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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진중권.... 널 갖고 싶었다
게시물ID : sisa_7104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실버님
추천 : 2
조회수 : 43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09/06/12 23:54:55
경고
이 글은 픽션입니다



변희재 나레이션 :

02년 서울시장 선거. 
어떻게 보면 이 선거는 내 운명의 갈림길이었다.

강준만과 진중권...

다른 매력을 지닌 이 두 남자들 사이에서 내 마음은 흔들렸지만, 
이제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진중권을 갖고싶다고... 그는 내남자라고...

이때부터 시작된, 그를 향한 나의 사랑은
이제 도저히 멈출 수 없다.



옥석논쟁에서 강준만의 편에 서서 당신을 공격했던 나는, 자석에 이끌리는 쇠붙이가 된 듯 매일같이 당신에 관한 기사들을 찾아냈고, 클릭했다. 어째서 내가 그런 행동을 했던 건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단지 갈릴레오가 지동설이 옳다 주장했던 것처럼, 내가 당신에 관한 기사들을 찾고, 클릭하고, 비판하는 건 내게는 너무나도 '옳은' 일이었다. 허나 기계적으로 그런 행동을 반복해오던 나는 흔히 언론사에 올라오는 그런 기사들로는 나의 갈망을 채워줄 수 없는 것 아닌가 하는 회의감을 느꼈다. 언론사에 올라오는 뻔할 뻔자인 기사들은 당신의 도발적인 매력을 3퍼센트도 나타내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나는 긴 고민 끝에 나만의 언론사를 만들었다. 빅뉴스... 당신에 대한 빅 사이즈의 사랑을 풀어놓겠다는, 나의 마음 속 수줍은 각오를 나타낸 이름이다.

빅뉴스에서 당신에 대한 감정을 거침없이 쏟아내던 어느날. 내 안에 숨어 나를 충동질하는 어두운 본능을 다시금 깨달았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당신에게로 가는 걸 보고 싶지 않다. 너를 내 손 안에 가둬버리고 싶다. 그래. 새장 속에 갇혀 가녀린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카나리아처럼, 너를 그렇게 새장 속에 가둬버리고 오로지 나만을 위해서만 키보드를 두드리도록 만들고 싶다. 모두 너를 버리고 아무도 너를 돌아보지 않을 때 내가 네게 손길을 내민다면, 그때도 과연 너는 날 듣보잡이라 경멸하며 거부할 수 있을까.


그렇게 나는 나의 작은 꿈을 이루려 당신의 뒤를 밟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서...


당신의 그림자를 뒤쫓는 고독한 레이스 도중 당신의 강의에서 F학점을 받았다며 당신의 비리를 폭로하는 한 학생을 만났다. 커피숍에서 그 학생이 태연한 얼굴로 내게 당신의 비리의혹을 얘기하는 순간, 펜을 쥔 내 주먹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당신은, 진중권이라는 남자는 그런 사사로운 비리를 저지를 리 없으니까. 하지만 설령 듣기 싫은 말을 내뱉는다 하더라도 나는 그 학생에게 매달려야 한다. 당신을 파멸시켜 내 손 안에 넣을 수 있다면 듣기 싫은 말따윈 아무래도 좋다. 참을 수 있다. 나는 집에 들어와 키보드를 잡고 미친듯이 키를 눌러대기 시작했다. 아... 소름끼치도록 부드러운 키스킨의 감촉이 내 손끝을 타고 올라온다. 키보드 앞에 선 나는 피아노를 잡은 베토벤이 되어 광시곡을 연주한다. 당신의 파멸의 서장을 알리는 나의 광시곡을...


그가 나의 덫에 발을 내딛었다. 제아무리 영악한 그라 하더라도 내가 짜놓은 '공금횡령 혐의'라는 덫은 빠져나갈 수 없을 테니까. 그는 언론에 기사가 나가자,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 화가 난 듯한 목소리로 경찰에 고소하겠다는 둥 단순한 항의전화라 볼 수 없는 강도의 험악한 말들을 뱉어냈다고 한다. 이야기를 듣는 내내 내 얼굴은 화끈거리고, 가슴은 조여왔다. 내 차례는 언제일까. 그가 나에게 전화를 걸지 않을까, 하고. 곧, 내 핸드폰이 울리며 액정에 친숙한 번호가 떴다.

"...경찰에 고소할 테니 빨리 주소 대."

화가 난 듯한 그의 목소리에 심장 박동이 점점 빨라지는 걸 느낀다. 경찰에 고소한다는 게 무서워서가 아니다. 그런 이유라면 애초에 이런 것따위 시작하지 않았다. 가슴이 두근거려온 건 작은, 아주 작고 가능성 없는 희망이 내 안에서 피어오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대답을 하기 전까지의 몇 초라는 시간이 너무나 길게 느껴졌다. 나는 아주 천천히, 그리고 또박또박 그에게 나의 집 주소를 불러주었다. 고소가 아니라, 그가 직접 내 집으로 찾아오길 바라며. 지금 생각하면 참 부질없는 바램이지만 당시 나는 별똥별에 소원을 비는 소녀처럼 간절히 그의 방문을 바랬다. 찾아오기만 한다면... 그와 단둘이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지금 그를 망가뜨리겠다는 나의 마음은 사그라들지도 모르는데...


전화를 끊은 난 목욕재계를 시작했다. 눈을 감고 샤워기에서 08년 코스피지수가 떨어지듯 거세게 떨어져내리는 물을 맞으며, 진중권에 대한 나의 욕망을 잠시라도 잊으려 애썼다. 몸을 구석구석 닦으며 그에 대한 생각을 지우려 노력했다. 청결치 못한 몸, 세속에 찌든 마음으로는 소장을 작성할 수 없을 테니까. 물기를 닦은 후, 소장을 작성할 때에 입는 쥐색의 예복을 차려입었다. 왼 소매에 팔을 넣고, 그 다음은 오른 소매에. 허리띠를 두른 후, 바지를 입고 내가 소장을 작성할 때 쓰는 독일산 은테 안경을 끼면 소장을 작성할 차람이 완성된다.

소장 작성... 나의 유일한 취미이자 레저 생활이다. 언제나 이 시간만큼은 진중권이 내 옆에 없더라도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나는 욕망을 지우고 경건한 마음으로 서재에 들어가 책상 앞에 앉는다. 그리고 가만히 눈을 감고 나 자신에게 진중권의 죄를 따져 물으며 펜을 든다. 그에 대한 나의 사랑과, 증오가 담긴 무겁디 무거운 펜을. 
http://curtis187.egloos.com/4398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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