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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백일장] 변씨이야기
게시물ID : readers_1144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릴라콩
추천 : 4
조회수 : 31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1/23 00:45:50
 옛날 김판서 댁에 있는 변씨는 하인으로 ,외양이 참으로 왜소하였다.
같이 일하는 종들은 그를 하찮게 여겨 온갖 심부름을 시키곤 하였는데 그럴 때마다 변씨는 군말 없이 그들의 부탁을 들어주곤 하였다.
여종들도 그가 만만하기는 마찬가지인 바, 하루는 덕례(여종. 20세)가 변씨를 찾았다.
그는 김판서 댁 소유의 황무지를 묵묵히 일구고있었다.  
해는 뉘엿뉘엿 저물어가고 풀벌레가 울었다. 
덕례는 변씨에게 다가가 뭐가 속삭였다. 변씨는 약간 망설이는 듯 하였으나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변씨는 손재주가 좋기로 유명하였다. 특히 나무를 깎는 일에 있어서는 이 마을에 당해낼 사람이 없었다. 
그가 깎아 낸 나무는 마치 옻칠을 한 듯 윤이 났으며 면포보다 부드럽고 도자기보다 미려했다.
변씨는 덕례가 부탁한 일을 남들 다 자는 새벽에 한 시진만에 완성했다.
 
 그 새벽 졸린눈을 비비며 변씨에게 물건을 건네 받은 덕례는 깜짝 놀랐다.
"에그머니, 이게 다 뭐야! 변씨 내가 말한건 좀 더 한손에 말아쥐기 쉽고 가느다란 거였는데 이건 너무 굵지 않아! 이런 걸 나보고 어찌 쓰란 말이야!"
그러자 변씨는 유례없이 놀라며 말했다.
"아니 나는 거시키 이리저리 하는 데 쓸 걸 만들어 달라기에 만들었구먼 이게 아니유?"
"아휴! 변씨. 그러니까 이렇게 커다란 걸 어찌 이리저리 하는 데 쓰냔 말이야 내말은! 내 이런 걸 가진 사람은 여지껏 듣도 못도 못했다고."
그제야 변씨는 알았다는 듯이 미소를 띄었다.
"아아, 미안해유. 내가 이런 부탁은 처음이라 내 걸 보고 만드는 바람에 이렇게 됐구먼유. 내 금방 다시 만들어 드릴테니 이리 줘봐유." 
갑자기 덕례의 눈빛이 변했다. 예사 눈빛이 아니었다. 둔한 변씨는 오늘따라 유난이 달빛이 밝다고 생각하고 말했다.
"그나저나 오늘은 달이 참 밝네유. 덕례씨 눈빛까정 푸르게 빛나는 걸보니 후후후." 
순박한 웃음을 짓고있는 변씨의 팔뚝에는 강물처럼 힘차게 흐르는 힘줄이 불거져있었다.
덕례는 돌연 그의 팔뚝을 거칠게 잡았다.
"변씨, 입닥치고 따라와."   
덕례의 사정없는 아귀힘에 놀란 변씨는 머리를 긁적이며 그저 끌려가며 생각했다.
'내가 뭐 잘못했는감...'
이상하게 고양이 울음소리가 많이 들리는 밤이었다.

 다음날 덕례는 누구보다 일찍일어나 아침밥을 준비하고있었다. 과연 간밤에 좋은 일이 있었는지 얼굴에는 윤기가 좌르르 흘렀다. 
덕례는 푸짐하게 상을 차리고는 몰래 변씨를 붴으로 불렀다. 변씨는 여유있는 미소를 띄며 맛있게 그릇을 비웠다. 

 변씨가 만들어준 방망이는 덕례의 마음에 쏙 들었다. 
한손에 착 감기는 그 방망이로 다듬이질을 하면 옷감이 새하얗게 잘 빨렸다.
김판서도 오늘따라 도포자락이 밝다며 기분이 좋아 듬성듬성 난 수염을 연신 쓰다듬었다. 
오늘도 김판서 댁 개울가에서는 덕례의 다듬이질 소리가 낭랑하게 울려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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