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은요, 이력서 쓰는 방법에 대해 좀 더 알려달라고 요청해오신 분들이 꽤 많으셔서요,
그 답변 겸 쓰는 글이니까요, 어느 분들께는 다 아는 얘기 이거나 재미없는 얘기 일 수도 있어요.
이력서 관련해서는 전문가들 글이 많을테니까 그런 걸 참고하시면 될 거구요, 전 그냥 제 생각을 얘기해볼게요.
제가 써온글들에 그 동안 달린 댓글들을 읽다보니...
취업준비생분들의 현실에 대한 막막함이 절절히 묻어나오는게 느껴져서 때때로 가슴이 먹먹하네요.
사실 제 글이 별볼일 없는 글임에도 불구하고,
뭔가 하나라도 더 알고 싶고, 접해보고 싶어서 제 글에 고맙다며 추천을 눌러주시는 분도 있구요,
반면에, 우리나라의 불합리한 사회체제에 순응을 강요하는 글이라며 불쾌해하시는 분도 있구요...
그리고, 우리나라에 수 많은 다양한 회사들이 있는데, 너무 작성자 마음대로 일반화시키는거 아니냐는 분도 있구요.
먼저, 우리나라 사회체제나 취업시장 구조가 뭔가 많이 불합리해보인다는 건 저도 상당히 공감해요.
하지만 미국이든 유럽이든 일본이든요, 성장이 정체된 현 상황에서는... 다들 취업시장이 너무너무 빡세요.
미국 대기업에서는 요즘엔 Ivy League 출신이거나 짱짱한 명문대 출신이어야 이력서 리뷰라도 된다고 해요.
몇년전에 어떤 글을 봤는데요, 하버드대학 역사학과 학부 석사 출신이 인터스테이트 컨테이너 트럭 모는 얘기였어요.
답답한 취업 현실이 안타깝지만, 사회체제에 대한 비판으로 피해나가시는건... 공감은 가지만 쫌... 그래요.
지난 글에도 잠깐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아는 얘기, 제가 듣는 얘기, 제 주위에 일어나는 얘기를 위주로 쓰다보니
제 글에는 다양한 다른 회사들의 각기 다른 풍토, 사내 문화들을 반영하지 못해요.
국내에 10개쯤 큰 그룹이 있고... 좀 더 확장하면 30대 그룹, 50대 그룹이 있고... 당연히 더 확장도 가능하죠.
각 그룹 평균 20여개쯤의 계열사가 있다고 가정해도, 1,000개가 넘는 대기업 계열사들이 있다는 얘기인데요...
각 대기업군들마다 오너의 취향이 다르고, 역사가 다르죠... 따라서 기업 문화가 상당히 달라요.
같은 그룹 산하의 계열사라고 하더라도 건설토목 업종이나, 유통업이나, IT나, 제조업이나, 서비스, 금융 등등
다양한 업종마다 서로 상당히 다른 사내 문화가 있을 수 밖에 없어요.
그러니, 제 경험은 그런 다양성의 백분의 일도 안될 수도 있겠네요.
다만 저는 제가 알고, 제가 경험하는 부분에서 글을 쓸 뿐이에요.
제 얘기가 모든 것을 대표한다고는 저 역시 생각조차 하지 않으니까요, 그 점에 대해서는 오해 없으시길 바래요.
흠...
세상에는 일을 쉽게 하는 방법들이 있어요...
좋은게 좋은거다라는 식으로요...
예를 들어서, 저와 제 팀의 간부급 직원들이 신규입사자 공채시 이력서 리뷰부터 면접까지 진행한다고 해볼게요.
가장 일을 쉽고 편하게 하는 방법은요,
1. 이력서 200장 중 출신학교 좋고, 학점 좋은 지원자로만 20명 간추려서 면접에 부른다.
2. 면접에서는 면접관 메뉴얼에 있는 질문들을 순서대로 물어보고 가장 똑소리나게 대답한 사람 6명을 간추려서 2차 면접에 부른다.
3. 6명중에서 본부장님이 마음에 들어하시는 사람 2명을 최종 합격자로 뽑는다.
쉽지요...?
이렇게 하면 100개든 200개든간에 이력서 리뷰도 순식간에 끝날거고, 면접관으로써도 고민할 필요가 전혀 없겠네요.
좋은 학벌의 합격자들에다가, 면접 점수 매긴 근거도 확실하니, 어디서 뒷말 나올 가능성도 없구요.
현실적으로는, 그래도 자기네 본부 인원 혹은 자기 팀원 뽑는건데 대부분은 이렇게 설렁설렁 하지는 않겠죠.
하지만, 실제로 이렇게 진행되는 면접도 꽤 있을 거라고는 생각해요.
그런데요... 소위 명문대 나온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답은... '똑똑하거나, 혹은 지독하거나.'
시험 잘 보는거 보니 기본적으로 똑똑한건 맞을거구요,
고딩... 그 생기발랄한 시절에 남들 PC방 다니고 어울려 놀 때 혼자 앉아서 참고서를 후벼팠다면... 지독한 놈(?) 맞죠.
좋은 학교 나온 사람들은, 대부분의 회사에서 원하는 인재 특성의 최소 50%는 이미 갖고 있는거에요. 이건 인정해야 해요.
그러면, 자신이 그닥... 내세울 것 없는 학교 출신인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기서부터는 전략적으로 생각해야 해요.
먼저, 똑똑하거나, 지독한(?) 사람만 우대 받는 계열회사, 직업, 직군이 뭐가 있을지 판단해야 해요.
근데 문제는 그러한 계열회사, 직군이 쫌 선망을 많이 받고, 월급도 쎈 것 같아보여서 늘 욕심이 나요.
그런 곳은, 본인이 그들보다 똑똑하거나 지독한 사람이란것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근거가 있는 경우에만 지원하시는게 나을거예요.
본인의 시간과 노력 및 스스로의 역량을 고려해서 알아서 판단하시길 바래요.
"난 시켜만 주면 뭐든지 잘 할 수 있어요."
이건 전략적인 사고가 아닌것 같아요.
왜냐하면 100명의 지원자 모두 당신과 같은 생각이고 같은 말을 할거니까요.
그리고 그 중에 50명은 학벌이건 자격증이건 토익점수건간에 당신보다 "이미 잘 한 결과"를 이력서에 증명해 놓았어요.
당신이 아무리 다 잘할 수 있다고 얘기해봤자, 면접관 입장에서는 당신은 50등이에요.
그럼 어떻게 하면 면접대상자 순위권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
면접관의 입장에서는 100개의 이력서를 10개의 면접대상자 이력서로 추릴려면 합당한 근거가 필요해요.
당신이 당신 앞의 40명을 제낄만한 합당한 근거를 이력서에 만들어주지 않으면 어느 면접관도 당신을 뽑지 못해요.
지난 글들에 이력서에 대한 얘기는 꽤 했으니 한가지만 더 얘기할게요.
취미, 특기를 적는 란에 "게임", "스타크래프트" 이런것 적는건... 좀 안 좋아 보여요.
설마 그런걸 적는 사람이 있냐구요? ㅎㅎ
생각보다 꽤 있어요.
취미, 특기는 그 사람의 신상, 학력 페이지 부분에 보통 적는 칸이 있어요. 물론 회사마다 다를거예요.
그 페이지는 면접관들 입장에서는 집중도가 굉장히 높은 페이지에요.
그 중요한 페이지에 왜 하필 취미, 특기를 적는 칸이 있을까요?
그리고 그러한 칸에다 깊게 고민해본 성의 없이, 그저... 영화감상, 독서, 인터넷, 게임...
그런 것들은 면접관들에게 당신에 대해 아무런 정보를 주지 못해요. 그런 이력서는 주목을 받을 수 없어요.
취미, 특기를 거짓말로 적으라는건 아니예요. 괜히 잘 못 적었다가 면접에서 곤란할 수도 있으니까요.
제 얘기는,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분야, 원하는 직업이 무엇인지 먼저 찾으시는게 좋다는 거예요.
자신이 건물을 짓고, 교량을 짓는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 그리고 그런 계통의 전공이시라면,
실제로 평소에 취미로 목공을 삼아서 개집도 만들고 뒤뜰에 조그만 오두막도 만들고 하시라는 거죠.
틈틈히 시간 날때 캐드 공부도 하고, 연습해서 3-D도 그려보았더니 상당한 실력이 되었다... 그런게 취미이고 특기죠.
면접관들이 볼 때, "이 지원자는 Born to build 다...! 건축 덕후일세!" 하면 다른 스펙들을 넘어서서 매력적일 수 있겠지요.
"전 영화감상과 독서를 즐기는 도시남자지만 시켜만 주시면 건설현장에서 열심히 뛰겠습니다." ...이상하잖아요?
"전 제가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회사에서 그냥 절 뽑아서 월급주시며 알려주시면 안될까요?" ...이상하지요?
제 얘기의 핵심은요...
대기업이면 아무데나 Okay...?
이건... 그런식으로 입사가 쉽게 될리도 없지만, 접근방식 자체에 문제가 있는것 같아요.
1. 먼저 자기가 하고 싶은 일, 잘 할수 있는 분야를 알아내고, 목표 의식을 갖는다.
2. 1번이 해결 안되면 해결 될 때까지 노력한다.
3. 그 분야에서 알바건 스터디건 뭐건 간에 나름대로 남들보다 월등하다 싶을 정도의 경험을 구축한다.
4. 자기의 분야에서 좋은 회사들에 지원을 한다.
지난글에도 언급했지만요, 기업은 신입사원 보다는 경력직을 좋아해요.
그러니, 우리가 2인분같은 1인분, 1+1 상품을 좋아하는 것처럼, 면접관은 당연히 경력직같은 신입을 좋아해요.
제 글을 통해서 뭔가 빠른 시간내에 면접관들에게 어필할 거리를 찾으시는 분이 계시다면 제 글은 별 도움이 안될것 같아요.
본인 자체가 바뀐게 없고 그대로인데... 이력서 내용만 좀 바꿔서 뭔가 이루어내겠다는건 쉽지 않은 일이겠죠...
제가 이전 글들에서 줄곧 말씀드린게 있어요.
책상에서 벗어나서 세상속에서 움직이시길 바란다... 라구요.
책상에 앉아서는 어떤 경험도 할 수 없잖아요.
일단 거리로 나가서 이것저것 부딪혀보면 뭔가 재미있어보이는 일이 보일 수 있구요,
본인이 알바든 뭐든 몸소 그 일에 뛰어들어 경험을 쌓아가다보면...
그게 면접관의 입장에서는 좋은 경험이자 경력으로 보여 당신을 선뜻 채용할 좋은 회사가 생길 수도 있어요.
생각만큼 잘 안풀려서 선망하던 기업에 취직을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경험이, 누구네 야채가게나 누구의 음식점 체인처럼 또 다른 형태의 큰 성공의 기반이 될 수도 있겠지요.
제 얘기가 다소 낭만적으로 들릴 수도 있었을것 같아요.
게다가, 충분히 서운해하실 분들도 생길 수 있을것 같아요.
"좋은 학교 나온 사람은 대충 뭉개도 알아서 취직되고, 덜 좋은 학교 나온 사람은 빡세게 경력을 가져야 되고...?"
하지만 제 얘기는요...
현실적으로 그게 중고딩 시절 동안 노력을 좀 덜했던 업보(?)를 취업 경쟁에서나마 만회할 최소한의 방안이라는 거예요.
그냥 한번...10명중 9명이 원하는 일자리를 못 갖는 전쟁같은 현 취업 시장에서...
진지하게 한번... 입사에 대한, 인생에 대한 전략적 사고를 해보시면 어떨까...라는 거예요.
이게 제게 질문 주셨던 분들에 대한 제 답변이지만... 분명 원하시던 답변은 아닐 것 같네요.
두서없이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단 한분이라도 제 글을 읽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다면... 그걸로 만족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