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태구 기자=현대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펼치고 있는 ‘제 값 받기’ 전략이 유럽에서는 통하지 않는 모양새다. 제값 받기 정책이 유럽 자동차 시장의 실제 거래 과정에선 이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이유는 유럽 지역 자동차 판매가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어서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는 업체간 인센티브 경쟁이 도를 넘은 가운데 현대차도 상상 이상의 인센티브 정책을 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는 최근까지 프랑스 지역에서 차를 한 대 사면 한 대를 더 주는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예를 들어 2만9619유로의 ix35를 소비자가 구입하면 1만120유로의 가격으로 판매되는 i10을 1유로에 제공하는 판매 정책을 시행한 것. 이른바 ‘원플러스원’ 행사인 셈. 이는 지난 5월 유럽 주요 5개국의 인센티브인 대당 2518유로를 훨씬 넘어서는 수치다.
스페인에서는 ‘Spain scores, you win’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컨페드레이션스컵에 참가한 스페인 대표팀이 기록한 1골 당 최대 150유로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따르면 총 15골을 넣은 스페인 대표팀 덕분에 현대차를 구입한 스페인 고객들은 각각 2250유로를 추가로 환불받을 수 있게 됐다.
물론 이는 현대차 현지 법인 차원의 결정이 아닌 현지 딜러사의 직접적인 정책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유럽 내 판매 활성화를 위해 현지 법인 차원이 아닌 현지 딜러들끼리 각양각색의 인센티브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며 “하지만 일부 지역의 경우 현지 딜러들의 무리한 인센티브는 제재를 가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의 원플러스원 행사는 현대차 이미지 제고를 위해 법인에서 막아 실제로는 1대도 출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와 달리 이들은 유럽 내에서 판매에 대한 어느정도 자유로운 결정권을 가지고 있어서 신문이나 방송에 따로 광고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인센티브 정책을 펼치며 판매를 이끌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유럽 각국 정부나 자동차 딜러들이 잇달아 제공하고 있는 각종 자동차 구입 인센티브는 사실상 유럽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매의욕을 유발하는데 큰 효과가 있다. 뿐만 아니라 특히 제조업체나 딜러들이 제공하는 이들 인센티브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구입 브랜드를 바꾸도록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로서는 경쟁 업체들의 할인 공세로 인해 울며겨자먹기로 인센티브 규모를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럽자동차제조업협회(ACEA) 조사에 따르면 올 1~6월까지 유럽연합(EU) 지역의 자동차 총 판매실적은 전년동기 대비 6.6% 감소한 620만4990대로 집계됐다. 판매 1위 업체인 폭스바겐그룹을 비롯해 PSA그룹, 지엠은 물론 다수 업체들이 유럽의 경기 불황에 판매량이 감소했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동안 22만3594대를 판매해 전년(23만1997대) 보다 3.6% 감소한 수치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폭스바겐그룹과 BMW, 메르세데스 벤츠 등 럭셔리 브랜드를 제외한 업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푸조의 경우 인센티브가 전년대비 33% 증가해 산업평균 대비 1.2배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가장 높은 오펠의 경우 1.4배 수준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도요타도 1유로에 합금 휠, 주차 카메라와 냉장 글로브 박스 등을 포함한 5000 유로에 상당하는 부품 및 제품을 고객들에게 인센티브로 제공한다.
상황이 안좋다보니 제 값 받기는 커녕 ‘어떻게든 많이 팔아야 한다’는 전제하에 생존을 건 피 말리는 무한경쟁이 펼쳐지며 ‘치킨 게임’으로 치닫고 있는 것.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