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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귀신 된 이야기
게시물ID : panic_6300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맛땅
추천 : 12
조회수 : 1724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4/01/19 08:32:27
실화... 바로 오늘 새벽에 겪은 일입니다. ...가 없으므로 음슴체로 갑니다.


본인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서 내 자취방에서 술을 먹고 있었음.

(여기서 친구 스펙 - 성공해볼려고 아둥바둥하는 예비 창업가, 엘리트 운동선수 출신(무도 계통), 남자, 가위에 눌러 본 경험 다수, 주량 적당히 높은 편) 

이 친구와 나는 20년 넘게 만난... 아주 어릴 때부터 본 친구임. 

아주 친한 친구고, 할말 못할말 다 하는 친구지만, 성격은 정반대인 그런 친구임. 아마 그런 스타일 친구 있는 사람 있을 거임... 죽마고우인데, 내가 내성적이면 그 친구는 아주 외향적이라던가, 완전 스타일이 다른 친구.

하여간 그 친구랑 술을 먹고 있는데... 오랜만에 만나서 소주 다섯병 맥주 두 피쳐 정도 마셨었음.

분위기는 아주 좋았고... 저녁 먹을 즈음에 만나서 한 여덟시간 동안 신나게 웃으면서 이야기한듯... 사업 이야기, 여자 이야기, 친구 이야기.. 기타 등등.

신기하게 둘 다 오랜만에 마시는데 술이 별로 안 취하는 상황이었음... 뭐 그런 날도 있나보다하고 서로 즐겁게 마시고 있었는데... 이 친구가 갑자기 급격하게 취해가는거임.

그래서 새벽도 늦어가고 이만 파할때가 됐다..싶어서 대화 마무리하고 이부자리 정리하고 불 끄고 그 친구랑 같이 내 더블베드 침대에 누웠음.

친한 친구끼리 침대에 나란히 누워서 시덥잖은 이야기하면서 잠드는... 뭐 그런 분위기였음. 그렇게 드문드문 이야기하면서 천천히 잠에 빠질려는 순간이었음.

그런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눈을 떠보니...


그 친구가 상체를 비스듬이 세워서 날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는 거임. 게다가 뭔가 중얼거리고 있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었음.

"...라." "....ㅈ라." 

이런 식이었음.

난 순간 뭐지? 얘가 술이 많이 취했나? 싶었음. 이 친구가 평소에 주량은 센 편인데 술버릇이 그렇게 좋지는 못한 편이라서..

그래서 술버릇이 도져서 장난이라도 치는가 하고, "고마 자라."고 이야기 하고 다시 눈을 감았음.

그런데 이 친구가 나를 슬쩍슬쩍 밀치면서 다시 뭔가 중얼중얼거리는거임.


그래서 다시 눈을 뜨고 그 친구를 바라봤음.

불은 꺼서 방은 아주 어두운데 내 바로 옆에 누웠던 친구가 상체만 일으키고 날 바라보고 있는데... 눈이 아주 혼탁한데다가 아무런 감정이 없는 그런 눈... 게다가 전혀 모르는 사람을 바라보는 듯한 인상이었음.

그리고.. 표정과 행동에 모두 적개심이 담겨있었음.

난 아주 황당할 수 밖에 없었음... 방금까지 즐겁게 이야기하던 죽마고우가 갑자기 날 못 알아보는듯 행동하다니?

그 친구가 날 슬쩍 계속 밀치면서 중얼거리는걸 집중해서 들을 수 밖에 없었음. 대체 무슨 말인지...


     "...라." "...ㅈ라." "...ㅓ지라." "..꺼지라."


자세히 들어보니 꺼지라고 하는거임. 황당.... 그런데 표정이 너무 심상찮아서 잠과 술이 동시에 깰 지경이었음.

난 어이가 없어서 "뭔소리여... 자자. 시간 늦었다..."하면서 얘를 재울려고 했음.

그런데 이 친구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침대에서 나와서 베란다 문을 열고 방을 이리저리 둘러보는거임.

난 어이도 없고 좀 섬뜩하기도 해서 계속 침대에 누워있었음...

그런데 이 친구가 침대 바로 옆에 서서 허리를 숙이고 무표정한 얼굴로 날 바라보는거임. 계속 빤히....

난 너무 어이가 없어서 그만 자자고 말을 반복했음. 술버릇이 이렇게 도질수도 있나...이런 생각도 하면서.

그런데 이 친구가 또 무슨 말을 중얼중얼거리는 거임. 난 이미 잠이 깬 상태라서 어느 정도는 바로 알아들 수 있었음.


"....면 죽는다..." 

"...니 어서 나가라..."

이렇게 말을 하는거임.

난 이미 어처구니는 상실된 상태라서.. 화를 낼까말까... 침대에서 일어날까말까하고 고민하고 있었음.

일단 "대체 무슨 소리야?"라고 다시 말해봤음.

그러자 이 친구가 하는 말이...


"니가 어떤 귀신이든... 내 손에 잘못 걸리면 죽는다... 왜 여기 온진 모르겠지만....꺼져라."

다시 말하지만 얘는 불과 몇분전까지만 해도 누워서 도란도란 이야기하던 20년지기 친구임.

그런데 얘 눈에는 갑자기 내가 귀신으로 변해서 옆에 누워있었던 거임. 

나야 아주 황당하지만... 이 친구가 대체 지금 뭘 보고 있는지 난 상상이 가지 않는 상황임.

이 친구가 나한테 갑자기 침대 옆에 있던 두루마리 휴지 내 얼굴 던지는거임. 그러면서 하는 말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난 기분이 나쁘다.... 아가리 그만 닥쳐라...그리고 내가 화장실 다녀올 동안 사라져있지 않으면 죽여버린다..."

그러면서 화장실로 갈려는거임. 갑자기 내 머릿 속에서 생각이 든게.. 얘는 엘리트 운동선수 출신임. 것도 무도계열..

얘가 순간 제정신이 아닐 수는 있는데, 갑자기 죽여버리겠다고 나한테 달려들면 절대로 당해낼수가 없는 것임. 그런 생각이 바로 들었음.

입상권 수준의 운동선수는 수초만에 일반인을 박살내버릴 수 있음... 일반인이 아마추어로 도장에서 태권도 합기도 몇단 몇단 따봐야... 중고딩때부터 합숙하면서 하드 트레이닝을 일상적으로 한 선수는 당해내기가 아주 어려움... 하물며 나 같은 평범한 일반인이야 순식간에 떡되는거임.

그리고 문제는.... 그 엘리트 운동선수 출신인 내 친구가 날 귀신으로 보고 있으면서 적개심을 불태우고 있는 거임.

귀신이야 실체가 없다치지만 내 옆에 있는 이 친구는 아주 강한 물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실체 그 자체라는게........ 

내가 안되겠다 싶어서... 침대에서 일어났음. 그때까지 이 친구는 침대 옆에서 구부정한 자세로 서서 날 바라보고 있었음.

내가 "야... 너 나 못알아보냐? 나 니랑 20년간 사귄 XXX이야. 몇달만에 만났는데 행동이 왜 이 따위냐? 이럴거면 몇년 걍 보지 말자 임마.." 이런 식으로 이야기했음.


그러자 구부정하게 몸이 경직되어 있던 친구가 갑자기 얼굴이 멍해지면서... 눈이 풀리는거임. 

그러더니 천천히 몸이 무너지면서.... 나한테 무릎을 꿇는거임. 


"내가 미안하다... 갑자기 내가 어떻게 됐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이렇게 말하는거임. 

나도 안도감이 들어서.. 대충 침대에 눕히고 재웠음.

물론 잠은 다 깼지만.


하여튼... 걔 눈에 내 방과 나 자신이 어떻게 보였을지..... 무슨 세계를 보고 있었는진 궁금함..


(수정.. 추가하자면) 그 친구는 소위 신기가 있는 편이라고 함. 난 그게 뭔지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점도 믿는 편이고, 가위에 많이 시달려봤고 귀신도 본 적 있다고 하고.... 그런 친구임. 난 그런 세계와 전혀 연관이 없지만... 귀신은 믿지도 않고.

귀신을 믿지 않던 내가 무서웠던건.. 내 세계는 합리적인 이성의 세계였음. 내가 관심이 있는 분야도 학문적인... 이성적인 세계고.

그런데 돌연 내 바로 옆에 붙어있어서 자야할 친구가 신기... 혹은 광기의 모습으로 다가온거임. 

우리 둘은 방금까지만 해도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면서 웃고 즐기던 사이였는데... 갑자기 그 친구에게 내가 귀신으로 보이고, 나 또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으니... 두명의 세계가 완전히 찢겨지면서 접점이 사라진 그 순간, 기존의 상식이란건 순식간에 무너진다는게 바로 공포임.

귀기라는 게 있다면 바로 이런거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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