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공도 있고, 과도 있겠죠. 그런데 여러 가지 자료를 가지고도 추측만 할 뿐이지 정확이 덧셈 뺄셈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합다.
현재 총선은 승리했습니다. 이게 모두 김종인의 공이라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문재인의 공이 더 클 수 있습니다.
난 김종인이 정확하게 뭘 잘했고, 잘못했는지 재단할 능력은 없습니다.
그런데 확실해보이는 건 더민주는 이번 총선을 지금까지와 아주 다른 판에서 경쟁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판은 김종인이 깔아줬죠.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김종인의 이슈 선점 능력만큼은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능력이 너무 출중해서 지지자 뿐만 아니라 프레임 정치로 이골이 난 새누리마저도 이슈로 묻어버렸죠.
그 판 위에서 문재인이라는 인물이 더욱 빛나보였습니다.
저도 김종인의 정무적 판단에 실수가 많았다는 것에는 동의합니다. 더 크게 이길 수도 있었던 총선에서 이 정도 승리밖에 못했다는 실책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 정도 승리가 가능했던 것에 김종인이 없었으면 가능했을까라는 것에는 의문입니다. 더민주에 승리를 기대하기 시작했던 것도 김종인의 영입 이 후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그 때도 모두 김종인의 공은 아니었겠죠.)
김종인의 독단과 오만, 실책을 비판하는 건 좋습니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 김종인의 공이 없다거나 공보다 과가 많다고 확정적으로 말하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군요. (공이 과보다 크다라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공과 과의 크기를 비교하는 게 쉽지 않다는거죠. 그러니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말할 수는 있지만 그 둘 사이에 덧셈 뺄셈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로 느껴집니다.)
또 아직 확실하지 않은 김종인의 미래 행보를 미리 추측하는 것까지는 좋지만 그 추측으로 비난하는 행위도 지금은 자제해야 한다고 봅니다. 나도 김종인을 합의 추대하는 형식으로 당대표직을 맡기는 것에는 반대하지만 아직 저지르지도 않은 일에 대해 미리 비난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닙니다.
또 난 무슨 일이 있어도 문재인 전 대표를 끝까지 믿으렵니다. 혹시 내가 반대하는 일을 하더라도 지지를 거두지 않고 믿고 따라 갈 생각입니다. 하나는 내가 정치인 문재인이 아니라 인간 문재인을 믿는 까닭이고, 다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겪은 비극을 보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