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부터 전 유럽을 휩쓴 하나의 사상이 있다면, 그것은 계몽주의일 것이다.
계몽주의의 슬로건을 요약하자면, "이성의 힘에 의해 인간은 우주를 이해하고 자신의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 이다.
그것의 근거는 무엇인가?
인간이 이성에 자신의 일체의 운명을 맡겨야 한다면 이성의 반석이 얼마나 단단한지 알아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성이 진리를 발견할 것이라는 증명은 존재 할수 없고,
오직 그러한 '기대' 만이 있을 것이다.
어떻게 이성이 스스로의 존재를 정초할 수 있단 말인가? 그것은 하나의 '독단' 에 불과한 것이다.
이성은 자기의 근원도, 자기의 미래도 알고 있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이성의 힘 이라는 구호 아래 이룩해온 모든 '발전'은 여전히 독단적 계몽주의적 틀 안에서만
'발전' 이고 오히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조차도 우리는 모르게 되었다. 왜냐하면 우리는
계몽주의가 하나의 틀이라는 것을 망각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만 하는가? 진리란 알수도 없고, 다가갈 수도 없는 심연에 불과한 것인가? 아니, 다르게 말하자면 "신은 죽은 것인가?"
그렇지 않다.
계몽주의의 도래 이전에 그것에 지배받지 않았던 사람들은 허무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순진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믿음을 우리가 순진하다고 여기게 된것은 계몽주의 때문 아니었던가?
이제 계몽주의가 거대한 속임수 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면 왜 순진한 믿음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인가?
현대인이 신을 믿지 않게 된 것은, 인간의 이성이 그런 것에 기대지 않고 진리를 발견 할 수 있다는 낙관으로 부터 시작되었다. 그런데 이 시대는 이제 스스로의 이성의 힘에 대해서도 믿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 철학은 하나의 언어유희가 되었다. 즉, 처음 신을 믿지 못하게 하였던 이성이라는 힘이 약해진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인은 "신은 죽었다" 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그 어떤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할 수 있을까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