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기차 안
난 볼일 보러 가는 중
털썩 ~
자리를 잡고 앉아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
한 여자가 걸어 들어온다
그 뒤를 따라서 한 남자가 걸어 들어온다
" 야 !! "
여자가 휙 돌아보며
" 왜 !! "
" 니 내가 그렇게 걷지 말라 그랬제 "
" 내가 뭐 ? "
점점 높아지는 남자의 목소리
" 그러니까 그렇게 엉덩이 빼딱빼딱 거리며 걷지 말라고 "
순간 기차안은 조용 ~~
" 내 걸음이 어떻다고 ? "
" 그러니까 엉덩이를 흔들고 걷지 ... "
여자는 남자의 말을 중간에 짤라먹는다 ..
" 아니 ... 여기 통로가 좁아서 그렇잖아 ~ "
" 야 !! 통로가 좁은데 그 정도로 걸으면
널따란 아스팔트로 지나가면 아주 볼만하겠다 !! "
" 뭐 ? 아스팔트 ..... 볼만하겠다고 ...
지금 말 다 했나 ? "
" 그래 말 다했다 !!
길을 지나가면 전부 니 엉덩이만 보는거 아나 모르나 .. "
" 전부 ? 전부 누가 ..
다 데리고 온나 !! 내가 물어볼거니까 ...
그리고 내가 일자걸음에 얼마나 반듯하게 걷는데 .. "
" 반 듯 ?
반듯이 얼어죽었나 .. 멀리 갈 것도 없다 ..
여기 있는 사람들 ....... "
대략 남자는
'여기 있는 사람들' 에게 물어보자 말하려 했던 것 같다.
그런데 ...
갑자기 흑흑흑 소리를 내며 울어버리는 여자 --;
" 야 !! 지금 우나 ?
뭐 그런거 가지고 울고 그러노 "
원래 울음이란 ..
달래면 달랠수록 더 크게 우는 법 ...
여자는 너무 서럽다는 듯 ....
어깨를 들썩이며 말을 이었다 ..
" 아니 ...
그렇게 내 걸음이 이상하면 ....
예쁘게 걷는 여자랑 사귀라고 .... "
어찌 들으면 너무도 유치찬란한 ... 말에
아니 그냥 들어도 유치찬란한 말에 ..
남자는 여자의 눈물을 닦아주며 이렇게 말했다 ....
" 그만 울어라 ..
니 걸음이 이상한 게 아니고 다른 남자들이 보니까 ~
됐다 !! 지금까지 걸어온 걸음이 안 고쳐지는걸 어쩌겠노
정 ~~ 안되면 내가 업고 다니께 .. 그러면 되겠제 .. 뚝 "
싸움을 구경하던 몇몇 이들은 이미 닭이 되어 날아가 버렸고
두 남녀는 언제 그랬냐는 듯 ..
세상에서 제일 다정한 모습으로 그렇게 자리를 찾아 가버렸다 ..
이날에 싸움은
지금까지 내가 보아온 싸움중 가장 재미없었던 싸움으로 기억될 것이다 --;
- but&그리움 / 2004. 12. 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