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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비잔티움 제국사(2) - 아우게아스의 외양간
게시물ID : history_722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리볼버오셀롯
추천 : 5
조회수 : 652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3/01/15 20:33:08

http://cafe.daum.net/shogun의 마법의활 님이 쓰신 글입니다.

 

서기 284년. 디오클레티아누스가 제국의 유일한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가 된 시점의

로마 제국은 말할 것도 없이 최대의 위기 상태였습니다.

거의 반 세기가 약간 더 넘는 세월 동안 제국은

재정난 -> 중과세 -> 악화의 발행 -> 화폐의 평가절하 -> 살인적 인플레 -> 납세 능력의 저하 -> 내란 ->

진압 혹은 외세의 침공 -> 늘어가는 방위비 -> 재정난 ->.....

의 악순환을 겪으며 날로 쇠패일로의 나날을 달리고 있었습니다.

이런 악순환은 제국에 정치 불안정을 가중시켰고, 그로 인한 정치 불안정은 또다시 저 악순환을 강화시켜줌으로써 더욱 가중됩니다. 어쩌면 정치 불안정이 먼저였는지도 모르지만요.

디오클레티아누스의 전임자들 역시 이 상황을 타개해나가고 싶었지만, 그러기 위해선 힘과 권위가 필요했습니다. 그것을 얻기 위한 도구로, 황제들은 군부의 지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그럼 그 돈은 어디서 나오는가? 뭘 고민하냐. 만들면 되는 거지.

찍어내고 보자. 필연적으로 이는 살인적 인플레로 가는 길에 더 강한 흐름을 보태주었습니다.

정치 불안정을 타개하고자 한 황제들의 군부의 지지 얻기 활동은 아이러니칼하게도 종국에는 더 큰 정치 불안정을 불러왔습니다. 결국 3세기의 황제들은 저 죽음의 순환 구도를 깨어내지 못한 채, 자신들의 비참한 최후를 통해 거기에 대한 책임을 질 수 밖에는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제국의 과제를 해결하기란, 저 아우게아스의 외양간을 치우는 것보다도 훨씬 더 어려운 문제로 생각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를 디오클레티아누스가 어떻게 해결했는 지에 앞서,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을 품게 됩니다.

불세출의 천재라는 카이사르가 만들고 정치 천재라는 아우구스투스가 완성한, 누구 말에 의하면 때만 되면 천재들이 나오고 구원 투수 황제도 알아서 나왔던 저 저력의 제국이 어쩌다 저런 악순환에 빠지게 되었을까?

자. 구원이 이르렀습니다. 한 여류 작가님이 시원스레 답을 해주십니다.

“로마가 로마답지 않아서.”

...................

 

그럼 로마다운 게 대체 뭘까? 순간의 어려움에 부딪혀 본질을 포기하지 않는 것?

그렇다면 그 본질이란 것은? ( “로마인 고유의 근성”? 설마 그게 라틴어? )

그리고 극복하는 것을 좀 미뤄도 되는 “순간의 어려움”이란 건 과연 무엇일까?

자...... 복잡한 역사를 벗어나 잠시 우리가 사는 현실로 돌아와봅시다.

남자 “지금의 넌 너답지 않아.”

여자 “대체 당신이 말하는 나다운 게 뭐에요!!!!”

그 뭐냐 치정 관계를 다루는 드라마에서 저런 대화가 자주 나옵니다. 그럼 여자가 여기서 왜 화를 내고 있을까요? 그 “답다”는 것을 통해 남자가 자기가 바라는 이미지로 자신을 마음껏 정의해버리고, 그것을 통해 자신을 통제하려는 교묘한 술수를 꿰뚫었기 때문입니다.

자. 다시 논점으로 돌아와봅시다. 로마는 왜 저 죽음의 사이클에 빠져들게 되었는가?

그것은 바로 오래된 모든 제국과 국가에 작용되는, “한계 수익률의 법칙” 이 그 원인이었습니다.

그럼 이 한계 수익률 저하라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여기에 대해 설명하려면 본문 몇 개를 가지고도 부족하니

 

 

(그냥, 저 한계 수익률이란 게 뭔지는 로마 토탈워 게임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자금을 잘못 운용하다보면 언젠가는 돈이 -로 떨어져서 물건도 못짓고 군대도 못 뽑을 때가 오고야말죠. 물론 로마 토탈워는 제때 제때 테크트리만 잘 타주면 태평 성대 몇백년은 일도 아니지만..... 현실에서는 치트 키도 없었고 테크트리도 알아서 탈 수가 없었습니다. )

고래로 팽창하는 모든 고대 제국의 체제는 다음과 같은 문제에 봉착했습니다.

1. 언젠가는 강력한 경쟁자 혹은 야만족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경쟁자 혹은 야만족들을 거꾸러뜨리는 데 성공하지만, 성공한다한들 언젠가는 또다시 강력한 경쟁자와 야만족을 만나게 된다. 그들과의 투쟁은 재정난에 부담을 가중시키게 된다.

한계 수익률이 어느 정도 버텨줄 때 이 부담은 견딜 만한 것이 되지만, 2, 3에서 거론되는 부담으로 한계 수익률이 저하될 때, 이는 막을 수 없는 파국으로 다가온다.

사람의 몸이 면역 체계가 강할 때는 여러 세균과 공존하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세균에게 몸을 잠식당하는 것과 이치가 같다.

(그러나 대응하기에 따라서, 첫째 요인은 역으로 체제를 멸망의 구렁텅이에서 구원해주는 메스 역할을 하게 된다. 나중에 애기하게 되겠지만, 헤라클리우스 왕조 시대의 동로마 제국이 바로 그 좋은 예였다. )

2. 물자 수송과 통신에 들어가는 비용을 생각할 때, 중심지와 거리가 너무 먼 땅은 통치하기 어렵게 된다. 이렇게 되면 언젠가는 한계 수익률을 보장해 줄 팽창 정책을 포기하지 않으면 안되는 순간이 온다.

이 것은 3을 통해 타개해 나갈 수 있지만.

3. 정복한 땅에 축적되어 있는 자원을 이용하거나 혹은 개발한다.

그러나 정복자는 행정, 주둔, 방어, 개발에 드는 비용을 부담해야만 한다.

당분간은 인풋하는 것보다 아웃풋이 많고, 시간이 지날수록 물자 교류와 개발에 의해 아웃풋은 증가하지만, 그러나 어느 시점을 넘어가면 언젠가는 인풋이 아웃풋을 초과하는 날이 오고야 만다.

이 시점에서 3이 해결책이 아닌 부담으로 돌변하면, 1, 2가 3과 합쳐져서 체제를 압박하기 시작한다.

자, 다시 셋째 문제로 되돌아와보자.

정복지에서 들어오는 막대한 부를 관장하거나 혹은 정복지를 개발하기 위해 설치된 행정 조직과 군사 조직은, 일단 임무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함부로 줄이거나 감축하기가 어렵다.

언제 그 임무가 끝났는지 확인하는 건 역사가들이나 혹은 이런 문제에 대해 고도로 연구한 학문이 있는 현대 국가나 가능한 애기다. (심지어 현대에서도 구조 조정은 매우 어려운 화두가 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

구조 조정을 단행하는 결단력 있는 지도자가 간혹 나타나지만, 전반적으로 관료 조직의 팽창이라는

가역적인 흐름은 막을 수가 없다.

4. 게다가 예기지 않은 사태가 발생하면, 새로운 관료 조직이 설치된다. 한동안은 이 체제의 힘을 통해 위기를 타개해나가지만, 위기가 해소된 뒤에도 그런 조직은 쉽사리 해체되거나 원점으로 복구되기 어려운 속성을 지닌다. 이는 또다시 3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것은 일종의 카드 돌려막기다.

1은 2로 매꾸고, 2는 3으로 매꾸며, 1, 2, 3이 잘 되지 않아 생기는 비상 사태는 4를 통해 해결한다. 그러나.... 4마저도 끝내 안 먹힐 때,

4 -> 3 +4 -> 2 +3 +4 -> 1 +2+3 +4 의 도미노는 드디어 한 가지 만성 불치병을 제국 체제에 가져다 주게 된다. 그것은 바로, “재정난”이라는 괴물이다.

.............

일단 여기까지 제국의 생로병사에 대해 간단히 논하였습니다.

로마 제국 역시 다른 여타 제국들이 따르던 길을 충실하게 따라가던, 어떤 의미에서는 대단히 모범적인 제국이었습니다.

자...저 생로 병사의 끝은 어디로 향하는가?

1. 붕괴.

2. 혹은 또 다른 체제에 흡수당하여 타 체제의 한계 수익률을 올려주는 먹이가 되는 것.

하지만...... 이런 상황이 되면 생기는 또다른 선택지가 있습니다.

강력한 리더쉽과 카리스마, 비정한 인간성을 갖춘 체제 개혁자.

체제의 남은 한방울 힘과 잠재력까지 전부 쥐어짤 수 있는 능력이 되는 냉혈한 지도자.....

가 나온다면?

 

나...... 아주 빡센 사람이야. (척보기에도 빡세게 생겼습니다.)

로마 제국은 이 절체 절명의 기로에서 1도, 2도 아닌 또 다른 선택지를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3. 생존.

그러나 그것에는 매우 많은 대가가 따랐습니다.

많은 것이 없어지는 운명을 면한 반면, 어떤 많은 것은 없어져야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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