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남의 선택은 아빠로부터 김대중의 민주화 운동을 듣고 자랐고 선거권 가진 이래 민주당만 지지해온 저한테도 충격이지만 그렇다고 호남 배제?
지금 상대가 국민의 당입니까? 지금 목표가 국민의 당 아작내기 혹은 호남 아작내기 입니까? 지금 민주당, 아니 야당 지지자라면 목표는 단 하나 정권 탈환입니다.
그런데 상대는 누구입니까? 새누리당입니다. 부정할 수 없는 부일 민족반역자와 군부 쿠데타 독재 잔당이 버젓이 있어도 광신도, 설사 나라를 팔아먹어도 찍어 줄 부동의 콘크리트가 있습니다.(이것은 실제 97 대선에서 증명되었죠. IMF로 나라가 개판나도 이인제의 팀킬 없었으면 DJ 당선은 불가능했어요.)
어디 그 뿐입니까? 철저한 이익 추구 집단으로 각계각층에 다양한 지원을 받습니다. 대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사법, 언론, 문화까지 각 분야에서 기득권으로 불리는 자들의 든든한 지원까지 받습니다. 공중파와 종편은 24시간 내내 세뇌에 가까울 정도로 현 정부와 새누리당 만세를 외치고 있습니다. 게다가 거의 20년 넘게 공작해온 덕분에 대한민국 정치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인 보수 프레임까지 가지고 있습니다.(진보지지자에게 유감스럽지만 대한민국 유권자의 보수적 성향은 엄청납니다. 하다못해 이 오유를 애용하는 저도 굳이 정치적 패러다임을 나누자면 보수 쪽이지. 진보는 아닙니다.) 게다가 대체 무슨 논리인지 자칭 안보정당인데 북괴 애들이 사고치면 인기가 치솟는 시스템까지 갖추었습니다.
한 마디로 상대는 괴물입니다. 그런데 그런 괴물을 상대로 싸우자면 진짜 미친 듯이 싸워야 합니다. 수단을 가려서도 안됩니다. 당연히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사용할 수 없는 것도 총동원해야 합니다. 그런 와중에 아무리 이번 선택이 충격이라지만 새누리당과 계속 싸워온 강성의 호남을 배제한다? 대체 누구 좋으라고 그럽니까?
어제 쯤부터 새누리당 대패와 국민의 당 대 약진 이후 참 이상한 여론이 형성되고 있더군요. 야당 최대의 대선 플레이어인 문재인은 은퇴해야 하고 호남은 배신자니 배제해야 한다.
네, 그런 여론에 따라봅시다. 문재인은 정계 은퇴하고 안철수든 누구든 야권 누구 대선 후보로 나오는데 그 과정에서 100% 개판 칠 것이고 또 거기에 배신자 호남은 배제하고 대선 치른다. 16년 만에 새누리당 과반을 깨고 그야말로 DJ 당선 이후 민주주의 세력의 최대 호기로 내년 대선을 노리는 판국에 이러면 가장 좋아할 세력이 누굴까요?
조금만 생각이라는 게 있으면 나오죠. 사실 저는 정치에 대해서는 고등학교 시절 배운 수업 정도만 알고 이론이나 시스템도 잘 모르지만 이건 압니다. 숨기려는 자가 범인이 듯 그걸 할 때 가장 가장 이익 보는 자들이 해당 여론 혹은 정보를 뿌린다는 거요. 사실 이건 학력과 상관 없이 사회 좀만 굴러먹다 보면 자연히 익혀지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