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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김종인 대표는 분명히 문 전 대표에게 싸인을 보냈습니다.
게시물ID : sisa_72133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헐이거머임
추천 : 12
조회수 : 1186회
댓글수 : 12개
등록시간 : 2016/04/14 12:40:00


은퇴할 생각 하지 말라구요.



보통 선거가 끝나고 나서 나오는 첫 공식 발표는 원론적인 이야기들로 구성합니다.

승리했으면 국민께 감사하다, 여권(야권)에 대한 심판이었다, 정치를 바꿔 나가겠다, 주요 공약을 지키겠다 등등...

패배했으면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쇄신에 매진하겠다, 매서운 회초리를 실감했다 등등...


그런 점에서 오늘 김종인 대표 메시지는 9할이 전형적인 감사치레였습니다만,

눈에 띄는 부분은 마지막 세 줄입니다.


"문재인 전 대표께서도 고군분투 수고하셨습니다.
수도권에서 우리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데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일단 이 양반이 정치적 고수라는 전제 하에, 이 세 줄을 분석해봅시다.


1)고군분투 수고했다.

"고군분투"의 뜻이 뭔가요?

네이버 한자 사전엔 3가지 뜻이 있습니다. 그 중 3번에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③적은 인원()이나 약한 힘으로 남의 힘을 받지 아니하고, 힘에 벅찬 일을 극악스럽게 함"

문재인 전 대표의 마지막 이틀 일정이 어디었나요?

호남이었습니다.

문 전 대표가 호남에 갔을 때, 당내 기류는 사실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반대하는 쪽도 많았고, 애초에 "친노 좌장" 문재인에 대해 피로감을 느끼는 곳에 더 가봤자다.. 라는.

이 상황에서 문 전 대표는 정면돌파합니다. 노무현이 그랬던 것 처럼, 사자성어 그대로,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 상황에서 자신이 결자해지하겠다는 뜻으로..

그리고 그 자리에서 분명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호남이 지지하지 않으면 은퇴하겠다"

그리고 이 메시지가 바로 2)로 이어집니다.


2)수도권에서 우리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데 큰 도움을 줬다.

선거 유세 일정을 돌아보면 좀 뜬금없는 말입니다.

물론 문 전 대표가 수도권 후보들의 유세를 지원하긴 했지만,

딱히 선거기간 내내 수도권을 놓고 뭔가를 전략적으로 한건 없습니다.

그냥 으레 하던 수준의 선거 지원 말고는...

오히려 문 전 대표는 1)에서도 얘기한것 처럼 호남에 집중했죠.

그런데 김종인 대표는 왜 그의 공적이 "수도권의 지지자 결집" 이라 했을까요?

성향상 수도권 유권자들에겐 중도 성향의 김종인 자신과 그로 대표되는 중도적 행보가

더 도움이 됐으면 됐을텐데 말입니다.

그가 만약 향후 더민주 내부의 헤게모니를 노린다면 자신의 공적을 치켜세워야죠.

헌데 김종인 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에게 좀 의아한 공치사를 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문 전 대표의 '전략'과, 김-문간의 상호 교감 정도를 볼 수 있습니다.

어제 개표방송을 jtbc로 보신 분들은 들으셨겠지만(2부에서요),

한 패널이 그렇게 얘기했습니다.

"사실상 문재인 대표의 배수진(은퇴 발표)은 호남보다 수도권을 겨냥한 이야기이다"

사실 각 정당은 여론조사 발표 금지 기간에도 지속적으로 자체적인 여론 조사를 합니다.

그 자료를 바탕으로 선거 전날까지 유세 전략을 짜고 선거 운동을 하는거죠.

선거운동 말미가 되면서 더민주에 대한 호남 민심이 갈수록 안좋아집니다.

이유야 더민주 내부의 공천 갈등, 호남 토호세력의 수구화 등 여러가지가 있겠습니다만,

어찌됐든 객관적인 데이터가 이야기하는 바로 호남에서 더민주는 위험했던거죠.

그런데 여기서 참 운명이라 해야 할지, 문 전 대표의 신의 한 수 였던건지.

그간 문 전 대표의 행보-안철수 탈당 후 깜짝 인재영입 시기부터-는 정확히 수도권 표심을 노린 바였습니다.

수도권 표심이 어떤 표심이냐,

여기는 호남이나 영남, 충청같이 어떤 지역주의나 연고주의가 표를 가르는 곳이 아닙니다.

수도권은 지방보다는 상대적으로 후보 개인의 자질이나 능력, 그리고 정당이 제시하는 비전을 봅니다.

새누리당은 이에 대해 아무런것도 보여주지도 못했고, 주제파악도 못했습니다.

그에 비해 문 전 대표는 깜짝/파격 인재영입으로 인적 쇄신 의지를 보여주고,

김종인을 영입해 중도까지 아우르는 수권 정당의 비전을 보여줬고,

그 김종인에게 전권을 주고 자신은 깨끗하게 물러남으로서 '쇄신'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그 약빨이 조금 떨어져간다 싶을때, 호남의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수도권 지지자들에게

'내가 이렇게 힘들다'는걸 적극적으로 어필했던거죠.

물론 이것만이 결정적이었다고 할 순 없습니다

(수도권의 야권/중도 지지자 상당수는 지역구 후보는 더민주, 정당은 국민의당으로 주는 교차투표를 많이 했으니까요)

하지만 분명 주요 변수 중 하나였다 라고 판단됩니다.

바로 이래서 김종인 대표는 뜬금없이 문 전 대표의 공을 "수도권 지지자 결집"이라고 한거겠죠.


자, 그런데 이 얘기들이 어떻게 문 전 대표에게 주는 "싸인"이 될까요?

정치인의 입에서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는 많은 시간을 들이고 공을 들여, 철저하게 계산된 말입니다.

특히 공당의 공식 브리핑이라면 더더욱 그렇죠.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 데에는 수많은 이유와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그 모든걸 제끼고 김종인 대표가 공식 언급한 공치사는 문재인 전 대표로 끝입니다.

사실 문 전 대표 말고 딱히 공치사를 할 정도로 결정적인 기여를 한 사람도 없구요.


개인적으로 봤을 때 이제 김종인 대표 행보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 시작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예측합니다.

(내 500원 걸겠음)

그리고 내년 말 대선때 문 전 대표 당선되면,

올해를 돌아보며 아마 "김종인을 들인게 신의 한수였다"고 평가할겁니다.

개인적으로 앞으로 김-문 콤비 플레이가 어떤 갈등과 어떤 협력을 보여줄지 기대되네요.

출처 내머리, 더민주당 공식 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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