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경찰이 수사를 축소·은폐한 정황이 담긴 CC(폐쇄회로)TV 영상이 추가 공개됐다.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이 1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서울경찰청이 '국정원 여직원 사건'을 수사할 당시의 조사실 CCTV 영상과 녹취록 전문을 공개했다. 이 영상은 지난해 12월 13일부터 16일까지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디지털증거분석실 두 곳에서 CCTV에 녹화된 것으로 총 CD 72장(약 127시간) 분량을 압축한 것이다. 검찰에 증거자료로 제출된 것이기도 하다.
이 의원은 CCTV 영상에서 분석관들의 대화내용을 바탕으로 국정원 직원들의 대선 개입 활동을 4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야당에 유리한 글 삭제 요청하기' '여당에 유리한 글이나 야당에 불리한 글에 댓글 또는 게시 글 작성하기' '오늘의 유머 베스트오브베스트에 등록되지 않도록 방해하거나 반대하기' '직접 게시 글을 올리고 아이디를 바꿔 댓글을 달거나 추천하기' 등이 국정원 직원들이 인터넷에서 주로 벌인 활동 내용이다.
CCTV에는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가 사용한 닉네임 중 하나인 '숲속의 참치'가 단 댓글 흔적도 발견된다. 경찰 조사에서 밝혀진 김씨의 아이디는 '숲속의 참치' '진짜진짜라묜' '토탈리콜' '반대는 비수' '추천만 환영' '봐봐라' '이지듀' 등 11개다.
지난해 12월 16일 오전 1시 21분께 서울경찰청 디지털증거 4분석실에서 A분석관이 "'숲속의 참치'가 글을 쓰고 '진짜진짜라묜'이 추천해요"라고 말하자 B분석관은 "크크크크크크크"라며 웃는다. 같은 날 오전 10시 20분께 A분석관이 "완전… 자기가 게시 글 올리고 자기가 댓글 달고 추천하네"라며 놀라워하자 B분석관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에요"라고 답했다.
이 외에도 분석관들이 김씨의 노트북과 데스크톱을 분석하면서 나눈 대화도 담겨 있다. 분석관들은 "MB 까는 글이 있으면 삭제를 신고하네. 여당 쪽에 좋지 않은 글쓴 애들 있지, 걔네들 신고해서 다 삭제시키는 그 일 하고 있네" "우파글을 찾아서 게재하네. 우파글을 만들어서 게시" "다수의 아이디를 과연 얘(국정원 여직원 김씨) 혼자 쓴 거냐. 이게 전부 다 얘네 아이디면 돌려가며 쓴 거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지난달 30일 해당 영상의 녹취록을 공개한 데 이어 1일 전체 영상을 공개하면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국정원 직원들의 대선 개입 증거는 단순한 정황이 아니라 뚜렷하다. 이제 국정원의 단독 플레이가 아니라 콘트롤 타워가 따로 있다는 것을 엄중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경찰이 수사 분석 과정에서 이미 국정원의 개입부터 일개 직원의 단독 범행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음이 확인됐다"면서 "경찰과 검찰의 디지털분석부터 (국정원 수사를) 다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지난달 25일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에서 해당 CCTV 영상 중 김씨의 댓글이 삭제되고 있는 장면을 공개하면서 '국정원의 증거인멸을 경찰이 방관하며 수사를 축소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이성한 경찰청장은 "당사자에게 확인해보니 분석관들이 농담으로 한 말이었다"고 해명하며 수사 축소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