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의 경우 매우 자유로운 덕질의 환경이 보장되어 있다 누누히 들은 바 있으나
육군은, 게다가 전방사단의 일개 보병대대는 워낙 팔도 사나이들이 다 모여 있어서
덕들이란 소심하게, 짬 안될때는 완전 일코를 하다 서서히 군대 물 좀 먹다보면
라노벨이나 만화를 혼자 즐기고는 한다.
(판타지나 무협이야 운전병들을 통해 각 부대의 서적이 원활히 유통되고 또 소비되므로 덕질에서는 제외한다)
지원과 1,3종계원 조병장은 나보다 세 달 선임으로,
특유의 센스와 꼼꼼함, 게다가 1,3종계원의 필수요소인 떡대와 완력을 갖고 있어
이미 간부급 병사로 그 위용을 떨치고 있었고 들리는 바로는 그 사이가 나쁘다는
군수담당관과 본부중대 행정보급관이 결탁하여 전문하사 지원서를 구비하고 지장찍을 준비만 한다는 소리가 들렸다.
업무협조로 찾아온 타부대 중사가 업무를 보는 조일병(당시에는)을 보고 우렁찬 경례를 때렸을 때부터,
내가 처부장이라도 저 놈 잡아다 지문채취부터 하고 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행정병의 모범표본 증거 제1호라 불릴만한 모범병사 조병장은 예상외의 덕후였다.
우리 부대는 육군 최초로(라고 들었는데 확실치는 않다. 사단 최초는 맞다) '계급별 생활관' 시범부대로 선정되어
내가 상병을 달 때에는 어느정도 그 문화(=말년부터 신병까지 일안하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었다.
실세라는 상꺾이 일병 생활관에 들어가도 일병은 누운 자세로 편히 대답하고
취미만 맞으면 이병이 병장 생활관에서 노가리를 까는 뭐 그런 상황이었다. (물론 개념탑재가 되었다는 가정하에)
조병장은 병장이니 왕짬 병장 생활관에 살았는데, 어쩌다보니 왕고가 되고 나서는 리모콘을 항상 손에 쥐고 살았다.
IPTV로 그가 보던 건 소드 아트 온라인....
1주차 주말 : "아 조병장, 우리 슈퍼스타K 재방송 보면 안됨?"
2주차 주말 : "조병장, 저 가슴 큰 애 이름이 뭐임?"
3주차 주말 : "조병장 나 앞에 1화부터 4화까지 못봤는데 다시 보면 안됨?"
그렇게 조병장은 자기 동기부터 자기 아래 두 달 군번까지, 같은 생활관을 쓰는 말년들을
주말에 TV앞에 누워 라면먹으면서 애니메이션을 보는 훌륭한 덕후로 만들고야 말았다.
그 이후였던 것 같다. 생활관에 자주 놀러오던 모 중위(진)이 BOQ에 소드 아트 온라인(책)을 구비해 놓았던 게...
나는 '뭐임 ㅉㅉ' 이런 생각을 갖고 내 아래 일말들 생활관에나 놀러가서 누굴 또 놀려줄까 하고 있었는데,
아니나다를까 그 생활관에도 오덕은 서식하고 있었다.
얼마전 전역했을 그 친구는 통신병으로 역시나 꽤 모범적인 군생활을 하고 있어
군생활 22년차 원사(진)인 통신부소대장이 친히 맥심모카믹스를 타주는 그런 아이였다.
다른 후임들도 고분고분 애니를 보고 있는 것을 보니 여기도 이미 3주차 이상을 넘긴 중증 감염구역인것 같았다.
나 : ㅋㅋㅋ 야 병장 생활관도 애니보던데 본부중대는 무슨 덕후집단이냐 ㅋㅋㅋㅋㅋㅋㅋ
40분 뒤의 나 : 사다코 하악하악
...그 생활관에서 본 건 <너에게 닿기를> 이었다.
전역 후에도 조병장과는 다른 선후임들과 함께 연락을 지속하고 있고,
나는 그가 돌리는 서버에서 좋은(?) 자료를 챙겨가고 있다.
통신병 후임은 지금쯤 사다코같은 여자친구를 만났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학습활동] 과연 모범병사 중에는 덕후가 많은걸까?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토의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