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혁명에 의해 쫓겨나 망명을 가야했던 독재자 이승만은 ‘재평가’라는 이름을 통하여 ‘국부’라는 명칭을 달고 환생하고, 군부 쿠데타를 통해 집권, 18년 철권통치를 하다 부하의 손에 저격당해 죽었던 독재자는 그 딸의 집권으로 환생, 이미 전설이 되어가고 있다. 이 퇴행의 역사는 이명박근혜파에겐 역사의 진전이다. 이명박근혜파의 집권 목적이 바로 이 퇴행의 역사를 진전의 역사로 바꾸려는 작업이었다.
이를 제대로 알지 못했던 유시민 등 반 김대중 주의자들은 “한나라당 집권해도 나라 망하지 않는다”는 말로 저들의 집권을 용인(?)했다.
지난 2002년, 나(우리)는 일찍 이런 퇴행의 역사를 예견하고 이를 막기 위해 ‘노무현 당선’에 모든 힘을 모았다. 그리고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당선시켰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당선된 노무현은 이런 나(우리)의 충정을 “이회창 싫어서 찍었지 노무현 좋아서 찍은 것 아니다”라는 말로 폄하했다.
이 폄하는 급기야 대북송금특검이란 칼로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생채기를 냈다. 이 특검은 그동안 ‘김대중의 대북 퍼주기’라는 말로 남북화해정책을 비난하던 적들의 논리를 현실화시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김대중은 급격히 격하되었고 6.15공동선언은 책상서랍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까지만 해도 참을 만하다. 그렇게 해서라도 정권을 역사의 퇴행을 바라는 세력에게 빼앗기지 않았다면 용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집권기간 내내 ‘실험적 정치’만 하다가 급기야 역사의 퇴행을 바라는 세력에게 “모두 내줄 수도 있으니까 우리랑 대연정을 하자”고 했다. 그런데 퇴짜를 맞았다. 그러자 그때서야 김대중 노선으로 회귀하려고 했다. 급거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10.4성명을 발표하는 등 난리법석을 피웠다.
하지만 지금 그 10.4성명이 나온 남북정상회담 때문에 역사의 퇴행을 바라는 세력은 날개가 더 넓어져서 높이 날고 있다. 급기야 퇴행의 역사가 전진의 역사인양 오도하는 것도 서슴치 않는다. 그래도 이들은 자기들의 죄를 모른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들어 비판하면 아군 편가르기라고 대든다.
‘아군 편가르기’....
정작 아군 편가르기를 했던 세력이 누구인가?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대통령에 당선시켜 준 분당 반대 아군을 난닝구라고 폄하하고, 호남지역주의자라고 욕보이고, ‘잔민당’이라고 비아냥대던 치들이 누구인가? 그런데 이런 행위들, 이런 잘못된 정치들을 비판하니까 아군 편가르기라고 삿대질이다.
오늘...작금... 이 역사의 퇴행을 바라는 세력들의 득세와, 엄연한 퇴행의 역사가 진전으로 오도되는 것이 용인된 바탕은 결국 노무현 세력이다. 나의 이 주장을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하여 나는 어떤 죄의식도 없다.
유시민이 “한나라당 집권해도 나라 망하지 않는다”고 했을 때 나는 유시민을 비판했다. 김영춘이 문국현을 통한 노무현세력 재결성을 노렸을 때 나는 김영춘을 비판했다. 비록 정동영이 자신의 정치적 아버지였던 김대중과 권노갑을 면전에서 비판하고 자신이 득세하면서 김대중의 민주당을 파괴했을지라도 막판 정동영에게 나는 기꺼이 내 한 표를 던졌다. 노무현을 배신했다며 친노 핵심이 정동영을 외면할 때 나는 정동영에게 투표했던 것이다.
지난 대선도 마찬가지다. 나는 안철수가 대선출마를 선언하기 전까지 방관자였다. 하지만 누구라도 민주당의 후보로 결정되면 그에게 내 한 표를 던지겠다는 생각은 굳건했다. 손학규, 김두관, 문재인 다 지지하진 않았으나 역사의 퇴행을 바라는 세력에게 집권의 칼을 쥐어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안철수가 다양한 세력의 지지를 받으며 대선출진을 선언했다. 나는 김대중을 부관참시하고도 정권을 잃었던 노무현 후계자 문재인보다 안철수가 나서는 것이 대통령 당선에 훨씬 용이할 것으로 봤다. 문재인 안철수 개개인에 대한 호불호가 아니라 누구라야 저 패악적 세력에게서 정권을 되찾을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추고 그 답을 뽑았다.
신세력과 구세력의 싸움은 박정희와 노무현의 싸움보다 쉽다고 생각했다. 안철수라면 노무현을 무기로 한 공격이 먹히지 않을 것으로 봤다. 반대로 박정희 전두환 김영삼 이명박 이승만을 무기로 공격할 무기도 다양할 것으로 봤다. 안철수 개인에 대한 집권자로서의 능력은 별개로 저 패악적 세력에게서 일단 권력을 되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우선이었다. 이런 여러 가지에 대한 내 판단은 안철수였다.
하지만 안철수는 정치초보답게 뒷심이 약했다. 그리고 문재인에게 양보하고 말았다. 결국 문재인이 ‘우리 편’ 대표선수로 나섰다. 그렇다면 나는 문재인을 어찌했을까? 어쩔 수 없이 나도 ‘문재인 펀’이 되었다. 집권자로서의 능력도, 세력으로서의 믿음도, 역사를 보는 눈의 차이도 다 회의적이었지만 다시 이승만을, 박정희를, 김영삼을 환생시키는 죄는 지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지금도 ‘같은 편’일까? 아니다.
어제 트위터에서 친노로 보이는 트위터리안들이 안철수 지지층에게 “문재인 사퇴하고 정치일선에서 물러난다고 안철수가 대통령이 될 수 있을 줄 아느냐? 천만의 말씀, 문재인표가 도와야 안철수 집권도 가능하다.” 는 트윗들을 했다. 그런 트윗을 날린 분들에게 나는 “안철수 걱정 말고 일단 물러나기라도 좀 하라고 하세요”라는 맨션을 했다.
항상 써먹는 노문재인파 습성이다. 자기들이 힘을 갖고 그 힘을 휘두를 땐, “지역주의자, 토호, 반민주세력, 난닝구들아, 니들 없어도 되니까 좀 빠져”하다가 자기들이 힘을 잃고 코너에 몰리면 “우리 없이 니들이 뭘 할 수 있어? 우리를 살려내. 그래야 힘을 합해 그나마 싸울 수 있어. 그러니 아군 편가르기 하지 말어” 습성...지금이 바로 그렇다.
그래서다. 나도 당신들이 쓰던 말 좀 쓰자. 이제 좀 빠져 주라. 그러면 밑바닥부터 다시 힘을 다져 3년 후에 뭔가를 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4년 후엔 정권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들이 계속 안에서 훼방을 놓으면 밑바닥 힘을 다질 시기도 얻을 수 없다. 그러니 좀 빠져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