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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19금, 브금) 해마(海馬)
게시물ID : panic_7234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비키라짐보
추천 : 67
조회수 : 13812회
댓글수 : 14개
등록시간 : 2014/09/02 14:48:53
 
 
 
해마.jpg
 
 
 
 
 
[단편#11] (19) 해마(海馬)
 
 
 
 
 
"에리카 섹스할땐 좀 고개를 돌려주면 안돼?"
 
 
 
 
 
 
나는 에리카를 향해 신경질적인 표정으로 쏘아붙였다.
 
 
 
분명 듣는 입장에선 한창 열기로 달아오른 섹스의 흥취를 달아나게 만들법도 하건만,
 
 
 
에리카는 늘 하던대로 고분고분하게 왼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나는 그제서야 다시한번 나의 하체에 있는 기둥에 온 신경을 집중하며, 다시금 에리카의
 
 
 
몸속으로 돌진을 시도한다. 얼굴은 약간 꺼림칙하지만, 얼굴과 달리 에리카의
 
 
 
몸매는 꽤나 매혹적인데다, 그녀의 질은 삽입시 남자의 성기를 잡아 끄는듯한 미묘한
 
 
 
움직임을 가지고 있어, 언제나 섹스에 대해서는 큰 만족을 느끼고 있었다.
 
 
 
사실 그것이 내가 에리카를 만나는 가장 큰 이유중 하나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으음... ... ... 버리지마... 료짱 절대 나 버리면 안돼..."
 
 
 
 
 
 
에리카는 늘 이런 말을 했다.
 
 
 
사실 에리카는 꽤 귀여운 편이었다. 어릴때 입은 화상으로 인해 한쪽 뺨이 조금 징그럽게 일그러지긴 했지만.
 
 
 
멀쩡한 한쪽 얼굴을 기준으로 본다면 그럭저럭 미인의 범주에 겨우 들만한 얼굴은 됐었다.
 
 
 
하지만 그 망가진 한쪽 얼굴때문에 에리카는 학창시절부터 늘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모양이었다.
 
 
 
책상위에 쓰레기를 버려둔다든지, 체육시간이 끝나고 돌아오면 교복이 없어진다든지 하는
 
 
 
학창시절 왕따들이 당하는 통상적인 이지메...
 
 
 
그래서일까 그녀는 늘 조금 어두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아마 술에 취해 실수로 그녀와 잠을 자지 않았다면, 아마도 우리는 지금과 같은 관계도 아니었을 것이 분명했다.
 
 
 
나로서는 현재 딱히 따로 만날만한 여자도 없는데다, 20대중반의 왕성한 성욕을 풀어낼 대상이 필요했기에
 
 
 
아쉬운대로 그녀와의 관계를 지속하고 있었다.
 
 
 
그런 내 마음을 그녀도 아는지, 아니면 단순히 왕따와 이지메로 인한 후유증인지
 
 
 
그녀는 나와 섹스를 나눌때면 늘 자신을 버리지 말라는 쓸데없는 말을 지껄이곤 했다.
 
 
 
 
 
 
'어차피 너 따위와 결혼같은걸 할 생각은 전혀 없어... 너 따윈 그저 내 성욕 처리용 변기지...
 
 
 
버리지말라고? 그런말 백번 해봐.. 무슨 소용이 있나...'
 
 
 
 
 
 
이런 마음가짐 탓인지 평소 나는 에리카에게 조금 못되게 굴었지만,
 
 
 
에리카는 그런 나임에도 불구하고 내게 많이 집착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뭐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이제 내가 에리카와 몸을 섞는 것도,
 
이것이 마지막일테니까 말이다.
 
나는 얼마전부터 내가 근무하는 효고전기의 상무인 야마무라씨의 둘째딸과 혼담이 오고가고 있었다.
 
누가 뭐래도 강한 카리스마를 지닌 야마무라씨는 우리 효고전기의 실세중의 실세였다.
 
그런 그의 딸과 결혼한다면 앞으로의 내 회사생활은 분명 탄탄대로가 될 것이 자명했다.
 
 
".... 하아아아..."
 
 
나는 문득 장인의 비호아래 승승장구하여 대 효고전기의 사장이 되어 있는 나 자신을 상상하며,
 
쾌락의 산물인 정액을 에리카의 배 위로 한껏 배출한다.
 
적어도 몸 만큼은 최고여서 두고두고 아쉽기는 할테지만, 뭐 아무려면 어떤가?
 
효고전기의 임원이 된다면, 긴자나 가부키쵸에서 훨씬 더 굉장한 여자를 돈으로 살 수 있겠지
 
또한 야마무라상무의 둘째딸도 제법 괜찮은 미모를 가지고 있었기에
 
나는 에리카를 잃는 것이 조금도 아깝지 않았다.
 
 
 
"료짱... 나 료짱의 아이 가지고 싶어..."
 
"?"
 
 
느닷없는 에리카의 말에 격정적인 섹스 후의 나른함에 빠져있어야 할 내 얼굴이
 
차갑게 일그러졌다.
 
 
"무슨 쓸데 없는 소리를 하는거야!!!"
 
"하지만... 왠지 료짱 금방이라도 날 버리고 떠날 것 같아..."
 
"시끄러워! 아이 따위 생각해본적 없어 난 지금 이대로가 좋아"
 
"료짱..."
 
 
에리카는 금새 풀죽은 어린아이의 표정이 되어 고개를 숙인다.
 
평소같으면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어 마음에도 없는 위로를 해주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랐다.
 
이제 더 이상 나와 에리카의 미래는 없을테니까
 
나는 실제로 불과 이틀뒤 문자를 통해 에리카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그녀는 장문의 문자와 수십통의 전화로 내 마음을 돌리려 노력했지만,
 
전혀 소용없었다. 나는 그녀의 문자를 무시하거나, 전화를 씹으며, 그녀가 단념하기를 기다렸다.
 
역시 왕따 답게, 그녀는 포기가 빨랐다.
 
일주일도 되지 않아 에리카는 체념했는지, 더 이상 귀찮은 문자도, 전화도 걸지 않았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야마무라 상무의 둘째딸과 데이트를 즐기며,
 
그렇게 에리카를 잊어가고 있었다.
 
그 후 내가 에리카를 만난건 거의 육개월 정도가 지난 후였던것 같다.
 
혹시나 에리카가 앙심을 품고 회사에 찾아와 쓸데 없는 소리를 할까하여
 
아는 지인들을 통해 그녀가 어떻게 지내는지 몇 번 물은 적은 있지만,
 
그때마다 마치 히키코모리처럼 방안에 틀어박혀 밖에도 나오지 않고
 
두문불출한다는 이야기만 들었을뿐, 에리카를 만나거나
 
에리카의 전화를 받은 적은 없었기에, 그때의 나는 꽤나 안심하고 있을 때였다.
 
 
"무슨 생각으로 회사엘 찾아온거야!"
 
 
나는 몹시 차갑고 퉁명스러운 말투로 에리카를 향해 불만을 표시했다.
 
하지만 그녀는 나에 퉁명스러운 말투에 대한 대답대신, 봉긋 솟아오른 자신의 배를 보이며 말했다.
 
 
"나 임신했어..."
 
 
나로서는 엄청난 충격이 아닐수 없었다.
 
야마무라 상무 덕분에 곧 승진을 앞두고 있었고, 그의 둘째 딸과의 연애도 잘 이루어지고 있어
 
곧 몇 달후면 날을 잡고 결혼을 할 예정이었기 때문이었다.
 
 
"너 미친거야? 난 분명히 질외사정했다구! 임신이 될리가 없어!! 너 혹시 나 말고 다른 놈팽이에
 
애를 가지고 나한테 협박하는거 아냐!!"
 
"아니야 분명히 료짱의 아이야, 나 료짱 외엔 아무도 만나지 않았어 정말이야"
 
 
확실히 내가 아는 그녀에 대한 소문은 히키코모리처럼 방안에만 처박혀 있었다는 것이었기에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이 난처한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찾을 뿐이었다.
 
 
"나 료짱 원망 안해... 하지만 이 아이... 분명히 료짱의 아이야 그걸 말해주고 싶어서 왔어"
 
"지워!"
 
"안돼!"
 
"지워! 내 동의도 없이 내 아이를 낳겠다구? 그건 안될 말이야! 몰라? 너와 난 이미 끝난사이라구!
 
알아 들어? 내가 어떻게 너같은 왕따 이지메랑 애를 낳아!!"
 
"료짱..."
 
 
그녀는 고개를 숙인채 흐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동정심보다는 나의 인생에 다가온
 
최대의 위기를 어떻게 타개해야 할지에 대해 골몰해 있을 때였으므로,
 
그녀의 눈물따위 조금도 신경쓰이지 않았다.
 
 
"료짱이 뭐라해도 난 이 아이 낳을꺼야... 그래도 최소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료짱이
 
축복해주길 바랬어..."
 
 
그녀는 흐느끼며 그대로 대화를 나누던 까페 밖으로 뛰쳐나가버렸다.
 
나는 그야말로 난처한 표정으로 그녀를 잡아야 할지, 아님 따라가야할지 고민하다 그대로 커피숍 의자에
 
주저 앉아버렸다.
 
솔직히 말해 그 곳이 회사 근처의 까페여서 혹시나 다른 회사 직원들이 보지 않을까 하는 우려만 없었다면
 
난 그자리에서 에리카의 팔을 잡아 끌어 인근의 병원으로 향했을지도 몰랐다.
 
가진것 하나없이 동경에 상경해 이제 곧 과장 승진을 앞두고 있는 나였다.
 
회사내 유력한 실세의 딸과의 결혼도 목전에 두고 있었다.
 
이제와서 모든걸 포기하고, 왕따에 불과한, 그것도 얼굴 절반이 화상 흉터로 징그럽게 일그러진
 
그런 여자의 남편이 되라구?
 
나는 고개를 휘저으며, 최선의 방책을 찾으려 애썼지만, 별다른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았다.
 
 
 
'야쿠자를 고용해서 그녀를 낙태시킬까? 아니야 잘 못해서 야쿠자에게 약점이 잡히면 두고두고 협박을 당할지도 몰라'
 
'다시 한번 그녀를 설득해 볼까? 젠장! 아까 하는거 보면 절대 내 말을 들을리가 없어!"
 
 
나는 어찌할 도리가 없는 인생 최대의 위기에 자포자기하여 꽤나 술을 마셨던것 같다.
 
아마 실수로 술에 취해 에리카와 잠을 잤던 그 날보다 더...
 
 
"에리카!!! 에리카!!!"
 
 
나는 어느샌가 에리카가 살고 있는 집앞에 와 있었다.
 
교외의 한적인 맨션... 평소 타인과 어울리는걸 꺼려하는 에리카의 평소 성격답게 다소 외진곳에 위치해 있었다.
 
 
"료짱..."
 
 
에리카가 놀란 표정으로 현관앞에 서 있었다.
 
조금이나마 그녀가 기쁜 표정을 짓고 있는것 같아, 죄책감이 들긴 했지만, 나에겐 이미 그런 감정들을
 
향유할만한 여유가 없었다.
 
 
"당장! 당장 병원으로 가자!!"
 
"안돼! 싫어 난 이 아이에 엄마야 절대 그럴 수 없어"
 
 
나는 거친 어조로 그녀에게 아이를 낙태할 것을 요구 했지만, 그녀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듯
 
등을 돌리고 집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제법 술에 취해 있었던 나는 억지로 문을 밀치고 들어가 그녀의 손목을 낚아 챘지만,
 
그녀는 술에 취한 나를 뿌리치고는 마침 문이 열려있던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안쪽에서 문을 걸어 잠근다.
 
 
"료짱 실망이야 나 이 아이 낳을꺼야 소중한 내 아이라구"
 
"에리카 문 열어! ? 에리카..."
 
 
문은 안에서 걸어잠겨 도무지 열릴 생각을 하지 않았고, 내 절망감은 한없이 더 깊어졌다.
 
결국 문을 여는데 실패한 나였지만, 절대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내 성공과 나의 빛나는 인생이 여기서 무너질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꾀를 냈다.
 
 
"에리카... 미안해 내가 잘 못했어... 내가 뭔가에 홀렸었나봐... 날 용서해줘"
 
"......"
 
내 사과에도 그녀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에리카 우리 다시 시작하자. 내가 그 아이에 좋은 아빠가 되줄게..."
 
"... 정말이야?"
 
 
아이 이야기가 나오자 그제서야 에리카는 반응하기 시작했다.
 
 
"맹세할께 절대 너와 나에 이 아이를 버리는 일 없을테니까 날 믿고 이제 좀 밖으로 나와"
 
 
그녀가 망설이고 있었다.
 
창문틈에 비친 내 얼굴엔 나조차 낯선 냉정한 내가 으스스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딸깍'
 
 
문의 잠금레버를 푸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는 이내 눈물범범이된 에리카가 조용히 문을 열고 밖으로 걸어나왔다.
 
 
"료짱 그거 정말이지? 우리 이 아이 낳는거지?"
 
 
에리카는 눈물속에서도 희망에 찬 표정으로 나를 향해 웃어보였다.
 
미안하게도...
 
나는 그때 미쳤었는지도 모르겠다.
 
때마침 몰려온 취기와 드디어 문을 연 에리카에 대한 안도감
 
그리고 무너질지 모를 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일순간에 둑이 무너지듯 쏟아져 내리며 차가운 분노로 돌변해 버렸다.
 
 
"개 같은 년!!!"
 
 
나는 손에 집히는 무언가로 내 품에 안기려고 다가오는 에리카의 머리를 내려쳤다.
 
 
"!!!!!"
 
 
에리카의 외마디 비명...
 
하지만 난 멈추지 않았다. 에리카도 에리카지만 내 앞길을 막으려 무럭무럭 크고 있는 이 아이
 
이 아이를 없애야 했다.
 
 
'누가 이깟 아이 낳아달라고 했어? 난 그런적 없어...'
 
 
난 스스로 한번더 다짐하며, 쓰러진 에리카의 배를 짓밟았다.
 
 
얼마를 그렇게 때렸을까?
 
내가 정신을 차리고 흥분을 가라앉혔을때 이미 에리카는 조금의 꿈틀거림조차 멈춘채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 에리카.. 장난... 장난치...지마... 일어나..."
 
 
에리카를 흔들어 보았지만, 에리카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어설픈 지식으로 그녀의 맥박을 확인해보았지만, 맥박이 뛰지 않았고, 그녀의 동공역히 흉칙하게 풀어져 있었다.
 
나는 순간 커다란 쇠망치로 얻어맞은듯한 충격을 느끼며 그자리에서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 ...내가......사람을... 사람을 죽이다니......"
 
 
빌어먹을... 내 성욕처리용 변기에 불과했던 망할 에리카년이... 결국 내 인생을 박살내 버린것이다.
 
경찰에 신고를 해야할지... 아니면 모른척 해야할지 한참을 고민한 후에야 나는 결국
 
인생 일생일대의 결단을 내리고야 말았다.
 
 
 
모든 것의 모티브는 예전 시부야에서 있었던 한 사이코패스의 살인사건에 대한 기사였다.
 
여자를 죽여 토막을 낸 후, 하나하나 믹서기에 갈아 즙을 낸 후 변기에 버린다.
 
믹서기로 갈 수 없는 뼈는 모아서 빻아 버려 시체를 완전히 없앤다.
 
당시의 그 살인마는 그런식으로 7명의 여자를 죽인것으로 추정됐지만,
 
실제로 경찰이 밝혀낸 시신은 한구 뿐이어서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는
 
뉴스가... 마치 악마처럼 내 머리속을 스쳐지나간다.
 
 
 
 
 
 
 
 
결단을 내리자 행동은 일사천리였다. 때마침 에리카가 죽은 곳도 화장실 바로 앞이었기에
 
나는 그녀의 시신을 욕조로 가져가 마치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그녀의 시신 여기저기를 토막내기 시작했다.
 
몇 시간이나 걸렸을까? 결국 나는 그녀의 시체를 조각조각으로 잘라내는데에 성공하고야 만다.
 
어린시절 도축장 인근 고기를 정형하는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주워들은 것들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은 나조차도 몰랐다.
 
 
 
 
 
'위이이이잉'
 
 
믹서기가 돌아간다.
 
에리카가 그리고 혹시 그녀의 복중에 있었을지도 모를 나에 아이가 빠른 칼날의 회전속에서
 
서서히 그 형체를 잃어간다.
 
 
"괜찮아 괜찮아... 아무도 모를꺼야..."
 
 
'쑤와아아아악'
 
 
갈아내고, 그것을 변기에 흘려보내는것을 몇 번이나 반복했을까?
 
에리카는 이제 몇몇 굵은 뼈와 잘려나간 손가락 몇개만이 남아있을뿐이었다.
 
나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이미 동은 터오고 있었고,
 
간밤의 후회스러운 참극은 붉은 핏물이 되어 에리카의 욕실 벽을 흘러내린다.
 
에리카의 잘려나간 손가락 몇 개... 그리고 부위를 알 수 없는 내장의 찌거기 조금
 
기타 각 부위의 부속물 일부를 조심스럽게 모은 나는 다시 한번
 
마지막 믹서기를 돌린다.
 
 
'위이이이이이이잉'
 
 
믹서기의 강한 칼날이 작은 뼈마디와 부딪히며 딱딱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그저 귀를 막은 채 나를 지배하는 거대한 죄책감과 그보다 더 큰 불안감이 저 칼날과 함께
 
갈려 날아가기를 기원했다.
 
 
"!! !!!!"
 
 
에리카의 마지막 남은 몸을 갈아내던중 일부 찌꺼기가 강한 회전력으로 빠져나와 내 입으로 날아들어왔다.
 
나는 급히 토악질을 하듯 뱉어냈지만, 영 개운치는 않았다.
 
뭔가가 목 안으로 넘어들어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쏴아아아아악'
 
 
회오리를 만들며 붉은 분쇄물들이 변기구멍을 통해 하수구 저 어딘가로 흘려내려간다.
 
 
나는 주섬주섬 에리카의 남은 뼈들을 플라스틱 박스에 담고, 락스를 이용해 정성껏 욕실과 복도의 핏자국들을
 
지워나가기 시작했다.
 
태어나서 그렇게 꼼꼼하게 어딘가를 청소해본 적이 없었을만큼 나는 완벽하게 모든 흔적들을 지워냈다.
 
일련의 과정들이 모두 종료된것은 한낮의 태양이 비취는 정오무렵이었다.
 
 
 
"에리카는 히키코모리들처럼 밖을 안나가니까... 누군가 찾아올리도 없으니까...
 
아무도 모를꺼야... 누군가 에리카가 없어진걸 발견한다고 해도 그건 꽤나
 
많은 시간이 지난뒤겠지... 난 에리카를 만난적이 없어... 그래... 이건 완전범죄야"
 
 
 
나는 완전범죄라는 말로 나 스스로를 안심시켰다.
 
내게 좋은 방법을 알려준 그 살인마가 결국 증거 불충분으로 1명을 살해한 혐의만을 인정받아 15년형을 받았다는
 
기사의 마지막 부분도 떠올랐다.
 
에리카의 뼈는 박스에 담긴채 내 방 냉장고에 며칠간 냉동보관되었다가
 
며칠 뒤 내 고향의 야산 중턱 후미진곳에 묻혔다.
 
아무래도 뼈를 빻는것은 조금 무리였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선 산에 묻힌 뼈를 찾아내 범인을 잡기도 하지만, 그건 영화나 드라마니까 가능한 일이고
 
실제로 이런 야산의 후미진 곳을 다니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하물며 땅을 파볼 미친놈은 더더욱더 없을테지...
 
그리고 몇 주가 더 흘렀을까? 한동안이야 갑자기 걸려온 모르는 번호에서의 전화에 깜짝 놀라기도 하고,
 
손님이 찾아왔다는 말에 당황하기도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 모든것이 안정화되어가고 있었다.
 
경찰이건 누구건 그누구도 에리카의 일로 나를 찾는 사람은 없었고.
 
나는 쾌재를 부르며 콧노래를 부를만큼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 일이 있은 후부터 회사내에서 나의 평판은 한층 더 좋아졌다.
 
사람을 죽인다는 거, 그런 엄청난 경험을 했다는 건 분명히 인생에 있어 큰 경험이었을까?
 
사람들은 내게 전보다 업무 추진력이 좋아졌다거나, 일처리가 박력있다라는 등
 
전에 없던 칭찬들을 해왔다.
 
나 역시 같은 생각 이었다.
 
 
사람을 죽였으나, 걸리지도 않았고, 증거도 없으니... 뭐랄까?
 
언제든 누구라도 또 죽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그것은 일에 있어서 뭐든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으로 연결되었고,
 
곧 과장으로 승진한 나는 얼마 안돼 좋은 평판속에 승진에 유리한 부서로 배속되며
 
연일 승승장구했다.
 
 
"어머 자기... 언제부턴가 밤에도 뭔가 달라 카리스마가 넘친달까 아흑"
 
 
나는 야마무라 상무의 둘째딸 유우꼬의 둔부를 두손으로 잡아 한껏 벌리며, 그녀를 향해 말했다.
 
 
"왜 이런 내가 싫어?"
 
"아니... 그냥 아버지 후광이나 볼 생각으로 내게 접근한 얼뜨리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아냐... ... 자기 아... 좋아 좀 더... 좀 더...세게"
 
 
나의 터프한 펌프질에 유우꼬는 말도 채 잇지 못한 채 연신 교성을 내뱉으며 허리를 꼰다.
 
침대에 엎드린 유우꼬의 가슴이 내 물건이 삽입될때마다 요란하게 출렁인다.
 
나는 풍만한 유우꼬의 가슴을 손으로 거칠게 움켜쥐며,
 
나 스스로 얻어낸 이 성공과 쾌락에 만족을 느낀다.
 
나는 머지않아 상무의 딸인 유우꼬와 결혼을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는
 
누가봐도 탄탄대로다. 아마 나는 이 효고전기에서 가장 어린 나이에 사장이 되는
 
남자가 될지도 모른다.
 
지금 내 밑에 깔려 있는 야마무라 사장의 딸 유우꼬도 결국 내 발판에 불과하다.
 
 
 
'네 년도 내 인생에 방해가 된다면 언제든지... 에리카를 따라가게 만들어 주지...'
 
 
나는 섹스의 뜨거운 열기에 사로잡혀 교태스럽게 허리를 배배 꼬는 그녀 몰래
 
나직히 읊조렸다.
 
여자는 나쁜남자에게 끌린다더니, 어느새 유우꼬는 마치 내 노예처럼,
 
내게 매료되어 내 곁을 떠날 생각을 않는다.
 
 
'우웁...'
 
 
그때였다. 뭔가 토할 것 처럼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한건
 
 
"왜 그래 자기... 뭐 잘 못 먹었어?"
 
"아까 낮에 먹은 최고급 도미회가 뭔가 안 좋았나?"
 
"그럴리가 거긴 긴자에서도 최고로 유명한 가게란 말야 아빠에 단골 가게 이기도 하고 그럴리 없어"
 
"그럼 지금 내가 토할것 같은건 뭐야..."
 
"글쎄? 자기 임신한거 아냐? 크크크 우리 언니가 이번에 임신했는데 입덧을 그렇게 심하게 하더라구 히히"
 
"장난하지마..."
 
"미안 미안! 일단 급한대로 모텔 인근의 약국에라도 갈까?"
 
"그래 그러는게 좋겠어"
 
 
유우꼬와 헤어진 후 약국에서 받은 약을 며칠이고 먹어보았지만, 이 놈의 구역질은 도대체가 멈출줄을 몰랐다.
 
결국 나는 식사조차 제대로 못해, 며칠만에 살이 쪽 빠진 모습으로 병원을 찾을 수 밖에 없었다.
 
 
"희한하네요, 내시경으로 봐도 위나 다른 부분엔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
 
"뭐요 그럼 도대체 내가 이렇게 우웁.. 구역질이 나는 이유가 뭐냐구!!"
 
"아무래도 회사생활 하시면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아니면 최근에 뭔가 심경적으로 큰 변화가 있어서
 
몸이 안 좋게 반응하는건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통상 헛구역질이 주기적이고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임신외엔 식도나 위에 문제가 있을 경우가 일반적이거든요"
 
"젠장 돌팔이 같으니라구!!"
 
 
나는 참을 수 없는 구역질에 아무런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의사에게 악다구니를 하며 병원 밖으로 빠져나왔다.
 
의사가 문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른 어떤 병원을 찾아도 누구하나 속시원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아니 임산부도 아니고 성인 남자가 며칠째 헛구역질을 하는데, 내시경이나 엑스레이를 봐도 문제가 있어 보이는
부분은 전혀 없고... 아쉽지만 저희도 심리적인 요인 외에는 딱히 드릴 말씀이 없네요 죄송합니다."
 
 
다들 지겹게도 같은 얘기 뿐이었다.
 
 
'임신 아니면 심리적인 요인뿐이다.
 
'남자이니 임신일리는 없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조심해라'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니, 신경이 예민해졌고, 신경이 예민해지자 사람들의 어떤말에도 짜증스럽게 반응하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부터였다.
 
잘 나가던 내 회사생활에 여기저기 트러블이 생기기 시작했다.
 
사람들과의 사이에 트러블이 생기자, 업무처리가 지연되기 일쑤였고, 스트레스는 한층 더 가중됐다.
 
 
 
"미나무라 료 과장님 요즘 몸이 안좋으시다더니 얼굴 살이 홀쭉해지셨네요 병원은 가보셨어요?"
 
"다 소용없어 쳇 돌팔이들... 똑같은 얘기뿐이야... 전혀 차도가 없어!!"
 
"그래요? 큰일이네... 회사에서는 통 못드시는거 같던데 그래도 댁에서는 잘 챙겨 드시나봐요?"
 
"무슨 개소리야! 일주일도 넘게 물조차 제대로 못 먹고 있는 사람한테!!!!"
 
 
나는 안그래도 밥을 못 먹어 힘이 없는데 집에서는 잘 챙겨먹는거 같다는둥 헛소리를 해대는 여직원을 향해
 
나도 모르게 짜증스럽게 소리쳤다.
 
 
"...죄송해요 과장님 저는 그저 다만 며칠 굶으신 분 치고는 과장님 배가 많이 나오신거 같아서 그만..."
 
 
"시끄러워 당장 꺼져!!!"
 
 
여직원은 내 호통에 쌜쭉한 표정으로 부리나케 제 자리로 돌아간다.
 
여직원의 말 때문일까? 사무실 한쪽 구석 거울에 비친 내 배가 왠지 봉긋해 보인다.
 
일주일도 넘게 물조차 제대로 먹지 못한 내 배가 이렇게 나오다니 나는 그저 의아할 뿐이었다.
 
하지만 종종 유니세프를 통해 TV에 나오는 아프리카 난민 어린이들의 사진을 보며
 
너무 못 먹어도 배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그렇게 버티기를 한달...
 
나는 결국 느끼고야 말았다.
 
 
미지의 생명체가 내 뱃속에서 꿈틀거리는 생명의 태동...
 
마치 거짓말처럼 무언가 내 배를 두드리는 듯한 느낌이 아랫배를 엄습했다.
 
나는 두려웠다.
 
이상한 병에 걸린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나를 무겁게 짓눌렀다.
 
 
 
"간호원!!"
 
"네 박사님 이거 도대체 뭐야 장난하는거야? 미나무라씨의 CT를 가져오라고 했더니
 
이건 뭐야... 어느 임산부께 잘 못 섞여 들어온거야!!
 
그리고 누누히 말하지만 CT 찍을때는 늘 임신여부 확인하라고 말 하지 않았나?
 
잘 못해서 기형아라도 나오면 책임질꺼야?"
 
"그럴리가요? 분명히 미나무라씨를 찍은걸 받아왔는데... 어머... 정말이네...
 
이런... 어쩌죠 죄송합니다 미나무라씨 섞였나봐요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간호사는 나에 CT를 보더니 부리나케 CT실로 달려간다.
 
하지만 올 줄을 모른다. 아니 올 수가 없겠지... 나는 직감적으로 그것이 나의 복부를 촬영한
 
CT임을 직감했다.
 
내가 저지른 죄악은...
 
내 손에 의해 죽어간 에리카의 원망과 채 태어나지도 못한 아이의 분노는
 
믿을 순 없지만, 내 복중에 무언가 괴기스러운 형태로 응어리져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마치 생명체처럼 꿈틀거리며, 밖으로 나올 날 만을 기다리며
 
천천히 그 형체를 이뤄가기 시작한다.
 
나는 증오와 죄의 씨앗을 잉태한 것이다.
 
불과 수주만에 나에 배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기 시작했다.
 
몸에 나쁘다는 술과 담배를 연신 피워대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되려 이 참을 수 없는 헛 구역질에 그나마 먹은 것조차 한바탕 토악질로 다 쏟아내기 일 쑤 였으니까...
 
나는 두려웠다.
 
에리카와 나눴던 마지막 말도 떠올랐다.
 
 
 
"에리카 우리 다시 시작하자. 내가 그 아이에 좋은 아빠가 되줄게..."
 
"... 정말이야?"
 
 
"맹세할께 절대 너와 나에 이 아이를 버리는 일 없을테니까 날 믿고 이제 좀 밖으로 나와"
 
"맹세할께 절대 너와 나에 이 아이를 버리는 일 없을테니까 날 믿고 이제 좀 밖으로 나와"
 
"맹세할께 절대 너와 나에 이 아이를 버리는 일 없을테니까 날 믿고 이제 좀 밖으로 나와"
 
"맹세할께 절대 너와 나에 이 아이를 버리는 일 없을테니까 날 믿고 이제 좀 밖으로 나와"
 
"맹세할께 절대 너와 나에 이 아이를 버리는 일 없을테니까 날 믿고 이제 좀 밖으로 나와"
 
 
메아리처럼 마지막 말이 내 머리속을 울려댄다.
 
 
'에리카와 나의 아이는 내 마지막 맹세를 지키기 위해 내 안에 잉태된 것인가?'
 
'무엇을 위해!!! 복수? 살인자에 대한 벌? 제기랄!!! 제기랄!!!'
 
 
그렇게 아무에게도 말 하지 못할 나의 고민은 계속 됐다.
 
물론 회사생활 역시 정상적일 수 없었다.
 
 
 
'료군... 도대체 뭔가? 요즘 근태도 나쁘고 얼마전 지시한 프로젝트도 진행률이 형편없어! 어떻게 된건가"
 
"그게... ..."
 
"자네는 내 사위가 될 사람이야 이번 프로젝트를 성공시킴과 동시에 승진, 그 다음 내 딸인 요오꼬와 맺어줄 생각이네
 
헌데 왜 자꾸 날 실망시키는겐가!!! 최근 회사내의 평판 역시 좋지 않아!!"
 
"죄송합니다. 앞으론 나아질 겁니다."
 
"어이구... 제발 더 이상 날 실망시키지 말게... 그리고... 그 배는 도대체 뭔가? 젊은 친구가...
 
요즘 회사에서도 술과 담배에 찌들어 산다며? 그러니 젊은 친구가 그렇게 배가 나오지... 자기 관리부터 좀 똑바로 하게"
 
".. 죄송합니다"
 
 
야마무라 상무의 노기어린 호통이 머리를 울려댔다.
 
 
아이를 지우겠다는 일념으로 손댄 술과 담배... 결국 다 망할 토악질로 다 쏟아냈건만, 회사내의 소문이란
 
안 좋은 부분만을 부풀려 퍼져간다는것을 간과한 내 실수 였다.
 
하지만 상무의 말대로 내 배는 그 즈음 심각할 정도로 부풀어 올랐다.
 
물론 알 수 없는 무언가가 꿈틀대는 느낌도... 그리고 발로차는 듯한 태동 역시 한층 더 심해졌다.
 
그것도 불과 두달만에...
 
 
"안돼... 이건 악마야... 오 신이시어... 죄인을 벌하지 말고 용서하시옵소서..."
 
 
나는 주변에 흔치 않은 성당까지 찾아가 고해성사를 하고 기도해보았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태동은 더 강해졌고, 알 수 없는 본능은 곧 내가 출산하게 될 것이라는 섬뜩한
 
예감을 증폭 시켰다.
 
 
"수술... 수술을 받고 싶습니다."
 
"아 네... 여기 이름하고 연락처 적어주시구요. 환자분은 어디계시죠?"
 
"뭐야! 눈은 장식품이야 앙? 안보여 나 지금 당장 수술받아야 된다구! 낙태수술!!"
 
"? 죄송하지만 저희는 산부인과 인데요 남성 환자는 받지 않습니다. 게다가 낙태수술이라뇨
 
어디 어떻게 되신거 아니예요?"
 
"빌어먹을!!! 내 뱃속에 괴물이 자라고 있어! 당장 배를 째고 이 놈을 끄집어 내야돼!! ?"
 
".. 경비원!!!"
 
 
경비원에게 끌려 나가는 나... 나는 이미 광기에 사로잡혀 있었다.
 
하지만 그 어느 병원에서도 임신했다는 나의 말도, 내 뱃속에 괴물이 자라고 있다는 말도
 
믿어주지 않았다.
 
되려 방금전 처럼 경비원을 통해 밖으로 끌려나가기 일쑤였다.
 
 
 
더 이상 만삭의 임산부처럼 부어오른 배를 숨기며 출근한다는건 불가능했기에...
 
그렇게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회사에도 나가지 않은 채 방안에 틀어밖혀 있은지도 벌써 일주일째...
 
회사에선 결근 초반 몇차례에 걸쳐 전화가 왔었지만, 내가 받지 않자 그나마도 오지 않기 시작했다.
 
 
"빌어먹을...죽어 죽으란 말이야!!!"
 
 
나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욕을 내뱉으며 내 배를 주먹으로 때려봤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나조차도 숨이 막혀오는 듯한 이런 격한 충격에도 왕성히 움직이는 놈의 모습에
 
나는 내 뱃속의 그 무언가가 인간의 무엇이 아닌 괴물의 아이임을 확신했다.
 
병원도... 자해도... 그 놈을 해결 할 수 없었고,
 
결국 남은 것은 그 놈을 끄집어 내는 것 뿐이었다.
 
나는 결심했다.
 
나를 괴롭히는 이 악마와도 같은 악의 씨앗을 끄집어 내기로,
 
도대체 어떻게 생긴놈인지 얼굴이라도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 놈은 제대로된 햇빛을 보지는 못할 것이다.
 
나는 미리 준비한 커다란 식칼과 대형 믹서기, 그리고 톱을 가지런히 내 발밑에 모아두었다.
 
유사시 놈의 대가리를 뚫어버릴 전동 드릴도 구비되었다. 드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그 놈의 골통을
 
뚫어버릴 생각을 하니 웃음까지 나왔다.
 
이제 놈은 죽은 목숨인 것이다.
 
 
"흐읍!!!!"
 
 
진통이 점차로 격해지기 시작했다. 본능적으로 출산이 임박해 왔음을 인지한 나는
 
출산관련 안내서에 적힌대로 라마조 호흡법을 이용해 고통을 분산하는 동시에
 
다른 한 손엔 휴대용 전동드릴을 들고 나의 몸에서 빠져나올 놈을 박살낼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아아아아악!!!!!"
 
 
내장이 뒤집어지는 듯한 고통이 내 배를 엄습했다.
 
 
"크아아악!!! 크읏!! 카아아아아악!!!!!"
 
 
볼 수는 없었지만 내장이 찢어진다면 아마 이런 고통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극심하고 결렬한 통증이
 
나의 하반신을 지배한다.
 
내 몸을 찢을 듯이 통렬한 통증은 하복부를 중심으로 시작해 점차 나의 항문을 향해 나아간다.
 
느리고 점진적이지만, 도저히 멈출 기세가 아니다.
 
 
"망할 새끼!! 저주받은 새끼!!! 어디 감히 내 인생을 망치려고!!! 와라!! 와봐!!!
 
에리카처럼 니 놈새끼도 죽여서 갈아 버릴테니!!!"
 
 
나는 놈에게 지지 않겠다는 각오로 손에 들고 있던 전동드릴의 레바를 눌러본다
 
윙윙거리는 드릴소리에 놈이 조금이나마 겂을 먹어 주기를 바랬지만,
 
놈은 거칠게 회전하는 드릴소리따위엔 조금도 연연하지 않은채 밖으로 빠져나오기 위한
 
그 정중동의 움직임을 계속한다.
 
그때문일까... 나는 금방이라도 항문이 찢어질 듯한 격한 통증을 느끼며.
 
허공으로 고통의 비명을 질러댔다.
 
 
"아아악!!! 크앗!!! 빌어먹을 새끼!!! 나와! 나오라고 죽여버릴꺼야!!!"
 
 
얼마 안돼 마치 양수가 터진것처럼 나의 항문 사이로 검붉은 피가 쏟아져 나왔다.
 
나는 이것이 놈의 배출이 임박했다는 신호임을 깨닫고,
 
치밀어 오르는 항문의 통증을 견뎌내며, 칼과 전동드릴을 잡은 손에 더욱 더 힘을 준다.
 
 
"나와라!!! 괴물같은 새끼야!!!!!!!!!!!!!!!!!!!!!!!!!!!!!!"
 
 
나는 그 순간 보고 말았다.
 
작은 손가락과도 같은 것이 나의 항문 사이로 살짜기 삐져나왔던 것을...
 
그것은 마치 화상을 입은 듯 흉찍하게 일그러져 있었는데, 그 작은 손이 꼬물거리며
 
허우적 거리고 있었다.
 
 
"아아아아악!!!!!"
 
 
손가락을 필두로 놈의 머리통이 나의 항문을 통해 빠져나오려는지 이전보다 한층 극심한 통증이
 
나를 짓눌렀다. 골반과 내장기관이 모두 좌우로 잡아당겨지고, 좁다란 항문끝을 놈의 커다란
 
머리통이 비집고 나오려하고 있는 것이다.
 
 
"개새끼...... 아악!!!!!"
 
 
뭘 생각할 겨를도 없을만큼 굉장한 통증이 몰려왔다. 태어나서 단 한번도 느껴본적이 없는
 
그런 통증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문득 스쳐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잘게 잘려 믹서기에 갈린 에리카가 느낀 고통이 이런것이었을까?"
 
 
찰나의 순간 스쳐지나간 생각은 역시 찰나의 순간에 사라져버렸다.
 
오직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극심한 통증만이 나의 온몸을 지배했다.
 
 
"나오는가!!! 나오는가!!! 이 더러운 괴물새끼!!!!"
 
 
통증이 심해질수록 나의 항문에서 검붉은 피와 함께 커다란 머리통이 빠져나오기 시작한다.
 
마치 살아생전의 에리카처럼 머리통의 한쪽부분이 징그럽게 일그러진 놈의 표피를 보며
 
나는 맹렬한 분노를 토해냈다.
 
 
 
"죽어!!!! 죽어!!!!!!!!!!!!!!!!! 죽어버렷!!!!!!!!!!!!!!!"
 
 
내 왼손에 든 전동드릴이 놈의 반쯤 나온 골통위를 정면으로 강타했다.
 
 
'드드드드득!!!'
 
 
전동드릴이 놈의 표피를 뚫고 두개골을 파고들었는지 드릴 끝이 딱딱한 무언가에 부딪히는듯한
 
둔탁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으아아악!!!!"
 
 
나는 드릴에 머리통에 닿자마자 격렬히 꿈틀대는 놈의 움직임에 또 한번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하지만, 이대로 질 수는 없었다. 아직 내 항문사이에 머리가 끼어 옴짝달싹 할 수 없을때 놈을 죽여버려야
 
겠다는 생각만이 나를 지배했다.
 
 
"안져!! 나는 안져!!! 괴물같은 새끼야 내 인생을 박살내려고!! 나는 안져 죽으란말이야!!!"
 
 
나는 맹렬한 외침과 함께 온힘을 다해 두손으로 놈의 머리통을 향해 드리를 짓누른다
 
 
'콰콰콰콱!!!!'
 
 
한층 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드릴이 놈의 두개골을 뚫어내기 시작한다.
 
 
그럴때마다 나의 고통은 그 끝을 알 수 없을만큼 극심해졌지만, 나는 이를 악문채 놈에 대한 공격을 늦추지 않았다.
 
항문이 찢어지고 몸안의 내장들이 온통 휘저어지는 고통이 휘몰아 친다.
 
마치 누군가 내 내장기관들을 믹서기에 넣고 갈아내는 듯했다.
 
 
'카캉!!'
 
 
맑은 소리와 함께 놈의 두개골이 뚫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검붉은 핏물이 다시 한번 폭포처럼 쏟아진다.
 
그때문일까? 놈의 꿈틀거림 역시 서서히 사그라든다.
 
그랬다. 나는 승리한 것이다.
 
나를 괴롭히던 놈의 골통을 뚫어버리고, 괴물같은 놈이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을 막고야 만 것이다.
 
나는 승리의 기쁨에 고통조차 잊은 채 몸서리 쳤다.
 
내 방안은 온통 피와 비릿한 토사물로 가득했지만 상관없었다.
 
나는 승리자이다.
 
그 누구도 내 인생을 망칠수는 없었다.
 
에리카건 그 괴물같은 태아건...
 
여기까지가 내가 기억하는 전부다...
 
의식이 희미해진다. 힘이 빠지고, 나른해진다. 뭐지? 이런 기분은?
 
혹시... 에리카는 알까?
 
 
 
 
 
[도쿄시 외곽 ㅇㅇ현에 소재한 한 집에서 참혹한 시체가 발견되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대상은 유명기업인 효고전기의 중간간부이자 촉망받는 직원으로 알려진 미나무라 료씨]
 
[계속된 결근을 이상하게 여긴 직장 동료의 방문으로 발견된 미나무라씨의 상태는 참혹 그자체였습니다]
 
[당시 시체를 발견 신고를 접수하고 출동했던 경찰을 통해 당시의 참혹했던 상황을 들어보겠습니다]
 
[에 그러니까... 정말 말도 안되는 고어영화를 한편 본거 같았어요... 경찰 생활을 오래 했지만]
 
[그렇게 참혹하게 죽어있는 시체는 본적이 없으니까요.]
 
[료씨는 커다란 전동드릴을 자신의 항문에 찔러넣은 상태로 죽어 있었습니다.]
 
[전동드릴로 제 항문을 뚫고 그 원심력이 뱃속의 내장들을 모두 끄집어내 갈아버린거 같았어요]
 
[바닥에 찢겨지고 갈린 내장의 잔존물들이 여기저기 흘러내려 있었으니까요]
 
[자신의항문이란건... 자살이란 얘기십니까?]
 
[믿을 수 없지만 사실입니다. 그 누구도 집안에 들어온 흔적이 없었어요]
 
[드릴에서 발견된 지문도 오직 미나무라 료씨의 것 뿐이었으니까요]
 
[사람이 스스로 그렇게 잔인하게 자살하는 사례가 전에도 있었습니까?]
 
[그건 더 조사해 봐야겠지만, 통상 이렇게까지 잔인하게 자살을 하는 경우는 드물죠
 
하지만 주변인을 통해 탐문조사해본 결과 최근 미나무라씨는 병적인 심리적 스트레스를
 
표출해 왔다고 합니다]
 
[병적인 스트레스요?]
 
[네 뭔가에 홀린듯 이상한 말을 하고 다녔다고 합니다. 실제로 그가 들른 병원등지에서도 같은 증언이
 
나왔구요]
 
[어떤 내용이었죠?]
 
[자신이 임신을 했고, 뱃속에 괴물이 들어있다는 내용입니다. 저희 현 경시청을 도와주시고 있는
 
심리전문의 몬도 박사님은 정신분열적 망상에 의한 자살이 아닐까 하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정신 분열이요?]
 
[...]
 
[진실은 그 누구도 알 수 없겠습니다만. 일단은 잔혹한 방법으로 자신을 살해한 한 남자
 
미나무라 료, 이것은 또 하나의 괴담으로 남고 말까요?
 
아니면 우리가 알 수 없는 또다른 무엇이 그를 죽인걸까요?
 
하지만 진실은 이미 그 무거운 입을 닫고 떠나버렸습니다.
 
이상 기묘한 이야기보다 더 신기한 괴담의 리포터 야마네 메이였습니다]
 
[! 좋았어 메이씨]
 
[오늘 녹화분은 이제 다 끝난건가요?]
 
[아니야! 지난 결방분때문에 추가 촬영 한편 더해야돼! 다행인건 여기서 그닥 멀지 않다구]
 
[그래요? 다행이네요 다음 스케줄이 있어놔서... 다음 사건은 어떤거죠?]
 
[? 다음사건? 화상으로 한쪽 얼굴을 잃은 괴상한 여자가 한순간에 실종됐다는 이상한 사건이야
 
역시 미제사건이니까 시청자들이 관심을 좀 가지지 않을까? 라고는 하지만
 
사실 뭐 전 남자친구라는 사람이 주요 용의자라는데 제대로 밝혀진게 없어서 거의다 지어내야 할 판이야
 
결국엔 이 사건 장소와 가까워서 바로 이동할 수 있는 곳으로 결정한거지, ! 다들 물품 챙겨요
 
다음 촬영장소로 이동합니다]
 
 
모두가 떠난 뒤 아무도 없는 텅빈 방안에서 작고 나직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료짱... 우리의 아이 결국 료짱이 낳아주었네...
 
누가 뭐래도 우리 둘의 소중한 아이야 료짱"
 
 
- 끝- 
 
 
 
 
 
 
 
 
p.s 료짱 : 썩을 년... 
 
 
 
 
 
 
해마는 새끼를 낳기 위해서 수컷 해마가 육아 주머니의 구멍을 열게 되면 암컷이 그 속에 알을 낳습니다.
 
한번에 10개 정도 알을 낳는데, 가끔은 수백 개의 알을 육아 주머니에 낳기도 합니다.
 
육아 주머니에 들어간 알은 수컷 정자에 의해 수정되고 육아 주머니에서 2주일 후에 부화됩니다.
 
새끼 해마의 꼬리가 육아 주머니의 밖으로 나오게 되면 7~20초 정도 만에 한 마리가 나오고 차례로
 
새끼 해마가 나오게 됩니다.
 
 
 
 
해마의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어 썼던 글입니다.
 
스토리 진행상 다소 선정적인 부분도 있고, 다소 잔혹스러운 내용도 있습니다만.
 
남녀간의 치정과 배신, 그리고 복수라는 케케묵은 이야기를 근간으로 하여
 
대단한 반전이라든가, 깜짝 놀랄만한 무언가는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기본이거나 정석이라고 불리는 이야기들은 다들 잘 아셔서
 
풀어나가기가 참 힘이드네요.
 
복수와 스스로 파괴되어지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약간의 카타르시스라도 느끼셨다면
 
개인적으로는 대만족입니다만. 큰 기대는 않습니다.
 
매번 글을 쓸때마다 필력의 부족함을 심각하게 느낍니다.
 
(만화 포함 벌써 10번째 단편인데도 말이죠)
 
몇 편 더 쓰면 좀 나아지려나요?
 
듀라라님이나 환상괴담님, 코요테와방님, 초록환타님, 못된야옹님등 그외 갑자기 생각이 안나는
 
글쟁이분들은 몇편쯤부터 글빨이 사셨을지 궁금하네요.
 
개인차는 있겠지만, 조금 더 참고 읽어주시면 언젠가는 꽤 괜찮은 글도 쓸때가 오겠죠.
 
능력부족으로 장편은 엄두도 안나고...
 
행복하시고... 오늘 집에 가시면 아내에게, 또는 엄마에게 믹서기(또는 휴롬)로 녹즙이라도
 
한 잔 대접해 드리는 따듯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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