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아이돌의 강점은 확실한 고정 지지층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슈몰이나 시청률 면에서 프로그램에 도움이 되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래서 많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들을 게스트로 초대하여 시청률 상승을 노리는 것이고요.
비단 예능 뿐만이 아니라 드라마, 영화 등 수많은 분야에서 그런 모습이 보이지요.
물론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할 경우 논란이 일어나기도 하지만요.
분명한건 대본이 있거나 어느 정도 틀이 짜여져 있는 경우에는 아이돌 멤버들은 충분히 긍정적인 역할을 해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무도같이 멤버들 간의 순간적인 작용과 반작용, 순발력 등을 요하는 경우 이들의 일천한 경력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수 있습니다.
아이돌 멤버의 예능감을 폄하하고 싶지는 않지만, 수 년에서 십 수년간 예능으로 다져진 예능인들과 그 궤를 같이하기는 힘듭니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우리 나라 방송 문화가 아이돌은 뭔가 떠받들어주고 대접해줘야 한다는 강박증이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무슨 원로 방송인처럼 어려워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아마도 이들이 아이돌로서 이미지 관리를 해야 하는 부분을 존중하는 것도 있겠고,
또한 잘못 건드렸다간 팬덤의 집중포화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인것 같은데,
어쨌든 이때문에 아이돌 본인이든 이들을 대하는 예능인이든 언행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단발성 게스트 같은 경우 그 회차의 컨셉에 맞게 고정 멤버들의 노력으로 충분히 재미를 뽑아낼 수 있으나
이들이 고정으로 들어와 버릴 경우 자칫 겉도는 모래알을 섞어 찰흙 반죽을 하는 꼴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그럼에도 아이돌 고정 멤버로서 예능에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낸 경우도 있는데,
과거 패떴에서 활약한 빅뱅의 대성이나, 청춘불패 1기 아이돌 멤버들 정도를 들 수 있겠습니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이들의 공통점은 "융화" 입니다.
대성의 경우, 인기 그룹 빅뱅의 멤버이나 점잖을 빼거나 이미지 관리를 하기보다는 스스로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소탈한 모습을 보이며
주변 예능인들과 잘 섞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청춘불패 1기의 경우, 상대적으로 재미가 떨어져 폐지까지 가게 된 그 다음 기수와의 가장 큰 차이 또한
아이돌 멤버와 다른 예능인들(김신영 vs 이수근)과의 케미 유무에 있었습니다.
청춘불패는 1기 이후 아이돌끼리의 친밀도와 더불어 다른 예능인들이 이들과 잘 섞여들어가지 못했기 때문에 빠른 종영을 맞았습니다.
이쯤에서 우리는 무한도전의 막내 멤버 광희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됩니다.
많은 분들께서 지적하신 사항을 추려보면 급 나누기, 웃음소리, 진행 능력, 순발력, 멤버들과의 케미 등등을 꼽으십니다.
그런데 결국 이 모든 것들의 원인은 한 곳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어찌 보면 광희의 능력, 경력 등은 정말로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비록 주관적이지만, 아이돌 고정멤버로서 역할을 잘 수행한 케이스들을 보고 판단컨대, 핵심은 녹아듦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청춘불패의 경우 서로 비슷한 아이돌끼리 모여서 가능했던 녹아듦과 자연스러움이었다면,
무도에서는 패떴의 대성과 같이 아이돌로서의 정체성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고,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소탈한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런데 문득 떠오르는게 있습니다. 광희의 예능 패턴이라고 돌아다니는 짤 말이죠.
급 나누기, 임시완 드립, 성형, 질투, 소속사.....
모두 직간접적으로 본인의 아이돌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있는 행위들입니다.
이 모든 것들을 시청자들이 불편해하는 것이 과연 우연일까요?
그렇습니다. 광희는 식스맨 프로젝트로 정식 무한도전 멤버가 되었지만,
여전히 아이돌로서의 끈을 놓지 않고 프로그램 안으로 자꾸만 끌어들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기존의 무한도전 멤버들은 광희와 나이 차이도 많이 나고, 살아온 배경도 다른 사람들이고, 경험도 다릅니다.
그럼에도 광희는 무한도전에서 1년동안 위의 것들을 버리지 못하고 겉도는 길을 자초했던 셈입니다.
무한도전의 시청자들은 광희에게 묻고 있습니다.
영원한 아이돌 게스트로 남을지, 진정한 무도 멤버로 녹아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