 걸어놓지 못한게 화근이었습니다.
전 이튿날 뒤에 아침일찍 다시 한번 더 보러가서 계약을 할 계획이었는데 그 사이 다른쪽에서 이미 가계약을 걸어버렸더라구요.
집 알아본 경험이 부족했던거죠. 그때 저한테 여친이 여러말로 나무라더군요.
집 알아보러 다니기 직전에 저는 주변에 들은 조언들(집이 맘에들더라도 바로 계약하는거 아니고 신중해야한다. 낮에도가보고 밤에도 가봐야한다. 첫번째랑 두번째 봤을때 느낌이 다를 수 있다. 계약상 서류 처리 절차에 잘 모르면 부모님과 함께 알아봐라 등등) 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는데 저보고 너무 여유부려서 빨리 계약을 안해서 놓쳤다는 등 제 탓을 하더군요. 저도 나름 서두른다고 한건데 그런식의 말을 들어서 속상했지만 여친도 속상했을거 이해하니깐 그때도 이야기를 잘 해서 풀었어요.
문제는 토요일이었습니다. 여친과 오전부터 만나서 저희집 근처 지역으로 집을 알아보러 다녔어요. 5군데 정도 돌아봤는데 여친은 한군데(A집)가 마음에 들었었나봅니다. 제 기준에서는 그날 본 집들중엔 제일 나았지만 그렇다고 계약하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썩 들진 않았어요.
여친은 요즘 집 구하기도 어렵고 집들이 워낙 빨리 계약이 되니까 조급함도 있어서 계약을 했었으면 했나봅니다.
근데 이미 여러군데를 보고 온터라 여러 집들에 대한 기억이 섞여서 어땠는지 가물가물하기도 하고 그래서 A집을 한 번 더 보고싶은 생각에 마침 저희집이 부근이라 저희 어머니와 동행을 해서 보러가기로 했습니다. 아무래도 어머니가 집 계약 많이 해본 경험이 있으시니 같이 보는게 도움이 될꺼라고 생각을 했었으니까요. 여친도 동감하는 부분이었구요.
A집은 14~15평 정도되는 투룸이었는데 저는 역시나 그냥 확 끌리진 않았고 여친도 그런눈치였으나 집구하기 어려운터라 그냥 계약했었으면 하는 눈치였어요. 그런데 어머니는 아무리 신혼부부 집이라지만 너무 좁고 불편해보인다고 다른데 더 알아보는게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그 집을 나오고나서 어머니께서 이전에 계약을 몇번 해보셨던 동네 부동산을 통해 몇군데를 안내받아 추가로 가보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 한 곳(B집)이 제 마음에 들었습니다. 물론 다 마음에 든건 아니고 제가 추구하는 부분(지하철역에서 너무멀지않고 주차자리가 확실히 보장되는)에서 끌렸지요. 어머니께서도 마음에 들어하셨구요.
다만 여친은 내부 인테리어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은 눈치였습니다. 저도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그래도 너무 나빠보이진 않았습니다. 사실 집구할때 원칙이 저도 마음에 들고 여친도 마음에 들어야 계약을 하기로 한거였기 때문에 계약은 하지 않고 나왔네요.
여친은 그냥 좀 더 알아보자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고 저도 그러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그날은 지나갔지요.
문제는 오늘이었어요. 자고 일어나보니 여친으로부터 약 100개 정도의 카톡이 와있더군요.
여친이 부모님이랑 집 알아보는 부분 관련해서 어제 일로 이야기를 나누었나봅니다.
내용인 즉슨 집 보러다닐때 본인이 마음에 들어한 A집은 어머니랑 같이 별로라고 하고 B집은 저랑 어머니랑 마음에 들어하면서 그집이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자신에게 소외감을 줬다고 하네요.
그리고 우리가 살 집인데 저희 어머니가 그렇게 하나하나 따지시는거 보니 앞으로 결혼생활에도 엄청 간섭하실 것 같다고 하네요. 저는 어머니께서 신혼인데 되도록 괜찮은 집에서 사셨으면 하는 마음에 그렇게 하신거지 결혼생활까지 터치하실 분은 아니다 라고 했지만 인정하지 않더라구요. 그러면서 시집 근처로는 신혼집을 구하면 안되겠다고 말하네요. 그 마음이 이해는 갑니다.
저는 그냥 어머니께서 어떠냐고 물어보시길래 제가 바라는 기준에 부합했기때문에 괜찮은거 같다고 대답했을뿐이지만 여친에게는 그게 압박처럼 느껴졌나봅니다. 본인(여친)이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면 알아서 오빠가 어머니가 마음에 들어하시는거 컷트했어야 하는거 아니냐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물론 그 부분에 대해서 중간에서 그렇게 행동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지금도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근데 문제는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저희 가족 경제관념에 대한 이야기까지 꺼내더군요. 그 이야기는 예전에 헤어지기전에도 크게 한번 싸운적이 있습니다. (저희 부모님 노후가 준비되지 않아서 걱정이다. 우리 부모님은 다 준비해놓으신 상태다라고 이야기를 했었지요)
여친 집안은 매우 검소한 편입니다. 여친부모님께서는 노후준비가 다 되어있으신 상태라고 여친이 말하더군요. 여친 집안에서는 대출받는 것에 대해 민감했었는데 여친 부모님께서는 집구하기이전부터 3천이상 대출 받는거에 대해 반대하셨고 그냥 돈 되는대로 좁은데라도 구해서 시작하길 바라셨어요. 하지만 여친과 저 둘이서 최대 7천까지는 대출 받아서 구하기로 저희끼리 합의를 한 상태였어요.
저희 집안도 검소한 편이긴 하나 여친집안에 비할정도는 아니었죠. 결혼에 지원해주실 돈은 없지만 그렇다고 빚이 있거나 그런건 아니구요.(저희집을 작년에 전세에서 매매로 전환하게되면서 여유돈이 전혀 없으세요.) 다만 저희 부모님은 노후준비가 거의 되어있지 않으십니다. 그동안 자식들 뒷바라지하시는데 올인하셔서 본인 노후를 못챙기신거니까 제 입장에서는 안쓰럽고 죄송스럽죠. 예전에 여친이랑 헤어진게 저희 부모님 노후가지고 저희집을 좀 아래로 깔아보는듯한 이야기를 해서 싸움이 생기면서 그렇게 된 거였거든요. 제가 그때 화를 내니깐 여친은 저보고 자격지심부린다고 했었어요;
어쨌든 저희 어머니께서 집을 돌아보신 후 대출을 1~2천이라도 더 받아서 좀 더 괜찮은데 갔으면 한다고 하셨어요. 여친은 그 부분에 대해서 자기집이랑 저희집이 경제관념이 정말 안맞는거 같다고 우리가족보고 무한긍정이라고 그러네요. 자기집에서는 형편에 맞게 좁은데서 시작했으면 한다고 그러면서요.
그리고는 집 구하는데 도움도 못주시면서 이래저래 간섭하시는건 아닌거같다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저도 그 부분에 대해서 사실이긴하지만 그래도 기분이 너무 나쁘더라구요. 그런식으로 따지면 저도 여친한테 본인이 모아놨던 돈도 없어서 부모님한테 결혼자금만 지원받으면서 그렇게 이야기 하는 건 좀 아니지 않냐 라고 할 수도 있지만 당연히 그렇게 말하면 안되는 것을 알기에 거기에 대해서는 아무말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자기 주변에는 부모님들이 결혼 자금 도와준 사례가 많은데 오빠네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 주변에 많은거 같다고 이런식으로 이야기를 하네요... 제 친구들도 결혼할때 대출 많이 받아서 지금은 다갚은 친구도 있고 아직 갚고 있는 친구도 있지만 다들 열심히 잘 살고 있습니다.
저도 기분이 나빠서 그럼 대체 우리 형편에 맞는건 어느정도라고 생각하냐고 하니 1억5천~6천 정도라고 하네요. 저는 속으로 거기서 1~2천 더 받으면 형편에 안맞는거냐 라고 묻고싶었지만 참았습니다. 근데 거기다가 대고 형편에 맞게 살아야지 그런식으로 대출받아서 가는건 자기 주변에서 다 황당해 한다고 하면서 저희가족보고 허세가족이라고까지 하더군요;;; 저희집에서 신혼집을 무슨 비싼 아파트 완전 빚 몰빵해서 구할려고 한 것도 아니고 금액 조금만 더 올려서 마음에 드는곳 구해보자고 한게 허세가족이란 소리까지 들어야되는지 모르겠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전혀 본인 뜻만 내세우고 들을 생각을 안하네요.
제가 8천~9천 정도 대출받으려고 한게 그렇게 욕심을 부린거고 허세가족이란 소리까지 들어야하는건가요?
보통 부모님지원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결혼하는 분들 이정도 혹은 그이상 대출 받으시지 않나 생각하는데요. 저는 충분히 갚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세상에 대출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있나요...
그리고 제가 차가 있는 관계로 현재 부모님과 살고있는 집에서 겹주차로 인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왔던터라 신혼집볼때 주차가용률 을 많이 따졌던거 때문인지 여친이 저보고 차라리 차 없는 사람 만나는게 편했을거 같다라는등... 매우 기분나쁘고 실망스러운 이야기들을 들었네요.
일단 여친은 본인과 저희 어머니와의 사이에서 제가 어제 중간역할을 잘못한거에 대해 사과를 받고 싶었다고 했지만 거기에 덧붙여 했던 인신공격성 발언들이 너무 기분나빠서 제대로 사과할 기분이 들지 않더군요. 그리고 이렇게 경제관념이나 가치관이 안맞으면 결혼못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결혼 비용들어간거 중에 신혼여행 비용은 현재 환불이 거의 안되기에 본인이 입금했던 중도금 반을 입금하라고 계좌번호를 주네요;;;
참고로 여친이 귀가 참 얇은 편이에요. 본인이 어떻게 해야겠다라고 생각했어도 어디서 얘기를 듣고는 금새 태세가 바뀌어버립니다. 이번 신혼집 구하는 일도 처음에는 대출에 어느정도 긍정적이었다가 그사이 주변이야기(부모님,지인,친구등)를 듣고 생각이 바뀐거지요. 신혼집을 시집근처에 구하면 안된다 라는 말도 들은거 같구요. 그리고 쉽게 짜증내고 다혈질 성향이 좀 있지만 평소에 좋을때는 너무 잘 맞았기에 그런 부분은 감수하고 만났었어요.
저는 지금 파혼을 해야하나 아니면 잘 다독이고 달래고 맞춰줘서 결혼을해야하나 하는 고민에 계속 빠져있습니다.
결혼 하신분들께 묻고 싶네요. 정말 이렇게까지 인신공격적인 말을 듣고도 자존심 다 내려놓고 참고 넘겨서 결혼을 하는게 맞는건지요...제가 너무 나약한건가요? 정말 결혼에 대해 회의감이 드네요.
오늘 그상태로 연락은 따로 안하다가 밤에 톡을 보냈습니다. 내일 저 퇴근하고 만나서 이야기를 좀 하자구요. 그런데 여친은 됐다 그럴필요 없다고 하네요. 그래도 일단 찾아가서 어떻게든 이야기는 해볼 생각입니다. 어떻게든 결론이 나겠지요.
지금 제 상황에 대해 기혼자분들이나 결혼을 앞두신 분들께서 조언을 주시면 너무 감사할것 같습니다.
날 밝으면 출근인데 새벽까지 잠이 안오네요. 모두 힘내시는 월요일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