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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죽어가는 구조에 대하여 - 3 -
게시물ID : sisa_7230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무누구
추천 : 3
조회수 : 43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09/07/06 21:05:51
1,2편 링크입니다.

http://todayhumor.paran.com/board/member_view.php?table=sisa&no=72235&page=1&keyfield=&keyword=&mn=51967&tn=5&nk=%BE%C6%B9%AB%B4%A9%B1%B8

http://todayhumor.paran.com/board/member_view.php?table=sisa&no=72253&page=1&keyfield=&keyword=&mn=51967&tn=6&nk=%BE%C6%B9%AB%B4%A9%B1%B8


부족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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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한국 사람들의 의식 구조에 깊이 뿌리내린 변형된 형태의 신분 의식에 대해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이 이야기는 언젠가 신해철의 '고스트네이션'에서 들었던 내용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평소 생각해 보았던 내용입니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있습니다. 조선 시대같으면 시골 마을에서 어렵게 공부해 과거에 급제한 경우를 일컫는 말이겠고, 한국 현대사에서는 고시에 합격한 지방 출신에게 자주 인용되는 말입니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고, 실제로 노 전 대통령 외에도 많은 개천 출신들이 대도시 출신들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었습니다. 개천에서 용 나는 것에 대한 기대감은 한국인들로 하여금, 자신 대에 출세하지 못할지라도 자녀는 더 큰 세상에서 꿈을 펼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었습니다. 실제로 멀지 않은 주변에서 개천에서 난 용들을 볼 수 있었고, 그들을 보며 많은 이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자식 교육에 많은 투자를 했습니다.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 사회는 개천에서 난 용이 마음껏 뛰놀기엔 이미 많은 부분이 포화된 상태입니다. 승천하기는 커녕 개천에서 튀어나가자마자 잔뜩 웅크리고 있던 이무기들에 뜯겨서는 주저앉아버리는 용들이 늘어났습니다. 학연, 지연, 혈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습니다. 가까스로 하늘에 올라간 용들은 그만을 바라보고 그의 도움을 받고자 하는 개천 사람들을 외면하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너가 그만큼 잘 되었으면 은혜를 갚을 줄 알아야지', '너 혼자 힘으로 잘 되었는 줄 아느냐', 내지는 '너가 그만큼 잘 되었으면 이제 우리 좀 도와라' 같은 말은 그들로 하여금 어깨를 힘껏 펴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한편으로 소 팔아서, 논 마지기 팔아서 자녀를 성공시켰건만 장성한 자녀들에게 변변한 일자리도 없는 가난한 부모는 부담이고 짐이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잃었습니다. 우리가 잃은 것은 우리의 인권이자 우리의 자존심이었습니다. 지난 회에서 단결하지 못하는 노동자 집단에 대한 말씀을 드렸는데, 우리는 어떻게 사는가와 왜 사는가를 고민하기보다는 생존을 위해 분투하느라 단결의 끈을 놓고 말았습니다. 법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하지 않는다지만, 우리 사회는 일하느라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로부터 권리를 빼앗아 갔습니다. 그 한편으로 지배층은 우리에게 해괴한 가치관을 심었습니다. 바로 나는 너희들과 다르다는 생각, 나는 보통은 된다는 심각한 오해입니다.

 우리는 단결하는 법을 잊었을 뿐만 아니라, 단결하자고 외치는 자들에게 조소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너 참 배부른 소리 하는구나, 그렇게 할 일이 없느냐는 말을 쉽게 던지고 그들에게 상처를 주었습니다. 지배층이 바라는 대로 시나리오는 흘러갑니다. 급기야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권리를 포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나는 곧 출세할 것이고, 나는 곧 이 더럽고 비천한 출신으로부터 벗어날 것이니 이 사람들의 권리를 위해 싸울 필요는 전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먹고 살기도 바쁜데 그런 한가한 일 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는 것이죠.

 단결은 간단한 믿음으로부터 출발합니다. 다름아닌 소속 의식입니다. 내가 이 계급에, 이 직업에 소속되어 있다는 소속감, 그리고 같이 소속되어 있는 자들에 대한 연대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외롭고 고독합니다. 우리와 우리의 직장 동료들은 비정규직입니다. 언제 회사를 그만둘 지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더 좋은 자리가 생기면 바로 떠날 것이고, 언제 회사로부터 해고 통지를 받을 지 모릅니다. 서로를 그다지 믿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단결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지배층이 바라마지 않는 결과입니다. 순응하는 대중, 비판하지 않는 대중, 지배층을 맹종하는 대중 말입니다. 오늘날 청소년과 대학생들은 정치 토론을 하기보다는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3S(Sports, Sex, Screen)에 열광합니다. 오유의 많은 비율이 20대이지만, 대한민국 20대는 이명박을 적극 지지했습니다. 더 많은 수는 투표라는 참정권을 포기했습니다.

 오늘은 브이 포 벤데타라는 영화를 추천합니다. 우리 나라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는 않았지만, 원작 만화를 보시든 영화를 보시든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나라는 시위에서 얼굴을 가리는 자를 처벌하는 법을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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