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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달의 공주 Ep.1
게시물ID : pony_597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Burk
추천 : 4
조회수 : 46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1/20 20:02:05
이퀘스트리아의 마법같은 전설. 
혼돈과 암흑속에서 꽃핀 운명같은 이야기는 비극적인 진실을 넘어 우리 곁을 항상 지켜주는 따스한 존재가 되어주었다.
하지만 우리의 기억속으로 사라져버린 공주의 희생.
끝나지않는 밤의 저주.
달과 어둠의 기운을 품은 그녀의 마법은 그 어떤 존재보다도 강력했고 그만큼 위협적인 존재였다. 
제어하지 못한 자신의 힘으로 인해 악몽의 재앙이 다시일어나는 것이 두려웠던 공주는 스스로 자신의 마법을 모조리 지우고 새로 태어나게 된다.
그녀는 흑마법의 멸절을 위해, 이퀘스트리아의 평화를 위해 자신의 힘과 명예를 달로 떠나보낸 비운의 왕녀.
달의 공주다.




쇠붙이들이 서로 맞부딪히는 특유의 철컹거리는 소음.
 그 거친 진동의 심포니가 내 머릿속을 미친듯이 뒤흔들었다.
아직 창문에는 광활한 모래사장처럼 펼쳐진 붉은 노을이 깊은 어둠의 바다에게 자리를 물려주고있었다.
노을속에서 화사하게 빛나는 별들의 밤은 아니었지만 정열적으로 불타는 하늘에서 은은하게 나를 내려다보는 달빛은 나를 묘한 감정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잠시후에 캔틀롯정문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만신창이가 되어 움직일 힘도 나질 않지만 다시 잠을 청하기엔 정말 애매하기 그지없는 시간.
이불이 없어 좀 허전하지만 워낙 방안이 따뜻해서 잠이 달아날 생각을 안했다.
귀를 움직이고 눈동자를 굴리는것조차도 귀찮다.
나는 천근만근인 몸을 겨우 일으켜 소파 아래에 자리잡은 배낭을 찾기위해 발을 더듬어보았다.
내가 쓰는 가방은 다른 포니들이 옆구리에 차는 가방들과 다르게 하드커버책에 쓰이는 재질의 크로스백.
유니콘이나 페가수스처럼 높은곳에 짐을 올려놓는게 불가능한 나로써는 그냥 소파밑에 모셔둘 수밖에없었다.
하지만 방금 내 발굽에 닿은 이 오묘한 감촉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는동시에 풀려있던 동공이 번뜩 커지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놀란마음에 소파에서 뛰어내렸다. 급한 마음에 이불에 꼬리가 감겨 맨땅에 얼굴로 쿵소리를 내고말았았다.
나는 기차 안의 다른 포니들이 있는 일반실과 다르게 혼자 쓸수 있는 방을 비싼 값을 주고 잡아놓았다.
굵직하게 울려퍼지는 파열음에 잠에서 깰 다른 포니는 없었다.
다행히 코도 찌그러지진 않은것같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소파 밑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내 가방은 사비를 전부 털어 마련한 여벌의 최고급원단양복과 내 영혼과도 같은 장비들이 들어있는 보물1호에 둘도없는 친구이자 연인인 아나스타샤.
그게 사라진다면 나는 일생의 전부를 그 가방 찾는데만 보내게 될지도 모른다.
아니면 모든것을 잃고 거지가 된채 길바닥에 드러앉던지.
무언가 시커먼게 소파밑에서 꿈틀거린다. 발굽을 집어넣어 한번더 물컹한 감촉을 느꼈다.
?
차가운 바닥에 닿아있던 등짝에 한줄기 소름이 끼치는 순간이었다.
자세히 들어보니 작게 숨을 내쉬듯 새근새근하는 소리마저 같았다.
작은 새보다도 가녀린 숨소리.
위험하진 않은것같다.


치익.
작은 촛불 한송이가 호실안을 은은하게 비추었다.
여전히 소파 안은 아직 쥐죽은 듯 감감무소식.
역시 끌어내야겠다고 생각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내가 유니콘이었더라면 어렵지않게 알아낼 수도 있었을 테지만 마법으로 포니를 잡으면 발굽으로 꽉 누르는 것보다 억세게 느껴진다고 책에서 본적이 있었다.
다시 물컹한 물체를 향해 용감하게 발굽을 집어넣으려는 찰나..
"승객여러분, 캔틀롯성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내리실 문을 왼쪽입니다."
기차가 제동을 걸면서 방안에 있는 모든 물건이 살짝 앞으로 기울어졌다.
또르르르르.
그바람에 모습을 드러낸 의문의 존재.
잠시 침묵이 흘렀다.


"....애벌레?"
정말로 커다란 애벌레같은게 소파밑에서 통나무처럼 굴러나왔다.
하지만 이내 위아래로 삐어져나온 꼬리와 갈기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필리들이 머리만 쏙 빼놓고 온몸을 이불로 돌돌말은체 애벌레놀이는 하는걸 많이 봐왔지만 이 요상한녀석은 정말로 잠을자기위해 이불말이가 된것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것도 세상만사 다 필요없다는 표정을 한체로.
내 호실에서 이불이 없어졌던 이유가 바로 여기 있었던 것 같다.
잠시 할말을 잃었다.


"....."
"흐으음...."
좀더 다가가 살펴보자 왠 나와 비슷한 또래의 유니콘이 입가에 침을 묻힌체 꿈속여행을 하고있었다.
촛불빛때문에 잠에서 깨려고 하는 듯 칭얼거리는 모습에 나는 아무생각도 나질 않았다.
"어,어이."
내가 발굽을 대고 살짝 흔들어보자 일어나기 싫어하는 아이처럼 밍기적밍기적거렸다.
내 인내심을 시험하려드는 것인가.
"일어나요. 남의방 와서 뭐하는짓입니까 지금!"
그리 크게 윽박지르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ㄴ자로 벌떡 일어나더니 이불속에서 발굽하나를 힘겹게 빼고는 눈을 비비적거리는 녀석.
"5분후에 깨워다오.."
'이 자식이 잠이 덜깼군.'
나는 다시 쓰러지려고 슬슬 기울어지는 애벌레를 이로 꽉물고 이리저리 밀고당겼다.
"제발 그쪽네 방으로 가라고 이 골칫덩어리야!"
이게 무슨 자다가 날벼락이란 말인가.


몇번을 미친듯이 물고 흔들어 대기를 수십번, 드디어 이불말이유니콘은 거의 반쯤 감긴 눈을 겨우 게슴츠레 뜨고는 이쪽을 돌아봤다.
평소에 매우 예쁘다고 칭찬을 자주 들었을것 같은 촉촉한 눈동자가 내 얼굴에 와닿았다. 안쓰러워보일정도로 비몽사몽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밤하늘처럼 깊고 맑은 눈동자가 보는이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늘어날 정도로 문짝에 끼인듯 꽉 달라붙어있던 이불자락이 헤 벌어진 내 입에서 툭 떨어지는 것을 나조차도 느끼지 못했다.
나는 한동안 시간이 가는줄도 모르고 그 유니콘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날개.
그녀의 매끄러운 날개가 이불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 유니콘... 아니 내 일생에서 한번 볼까말까한 존재가 내 얼굴 바로 앞 가까이에서 지어보이는 수줍은 미소.
"!"
순간 나는 목이 잠겨 뭐라 비명도 지르지 못한채 뒤로 나동그라졌다.



작가:아마 모바일로 보시는게 더 편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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