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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의사다
게시물ID : humorbest_7225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Dr.Kimble
추천 : 58
조회수 : 4955회
댓글수 : 1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8/01 00:22:32
원본글 작성시간 : 2013/07/24 15:59:19
암4기하면 대게 말기를 떠올린다.

삐쩍마른몸 앙상한팔다리 퀭한눈.. 

삶에대한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않는 반 시체..

그거 아는가.. 의외로 그렇지만도 않다.

암의 종류에 따라 항암제나 방사선치료에 잘 맞는암이거나

환자의 기초체력이 튼실하다면

완치는 기대할 수 없다해도... 나름 관리하면서 건강한 삶을 꽤 오랜기간 영위해볼수 있다..

교수님의 예상은 6개월정도였다. 

내 예상은 앞으로도 두세달은 멀쩡할것으로 생각했다.

암이지만.. 건강했고 전이가 있지만 일단은 방사선치료를 받고선

거의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항암은 환자가 잘 버티고 있었다..


20대의 애엄마에게는 그것만으론 부족했나보다.

완치는 기대할수 없다는건 서로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고

지금의 호전은 일시적인것이니 한시간한시간 소중히 쓸것임을

나와 환자사이의 라뽀가 단단하다고 느꼈던건 나뿐이었나보다



몸이 좀 나아지니 완치를 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애가 유치원가는거 학교다니는걸 보고싶었나보다.



어쩌면.. 다른 방법없냐고 자꾸 물어볼때 눈치를 챘어야 했나싶다.


5차항암이 끝나고 환자는 집에가서 이것저것 하겠다고 들떠있었다

애한테 맛있는걸 해줘야겠다고 스마트폰을 뒤적뒤적..

그러다 항암이 애한테 나쁘진 않냐고 고민고민..

웃으며 맛있는거 잘 드시고 다시 건강한모습으로 보자고 했다.

그게 환자가 웃는걸 본 마지막이었다.


무슨약인지 잘 모르겠다

성분은 뭔지 인체에서 기대되는 반응과 부작용은 무었인지

안정적으로 쓸수있는 치료범위는 얼마인지.. 혹여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진 않을지

환자는 그렇게 1주일만에 응급실로 왔다.


얼굴은 부어서 알아보기도 힘들었고.. 기도확보도 안되 자러가던 이비인후과쌤을 붙잡아 

목을 열어서 관을 넣었다. 

40이하... 암인걸 고려해도 50정도에서 안정적이던 간수치는 천단위가 넘었고

소변은 나오지도 않는다.. 크레아틴이 3이 넘는다..

간신부전이다.

간과 신장이 동시에 파업을 선언한 샘이다..

학생때 신장내과교수님이 그러셨다.

발생하면 임상적으론 환자를 포기하게 된다고.

그래도 숨은 붙어있지 않은가... 일주일전만해도 성공적으로 관리되던 환자 아니었나..

일단 라인을 잡고 수액을 때려붙고 이뇨제를 쓰고..

필요하다면 응급투석도 하자.. 어떻게든 살려보자..


교과서에 난치.hopeless라고 적어져있다는건..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것이다..

응급실에서는 붙어있던 젊은 엄마의 꿈이 

하늘로 올라가는건 그 적극적인 치료에도 삼일이면 충분했다.

그 괴상한 액체를 

암에 특효라고 지어낸 박사님에게 분노해야 될까

아니면

그걸 사무실에서 진료랍시고 지어다 파는게 허가된 

나라의 법에 분노해야될까 

아니면 

좀더 확실히 끊어 말해주지 못한 내탓일까...


비정하게 보이겠지만..

그날 환자가 귀천하고 남편과 딸이 울음을 터트리는 순간.

내가 그 살풍경속이서 등돌리는 순간 

그런 감정따위는 사치에 불과하다..

기껏해야 담배한개피에 위로를 담에 영전에 바치는것 정도.. 

내앞엔 또다시 다른 환자가 기다린다.


그렇다. 나는 대한민국의 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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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우의 경험을 극적으로 각색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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