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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죽어가는 구조에 대하여 - 2 -
게시물ID : sisa_7225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무누구
추천 : 4
조회수 : 40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09/07/06 00:40:27
1편 링크입니다.

http://todayhumor.paran.com/board/member_view.php?table=sisa&no=72235&page=1&keyfield=&keyword=&mn=51967&tn=5&nk=%BE%C6%B9%AB%B4%A9%B1%B8

부족한 글을 80분이 넘게 보아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가장 먼저 여러분이 노동자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이 글을 크고 작은 기업의 사장님께서 읽고 계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이 글의 독자 대부분이 노동자라고 생각하고 쓰고 있습니다. '나는 노동자다'라고 여러 번 되뇌어 보십시오. 어떤 느낌이 드십니까? 그런데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은 자신이 노동자라는 사실을 어색해 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왜인지 모르게 노동자라는 말이 자신을 한없이 낮게 만드는 것 같고, 나는 와이셔츠 입고 출근하는데 내지는 아르바이트생인데 내가 노동자인가 하는 생각이 들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확신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노동자입니다.

 여러분은 민주 열사 하시면 누가 가장 먼저 생각나십니까. 이한열 열사도 생각나고 박종철 열사도 생각나지만, 저는 평화시장에서 죽어가신 전태일 열사가 생각납니다. 후일 조영래 변호사가 저자로 밝혀진 '전태일 평전'은 저의 대학 신입생 시절 읽었던 많은 책들 중에서도 단연 기억에 남는 명저로, 오유 시게 유저분들 중 아직 읽어보지 않은 분이 계시다면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민주화 투쟁에 앞서 있었던 것은, 직접 노동 일선에 뛰어들어 노동자들을 계몽시킨 전태일 열사와 같은 선구자들이었습니다. 친일에 앞장섰던 자들이 반공을 기치로 만든 계급 구조의 피라미드 꼭대기에 올랐을 때, 민중을 각성시킨 분들이었습니다. 빨갱이로 몰려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분들도 계셨습니다만 일부는 실제 공산주의를 전파하기도 했습니다. 어느 쪽이든 친일파의 명맥을 이은 자들에게는 눈엣가시이자 좋은 먹잇감이었습니다. 

 이 분들이 가장 먼저 외친 것은 노동 3권을 보장하라는 것입니다. 노동 3권은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노동조합을 만들고, 노조의 대표가 사용자 측과 교섭을 진행해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하며, 그것이 여의치 않은 경우 행동으로 들어갈 권리입니다. 노동자들이 뭉치고 행동할 수 있다면, 아무도 그들을 우습게 보지 못합니다. 제아무리 현대사회에 단순노동직이나 일용노동직은 공급이 많고 수요가 정해져 있다지만, 그 분야의 노하우와 경험을 가지고 있는 모든 노동자들이 단결한다면 파업을 무기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민주화 이후 90년대까지는 위와 같은 논리가 통했습니다. 그러나 문민정부 이후 위기감을 느낀 자들은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치밀한 공작을 진행합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닌 '노동자들의 사분오열'입니다. 노동자들이 단결하지 못하게 하는 가장 첫걸음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명확한 구분이었습니다. 비정규직은 4대보험 등의 기본적인 혜택으로부터도 배제받는 것이 당연시되었습니다. 노동자들도 비정규직은 잠시 거쳐가는 정도로만 생각했지 이 곳에 오래 정착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지는 곧 정규직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에(KTX승무원의 경우는 심지어 정규직 전환을 보장했지만, 사측은 번복했습니다.) 비정규직은 적은 권리를 가지는 것이 당연시되기까지 하였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러한 현실에 대해 저항하기보다는 순응했습니다. 많은 비정규직노동자들은 박봉과 과다한 업무 때문에 현실에 저항할 기운조차 없기도 했습니다. 

 한편 정규직 노조에 대해서 조중동은 언론플레이를 통해 '강성노조', '폭력 집단' 등의 이미지를 만들어 대중을 현혹시키는 한편으로 '귀족 노조'의 이미지를 만듦으로써 노조 간에 위화감을 조성해 노동자들의 단결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이미 깊이 뿌리내린 노조에게 일종의 선민 의식을 부여함으로써 비정규직과의 연대를 꺼리게 만드는 한편으로, 다른 노동자들에게는 위화감과 거리감을 조성하는 아주 치밀한 전략입니다.

 오늘날 현실은 어떻습니까. 우석훈 씨의 저서 제목처럼 '88만원 세대'인 20대들 중 얼마나 정규직에 채용됩니까. 오늘날 얼마나 많은 직장에서 노조가 존재합니까. 오유 게시판에 많이 올라오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쪽 분들 박봉과 과다한 업무량에 따른 고뇌와 고통을 호소하시는데, 이런 회사에 노조가 있는 경우에 대해 많이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업계가 전체적으로 과노동을 시키는 경향이 있다면 해당업종 전체에 걸쳐 노동자들이 파업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그런 경우가 단 한 번도 없다면 이상한 일이 아닙니까?

  다음 회에는 한국 사람들의 의식 구조에 깊이 뿌리내린 변형된 형태의 신분 의식에 대해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밤에 보신 분들은 어서 잠을 청하시길 바라고, 낮에 보시는 분들은 무거운 마음 떨치고 직장에서 또는 학교 및 계시는 곳에서 좋은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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