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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백일장] 그 흔적에 대한 고찰
게시물ID : readers_112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돌아온탕야
추천 : 1
조회수 : 17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1/21 00:23:14
나에게는 오랜 시간 품어온 의문이 있었다. 도대체 우리 집 변기 내벽에 맹렬한 폭발의 흔적을 남기는 그는 누구일까.. 결코 액체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닌 그 갈색의 흔적을 누가 남기는 것인가..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것이 신경 쓰이는 이유는 그 흔적이 정상적인 배변활동에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곳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폭발의 근원지 폭포의 발원점 바로 근처 변기 덮개 바로 아래.. 상식적인 물리활동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위치였다. 누군가 그에게 니트로글리세린이라도 먹였단 말인가.. 이 의문은 나의 뇌리 한구석을 결코 떠나지 않았다.
 
우리집 식구는 네명, 여동생와 어머니는 여성이었기 때문에 가능성이 낮다고 여겼다. 남는 것은 나와 아버지. 그러나 나는 평소 변을 보고 항상 뒤를 확인하는 성격이었기 때문에 유력한 용의자는 아버지였다. 어느날 우연히 보게 된 아버지의 배변자세가 그 의심을 확신으로 만들었다. 아버지는 유달리 보통의 사람들보다 앞으로 수그린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보통의 사람의 낙하가 수직으로 이루어진다면 아버지의 낙하는 사선으로 변기의 벽면을 향해 비스듬히 분출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차마 아버지에게 이 문제를 직설적으로 말할 수는 없었지만 이따금씩 출현하는 그 갈색의 흔적을 보며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가슴에 품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평소 치느님을 영접하기를 즐기는 나는 그날도 나와 마찬가지로 여자친구가 없는 친구와 둘이서 동네 호프에서 치느님을 영접하고 얼큰히 취기도 올랐다. 사실 나에게는 한가지 의문점이 하나 더 있었는데 내가 그렇게 치느님을 숭배하고 신성시하는데도 치느님께서는 내 속에만 들어가면 일반적인 형태가 아닌 많은 수분과 함께 나오신다는 것이었다. 사실 액체와 별 다를 바 없는 상태로 말이다. 역시나 그날도 내 속은 내 주제에 치느님을 영접한 대가로 신벌을 받았는지 들끓어 오르고 있었다.
 
  나는 몽롱한 정신을 부여잡으며 치느님의 소중한 잔해들을 배출하기 위해 변기에서 신성한 의식에 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나는 느꼈다. 극심한 고통 중에 나의 몸은 앞으로 숙여지고 있었다. 그렇다 아버지의 기묘한 대각선 배출자세와 극도로 유사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신성한 의식이 끝나고 확인한 흔적은 나에게 아버지에 대한 죄송한 마음을 갖게 만들었다. 그 이해할 수 없는 위치에 찍힌 마크는 내 작품이었던 것이었다. 그 형태의 유사성이 사실을 부정할 수 없게 했다. 사실 내가 치맥은 먹은 날은 술기운 김에 뒷자리를 확인해보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 인간사도 이와같다. 일단 자신을 의심해보고 타인을 의심하는 일이 많다. 우리는 항상 살면서 남을 의심하기보다 자신부터 의심해보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오유 탈퇴했었는데 백일장 참가하고 싶어서 아이디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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