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만 크면 다행인데 말투도 무섭습니다. 어머니랑 아버지 대화하는 걸 들으면 아버지가 어머니를 곧 때려버릴 듯한 기세인지라, 어렸을 때 잠들려고 하다가 두 분 대화하는 걸 듣고 놀라 뛰쳐나간 적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정작 나가보면 그냥 대화.
보일러를 베란다로 빼고 대신 컴퓨터랑 옷장을 넣은 방이 있는데 이 방이 연립주택 입구 쪽을 향해 있고 방음도 안 되서 아버지가 컴퓨터 하시다가 무슨 말만 하면 온 집에 아주 쩌렁쩌렁 울릴 지경입니다.
아버지가 연립주택 주민 중 가장 오래 거주하신 분이시고, 또 인상도 험상궂으신데다가, 말투가 싸움을 거는 듯해서 다른 주민들이 뭐라고 말을 못 하십니다.
대신 저한테 하시죠. "저기 학생. 아버지 목소리가 좀 크신 것 같은데..."
그럼 저는 사과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버지께 목소리 좀 줄이시라고 말하면 버럭 화만 내십니다. 원래 이런데 어쩌라는 거냐, 뭐 이런 거요. 그럼 저도 울컥 해서 싸우게 되고, 며칠 냉냉하게 있다가 또 클레임이 들어오면 제가 지적하고 또 싸우고, 지난 몇 년 간 계속 이랬습니다. 아버지는 고칠 생각이 전혀, 조금도 없으신 것 같습니다. 그나마 제가 "아버지 죄송한데 목소리 좀.."하면 아주 살짝 작게 - 그것도 물론 꽤 큰 소립니다만 - 말씀하시는 걸로 어떻게든 버텼습니다.
며칠 전 아랫층에 주민이 새로 들어왔더군요. 대학생, 고등학생 형제가 자취하는 것 같은데 형 되는 사람이 방금 와서 한소리 하고 갔습니다. 너무 시끄럽다고요.
저는 곧 타지에서 살게될텐데 제가 가버리면 아버지 목소리는 다시 쩌렁쩌렁 울리겠죠. 온 주민들이 아버지 욕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을 정도로 그 목소리 고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