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아침.
10평 숙소에서 15명이 함께 일어나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고, 계란과 오뚜기 참기름에 밥을 비벼먹고,
남자애는 파르르 바랜 콤비를 입고, 시크한 남자의 상징 불가리 블루를 뿌리고,
여자애는 잔 물결무늬가 가득한 반투명의 검정 스타킹을 신고, 짧디 짧은 똥꼬치마를 입고, -물론 하이웨스트로.
그렇게 두근대는 마음으로 집을 나서다.
문득, 남자애는 저 섹시한 여자애의 짐(물론, 다 팔아야 할 물건들)을 들어주며 호감을 사자.
그렇게 인고의 짐을 짊어진 남자는 무리와 함께 지하철역으로 이동하고,
대부분 지방애들이라 정기권이 없음에, 몇몇 수도권 아해들은 신용카드나 정기권으로 지하철 삑- 마을버스 환승입니다-
이러면, 우오오 무려 서울애구나! 일순 남자애가 으쓱했으며, 여자애의 눈빛이 잠시 격앙되었음은 당연하다.
-쨌거나,
지하철 계단을 오르내릴때에도, 혹시나 여자애의 앙증맞은 팬티가 보일라 몸과 마음으로 가려주고,
칸칸마다 따라붙으며 행여 서식하고 있을지도 모를 변태들의 마수에서 여자애를 지킨다는 굳은 일념.
아아. 그렇게 싹트는 애뜻함이란.
회사에 도착해서도, 입구에서 훈남이다. 멋있다 칭찬하는 삐끼년들에게 혹하지 않고,
여자애의 뒤만 소리없이 따르며 시중을 들고, 가끔 쉬는시간엔 애써 차가운 남자인 척 담배는 말보로만 피우고, -물론 RED BOX
강의시간에 졸지 않고, 열심히 받아적으며,
물건은 1등으로 팔고, 전화 마케팅을 통해 군대 동기, 절친들은 물론 가족까지 엿맥이고,
결국.
그 섹시한 여자애가, 어느 순간, 수줍게 다가와.
니 은갈치 정장과 어울리는 핑크색 넥타이, 그리고 반짝이는 금색 아놀드파머 넥타이핀에 반했어.
물론, 너의 성실함과 당당함이 묻어나던 전화마케팅은 옵션이야.
-라며 지고지순한 눈빛으로 남자애를 바라보는 찰라.
그렇게 두 사람은 어느날, 숙소 대신 오금동 근처의 한 모텔로 들어서기 시작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