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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백일장] 변신
게시물ID : readers_111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폐허의현자
추천 : 1
조회수 : 228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4/01/20 14:51:52

  어느 날 채선이 잠에서 깨어났을 때 그의 몸은 벌레가 되어있었다.

채선은 침대에서 일어날 수 없어서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았지만 자신의 상태를 확인할 수가 없었다.

고개를 내리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가족 중 누군가라도 불러보려고 채선은 소리를 질렀지만 채선의 소리는 말이 아니라 휘파람소리처럼 나왔다. 

채선은 답답한 마음에 있는 힘껏 몸을 움직여 보았다. 

벌레가 되어버린 채선의 다리 여섯 개가 각자 움직이더니 그중 하나가 침대 끝을 짚었다. 

채선의 몸은 침대 반대편으로 굴러 떨어져 둔탁한 소리를 냈다. 

채선이 바닥에 엎드려서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데 채선의 어머니가 방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었다. 

채선은 반가운 마음에 구급차를 불러달라고 휘파람소리로 말했지만 어머니는 벌레가 된 채선을 보고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 버리고 말았다. 

그제야 채선은 몸의 상태를 확인할 기회를 얻었다. 

방바닥에 버려둔 소주병이 흐릿하게 채선의 모습을 비추었기 때문이다. 

여섯 개의 다리로 움직이고 딱딱한 껍질로 몸을 보호하고 두 개의 더듬이로 보고 듣는 생물. 채선은 거대한 벌레가 되어있었다.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몇 번이고 확인을 해봐도 채선이 벌레가 되었다는 사실에 변함이 없었다.

채선은 그 사실을 인정 할 수 없어서 몸으로 책상을 흔들며 난동을 부렸다. 책상 위에있던 물건이 채선의 몸에 떨어졌다. 

몸에서 느껴지는 아픔에 채선은 움직임을 멈추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인지 생각해보았다. 

어젯밤 퇴근해서 녹초가 된 몸으로 침대에 들어갈 때까지 채선의 몸은 분명 인간이었다. 

자고 있는 동안 누군가 채선을 벌레의 몸으로 만들어 버렸을 것이라고 채선은 생각했다. 

그 누군가의 후보자가 문제였다. 채선을 좋지 않게 생각할 사람은 인터넷에 많이 있었다. 

어제도 채선은 침대에 들어가기 전에 인터넷 속의 누군가를 조롱하고 비웃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채선처럼 행동하는 사람은 채선 이외에도 많이 있었고 상대방이 하룻밤 사이에 채선의 집을 찾아내기도 어려웠다. 

그 다음으로 채선은 가족들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가족들은 누구도 채선을 자랑스러워하지 않았다. 

도리어 이제껏 채선을 무시하고 경멸하고 있었다. 채선은 그들에게 벌을 주는 기분으로 성질을 부려서 채선의 근처에 못 오도록 해왔었다.


그 때 아버지가 채선의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손에 골프채를 들고 있었다. 

아버지가 휘두른 골프채는 채선의 옆구리에 맞았다. 채선은 아픔에 몸을 떨면서도 앞발을 휘둘러 아버지를 물러나게 만들었다. 

아버지가 다시 골프채를 높이 들었을 때, 어머니의 목소리가 채선을 구해주었다. “채선이 아버지 잠깐만요. 혹시 채선이일지도 모르잖아요.” 

채선은 고개를 끄덕이고 싶었지만 고개가 움직여지지 않았다.

목숨이 걸린 순간 채선은 번개처럼 머리를 굴려 앞발로 컴퓨터 스위치를 켰다. 

아버지는 채선의 행동에 놀라 골프채를 멈추었다. 채선은 더듬이를 최대한 높이 들어 모니터에 바탕화면이 나타난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아까 난동을 부리느라 책상에서 떨어진 키보드와 마우스에 달려들어 메모장을 열고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채선의 부모는 채선의 변화를 인정 할 수밖에 없었다. 거실에서 채선을 어찌 할 것인지 싸우는 소리가 채선에게 들렸다. 

채선의 부모는 채선을 병원에 보낼 수도 없으니 방에 두고 보자고 결국 결론을 냈다. 

어젯 밤에 갑자기 변했으니 오늘 밤에라도 채선의 몸이 되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어머니의 의견이 결정적이었다. 

골프채에 맞은 옆구리에서 체액이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누구도 채선을 신경 쓰지 않았다. 

방문은 굳게 닫혀있었고 채선의 다리는 손잡이를 돌릴 수가 없었다. 배에 달린 채선의 발성기관은 치료를 부탁하는 말이 나오지도 않았다. 

채선은 유일한 수단으로 인터넷을 켰다. 채선이 자주 가던 사이트에 자식을 버려두는 부모를 욕하며 도움을 요청할 생각이었다. 

레벨이 높은 그의 아이디 daily는 대단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채선의 추종자들이 채선을 도와줄 것을 채선은 의심하지 않았다.


◆참고문헌

프란츠 카프카, 『카프카 전집1 변신』, 솔출판사,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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