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9073
박근혜 정부의 첫 예산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민주당의 예산 사령탑인 최재천 의원을 만났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경제 혁신 3개년 계획’이 예산안에서 빠져 있다고 말했다.
예산 협상은 ‘패키지 딜’이다. 여러 카드를 놓고, 내가 쥔 카드 중 상대가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탐색해가며, ‘몸값’이 가장 높을 때 내가 원하는 카드와 교환한다. 여당과 야당의 예산 사령탑은 끊임없이 카드를 주고받으며 전체 손익계산을 맞춘다.
하지만 특정 관심 분야를 주목하는 정치인이나 여론은 패키지의 한 분야만을 따로 떼어내 “왜 그 예산을 따내지 못했나”라는 불만을 갖기 쉽다. 이런 불만은 언론을 통해 증폭된다. 예산 분석 기사는 ‘누구 지역구에 얼마가 갔다’ ‘어느 지역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이 얼마였다’ ‘누구 쪽지예산이 막판에 들어갔다’ 따위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중요한 지적이지만, ‘패키지 딜’이라는 본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는 못한다.
1월8일. 민주당의 예산 사령탑을 만났다. 예산결산위원회 야당 간사인 최재천 의원이다. 정부와 여당 간사를 상대하는 협상 책임자다. 예산을 최전선에서 다룬다는 것은 세 가지 전쟁을 동시에 치르는 것과 다름없다. 정부·여당 대 야당의 전쟁, 입법부와 행정 관료의 전쟁, 그리고 야당 내의 수많은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전쟁. 막 전투를 끝냈지만 여전히 후폭풍에 시달리는 최 의원과 함께 예산 정치의 큰 그림을 복기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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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이명익 |
박근혜 정부가 짠 첫 예산안이다. 핵심 어젠다가 뭐였나?
당황스러운데, 없다. 이명박 정부 때는 ‘녹색’이라도 붙여서 왔는데, 녹색으로 포장한 토건이든 뭐든.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진짜 모르겠다. 전혀 특색이 없고, 임기 동안 어디에 돈과 인력과 조직을 투입하겠다는 목표 설정이 안 보인다. 국정 어젠다라는 창조경제도 대부분 DJ(김대중 전 대통령) 때 했던 벤처기업 창업지원 말고는 눈에 띄는 게 없다. 관료에게 그냥 위임한, 하던 대로 하겠다는 관료 예산이다. 정책적 탄력성을 잃은 예산.
돈이 없어서일까 전략이 없어서일까.
전략이 없어서다. 전략이 있으면 돈은 어떻게든 만들지. 연초 기자회견에서 나온 ‘경제 혁신 3개년 계획’, 그거 예산안에 없다. 명색이 신년 어젠다인데 정작 예산에 하나도 흔적이 없다.
민주당의 예산 어젠다는 뭐였나?
보편적 복지 예산에 집중했다. 첫째, 무상보육 국고보조율 인상. 둘째, 초·중학교 무상급식 예산 지원. 셋째, 학교 비정규직 지원. 넷째, 학교 전기요금 지원. 다섯째, 쌀 목표 가격 인상.
당황스러운데, 없다. 이명박 정부 때는 ‘녹색’이라도 붙여서 왔는데, 녹색으로 포장한 토건이든 뭐든.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진짜 모르겠다. 전혀 특색이 없고, 임기 동안 어디에 돈과 인력과 조직을 투입하겠다는 목표 설정이 안 보인다. 국정 어젠다라는 창조경제도 대부분 DJ(김대중 전 대통령) 때 했던 벤처기업 창업지원 말고는 눈에 띄는 게 없다. 관료에게 그냥 위임한, 하던 대로 하겠다는 관료 예산이다. 정책적 탄력성을 잃은 예산.돈이 없어서일까 전략이 없어서일까.전략이 없어서다. 전략이 있으면 돈은 어떻게든 만들지. 연초 기자회견에서 나온 ‘경제 혁신 3개년 계획’, 그거 예산안에 없다. 명색이 신년 어젠다인데 정작 예산에 하나도 흔적이 없다. 민주당의 예산 어젠다는 뭐였나?보편적 복지 예산에 집중했다. 첫째, 무상보육 국고보조율 인상. 둘째, 초·중학교 무상급식 예산 지원. 셋째, 학교 비정규직 지원. 넷째, 학교 전기요금 지원. 다섯째, 쌀 목표 가격 인상. | | |
ⓒ연합뉴스 지난해 12월16일 국회에서 정부 공무원들이 예산안 삭감ㆍ증액 심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
정부·여당 반응은 어땠나?
우리가 요구하는 보편 복지 예산을 새누리당은 아예 협상 테이블에 안 올려줬다. 여당의 재량권 밖이니 정부와 얘기하라는 거다. 하루 반 동안 태업을 했다. 김광림 새누리당 간사를 안 만나고 피해 다녔다. 그렇게 압박하니까 청와대, 복지부, 기획재정부, 여당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다 모여서, 보편 복지 예산 내주면 ‘딜’이 될 거냐를 논의했다. 우선순위를 정해달라고 해서 우리 복지 예산 5개를 줬다. 정부가 40~50% 주겠다는 양보안을 가져오는데, 어쨌든 의회가 정부로부터 논의 권한을 가져온 거니까 시작은 할 수 있겠더라. 본격 협상 들어가서 우리 요구 수준의 80%까지 끌어올렸다.
예산은 종합적인 정치행위인데, 정작 기사는 쪽지예산 얘기가 많다.
쪽지예산에 대한 관점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예산안에 처음부터 시민과 의회 참여가 보장된다면, 즉 재정 민주주의가 확립되어 있다면 쪽지는 필요가 없다. 재정 관료주의에 젖어 있는 예산 당국이 틀어쥐고 있어서, 예산 편성 단계에서 시민단체·지역사회·국회 의견이 봉쇄된다. 이 관료주의 프로세스에서 참여의 길이 열리는 타이밍은 마지막 예결위 한 번이다. 여당 중에서도 핵심 실세나 편성 단계부터 개입하지, 나머지는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쪽지는 예산 참여 봉쇄의 부작용이라는 관점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실세’의 쪽지예산은 단위부터 다른가?
이를테면 특정 지역에 대규모 재활병원을 지어준다. 그리고 그곳이 실세 지역구다. 얼마나 지역에 자랑하기 좋겠나. 또 다른 실세는 육상센터를 짓겠다고 쪽지를 넣는다. 그러면 전례가 생기니까 기재부도 싫어하지만 실세한테 밀려서 예결위까지 오는 거다. 못 받겠다니까 기재부 공무원 얼굴이 흑색이 되더라.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내가 막아주면 기재부도 뒤에서는 좋아한다. 실세한테는 내 핑계를 대면 되니까. 묘한 동맹이 생긴다.
우리가 요구하는 보편 복지 예산을 새누리당은 아예 협상 테이블에 안 올려줬다. 여당의 재량권 밖이니 정부와 얘기하라는 거다. 하루 반 동안 태업을 했다. 김광림 새누리당 간사를 안 만나고 피해 다녔다. 그렇게 압박하니까 청와대, 복지부, 기획재정부, 여당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다 모여서, 보편 복지 예산 내주면 ‘딜’이 될 거냐를 논의했다. 우선순위를 정해달라고 해서 우리 복지 예산 5개를 줬다. 정부가 40~50% 주겠다는 양보안을 가져오는데, 어쨌든 의회가 정부로부터 논의 권한을 가져온 거니까 시작은 할 수 있겠더라. 본격 협상 들어가서 우리 요구 수준의 80%까지 끌어올렸다.
예산은 종합적인 정치행위인데, 정작 기사는 쪽지예산 얘기가 많다.쪽지예산에 대한 관점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예산안에 처음부터 시민과 의회 참여가 보장된다면, 즉 재정 민주주의가 확립되어 있다면 쪽지는 필요가 없다. 재정 관료주의에 젖어 있는 예산 당국이 틀어쥐고 있어서, 예산 편성 단계에서 시민단체·지역사회·국회 의견이 봉쇄된다. 이 관료주의 프로세스에서 참여의 길이 열리는 타이밍은 마지막 예결위 한 번이다. 여당 중에서도 핵심 실세나 편성 단계부터 개입하지, 나머지는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쪽지는 예산 참여 봉쇄의 부작용이라는 관점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실세’의 쪽지예산은 단위부터 다른가?이를테면 특정 지역에 대규모 재활병원을 지어준다. 그리고 그곳이 실세 지역구다. 얼마나 지역에 자랑하기 좋겠나. 또 다른 실세는 육상센터를 짓겠다고 쪽지를 넣는다. 그러면 전례가 생기니까 기재부도 싫어하지만 실세한테 밀려서 예결위까지 오는 거다. 못 받겠다니까 기재부 공무원 얼굴이 흑색이 되더라.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내가 막아주면 기재부도 뒤에서는 좋아한다. 실세한테는 내 핑계를 대면 되니까. 묘한 동맹이 생긴다. | | |
ⓒ연합뉴스 지난해 12월30일 마주 앉은 양당 예결위 김광림(왼쪽 두번째)·최재천 (오른쪽 두 번째) 간사. |
관료는 합리적으로 예산을 짜는 반면 의회는 사적 이해로 합리성을 망친다는 통념이 있다.
행정 관료들도 예산 정치를 어마어마하게 한다. 기재부에 로비도 하고 파워게임도 벌인다. 그 정치의 결과물이 국회에 넘어오는 예산안이고. 행정부 쪽지예산이라는 게 있다. 행정부 내부 정치에서 밀리는 부처는, 기재부를 설득하느니 의회를 통해 예산을 살리는 게 차라리 쉽다. 이렇게 넘어오는 행정부 쪽지가 부처마다 100~200개는 된다. 같은 쪽지라도 이런 건 기사화가 안 된다. 왜? 정치혐오 정서에 호소가 안 되니까(웃음). 행정은 중립이고 정치는 사익 추구라는 관점은 현실과 다르다. 두 축의 예산 정치가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방향으로 가는 게 옳다.
여야는 어떤 식으로 협상을 주고받나?
구체적인 예를 들자. 불법 시위 참여 단체나 구성원이 집시법 처벌을 받은 단체에는 시민단체 국고보조금을 주지 않도록 해놓은 예산집행 지침이 있다. 사실상 촛불집회 참여 단체 족쇄조항이다. 이거 풀어달라고 했다. 정부 입장에선 보수단체에 박살나고 ‘위’에서 깨질 일인데 풀어주고 싶을까? 끝까지 반대했지.
무슨 카드로 따냈나?
정부 현안 중에, 박근혜 정부에서 정무장관실이 없어지면서 시민단체 보조금 지원 등 기능이 국무총리실로 넘어가는 게 있다. 예산이 5억9000만원이다. 우리가 날리려니까, 총리실이 정치적 균형 고려해서 공정하게 할 테니 남겨달라고 했다. 이게 총리실이 시민단체를 접촉할 수 있는 유일한 끈이니 무조건 지키고 싶은 거다. 그럼 이 정도 카드면 어디까지 얻을 수 있겠다 감이 온다. ‘좋다, 둘 다 시민단체 관련이니, 이거 바꿉시다’ 그렇게 딜이 이루어진다.
간사는 여러 ‘딜’ 전체의 균형을 보지만, ‘희생시키는 카드’가 된 쪽으로부터 원성도 듣겠다.
각자 가치판단과 우선순위가 다르니까 아주 불쾌해한다. 정무위에서 총리실 시민단체 예산 문제 제기했던 의원실은 바꿔먹었다고 강력하게 항의한다. 그런데 시민단체 전체를 봐야 하는 처지에서는, 총리실 개입보다 국고보조금 봉쇄 문제가 훨씬 크다고 봤다. 둘 다 이길 수는 없으니.
그래서 예산 심사가 끝나면 당내 후폭풍이 늘 큰 모양이다.
특히 SOC(사회간접자본) 예산. 전라북도는 성과가 컸다. 그런데 전남은 내 고향인데 냉정하게 했더니 서운해하신다. 엄청 두들겨 맞았다. 사회복지 예산으로 투자 안 하고 SOC로 가져가서 지역별로 배분하면 내가 정치적으로 다칠 일은 없다. 예산 간사에게는 암묵적으로 어느 정도 재량권이 있는데, 나는 내 묵시적 재량권을 보편적 복지 예산 5개에 쏟아부었다. 그런데 두 개(SOC와 복지 예산) 다 달라고 하면 정부가 동의를 안 해준다. 한정된 자원을 배분하는 선택의 문제다.
정책 예산은 보편적으로 퍼져나가는 반면 지역 예산은 확실한 수혜자가 있다. 정치적으로 보면, 지역 예산을 챙기는 것이 적을 안 만드는 길인데.
아무래도 SOC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수도권보다는 지방의 요구가 거세다. 지역 예산을 먼저 챙기는 게 정치적으로 안전하다. 타협하라는 선배들 많았다. 누가 알아줄 줄 아냐고(웃음). 그래도 이번에는 복지 예산부터 해야 한다는 당내 여론이 있었고, 을지로위원회나 정책위에서 힘을 실어줬고, 당 지도부도 그쪽으로 결정을 해줬다. 예산 끝나고 지도부가 ‘앞으로 민주당 예결위 간사는 지역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수도권 의원이 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 그 선례를 남겼다’고 평가를 해줬다. 언론이 영호남 SOC 예산 불균형 기사를 많이 쓰던데, 그것만 잘라놓고 보면 민주당이 밀린 것 같아도, 새누리당은 늘 챙기던 방식으로 챙긴 거고 우리는 복지 예산에 집중하다 보니 그런 차이가 난다.
당내에서 상처도 많이 받았겠다.
지금도 힘들다. 당내에서 제일 많이 듣는 말이, 올해 지방선거가 있는데 SOC 예산을 이렇게까지 배려 못하면, 선거 나가서 다 죽으라는 거냐 이거다.
예결위원회를 지금처럼 돌아가며 할 것이 아니라 상임위로 만들자는 주장은 어떻게 보나?
대한민국 총예산 350조원 중에서 국회가 실제로 통제권을 행사하는 건 겨우 3조6000억원 수준이다. 대단히 취약하다. 예결위가 상임위가 되면 정부가 예산을 편성하는 5월부터 국회가 개입할 수 있으니 좋은데, 정부가 안 하려고 할 거다. 국회가 예산통제권까지 행사하게 되면 정부 기능 자체가 무력화된다고 볼 것이다.
노무현 기념센터 40억원을 신설했다. 대신에 뭘 내줬나?
비밀이다(웃음). 마지막까지 감액 카드를 쥐고 있다가 빅딜을 했다. 새마을 관련 예산, DMZ 평화공원, 보훈처 관련 예산, 이런 것들 감액안을 쥐고 있다가 마지막에 우리 쪽 요구 사항이랑….
하나같이 대통령 관심 예산이다.
……(웃음).
예산 사령탑은 반대할 카드 중에서도 결국 양보할 것과 결사반대할 것 등 우선순위를 정하고 딜을 들어간다는 인상을 받는다.
협상을 거듭하며 서서히 이견을 좁혀가는 거다. 전체로 보면 합리적인 선택의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포기할 수밖에 없는 대목에 대해서는 간사가 죄송하고 또 죄송할 따름이다.
예산은 정치의 민낯이다. 과장법과 정치적 수사가 통하지 않는, 결과가 고스란히 숫자로 드러나는 전투다. 직업 정치인뿐 아니라, 관료·시민사회 등 모든 이해 당사자가 ‘예산 정치’의 참여자다.
‘중립적이고 전문성 있는’ 행정부와 ‘정치적인’ 의회의 대립이라는 통념은 그래서 어색하다. 예산으로부터 정치를 제거해 관료의 전문성을 보호하자는 주장도 설득력이 높지 않다. 그보다는 차라리, 예산을 둘러싼 이해 당사자의 정치행위가 상호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라 잘 작동하는 체제를 만들어가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
행정 관료들도 예산 정치를 어마어마하게 한다. 기재부에 로비도 하고 파워게임도 벌인다. 그 정치의 결과물이 국회에 넘어오는 예산안이고. 행정부 쪽지예산이라는 게 있다. 행정부 내부 정치에서 밀리는 부처는, 기재부를 설득하느니 의회를 통해 예산을 살리는 게 차라리 쉽다. 이렇게 넘어오는 행정부 쪽지가 부처마다 100~200개는 된다. 같은 쪽지라도 이런 건 기사화가 안 된다. 왜? 정치혐오 정서에 호소가 안 되니까(웃음). 행정은 중립이고 정치는 사익 추구라는 관점은 현실과 다르다. 두 축의 예산 정치가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방향으로 가는 게 옳다.
여야는 어떤 식으로 협상을 주고받나?구체적인 예를 들자. 불법 시위 참여 단체나 구성원이 집시법 처벌을 받은 단체에는 시민단체 국고보조금을 주지 않도록 해놓은 예산집행 지침이 있다. 사실상 촛불집회 참여 단체 족쇄조항이다. 이거 풀어달라고 했다. 정부 입장에선 보수단체에 박살나고 ‘위’에서 깨질 일인데 풀어주고 싶을까? 끝까지 반대했지. 무슨 카드로 따냈나?정부 현안 중에, 박근혜 정부에서 정무장관실이 없어지면서 시민단체 보조금 지원 등 기능이 국무총리실로 넘어가는 게 있다. 예산이 5억9000만원이다. 우리가 날리려니까, 총리실이 정치적 균형 고려해서 공정하게 할 테니 남겨달라고 했다. 이게 총리실이 시민단체를 접촉할 수 있는 유일한 끈이니 무조건 지키고 싶은 거다. 그럼 이 정도 카드면 어디까지 얻을 수 있겠다 감이 온다. ‘좋다, 둘 다 시민단체 관련이니, 이거 바꿉시다’ 그렇게 딜이 이루어진다.
간사는 여러 ‘딜’ 전체의 균형을 보지만, ‘희생시키는 카드’가 된 쪽으로부터 원성도 듣겠다.각자 가치판단과 우선순위가 다르니까 아주 불쾌해한다. 정무위에서 총리실 시민단체 예산 문제 제기했던 의원실은 바꿔먹었다고 강력하게 항의한다. 그런데 시민단체 전체를 봐야 하는 처지에서는, 총리실 개입보다 국고보조금 봉쇄 문제가 훨씬 크다고 봤다. 둘 다 이길 수는 없으니.
그래서 예산 심사가 끝나면 당내 후폭풍이 늘 큰 모양이다.특히 SOC(사회간접자본) 예산. 전라북도는 성과가 컸다. 그런데 전남은 내 고향인데 냉정하게 했더니 서운해하신다. 엄청 두들겨 맞았다. 사회복지 예산으로 투자 안 하고 SOC로 가져가서 지역별로 배분하면 내가 정치적으로 다칠 일은 없다. 예산 간사에게는 암묵적으로 어느 정도 재량권이 있는데, 나는 내 묵시적 재량권을 보편적 복지 예산 5개에 쏟아부었다. 그런데 두 개(SOC와 복지 예산) 다 달라고 하면 정부가 동의를 안 해준다. 한정된 자원을 배분하는 선택의 문제다.정책 예산은 보편적으로 퍼져나가는 반면 지역 예산은 확실한 수혜자가 있다. 정치적으로 보면, 지역 예산을 챙기는 것이 적을 안 만드는 길인데.아무래도 SOC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수도권보다는 지방의 요구가 거세다. 지역 예산을 먼저 챙기는 게 정치적으로 안전하다. 타협하라는 선배들 많았다. 누가 알아줄 줄 아냐고(웃음). 그래도 이번에는 복지 예산부터 해야 한다는 당내 여론이 있었고, 을지로위원회나 정책위에서 힘을 실어줬고, 당 지도부도 그쪽으로 결정을 해줬다. 예산 끝나고 지도부가 ‘앞으로 민주당 예결위 간사는 지역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수도권 의원이 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 그 선례를 남겼다’고 평가를 해줬다. 언론이 영호남 SOC 예산 불균형 기사를 많이 쓰던데, 그것만 잘라놓고 보면 민주당이 밀린 것 같아도, 새누리당은 늘 챙기던 방식으로 챙긴 거고 우리는 복지 예산에 집중하다 보니 그런 차이가 난다.당내에서 상처도 많이 받았겠다.지금도 힘들다. 당내에서 제일 많이 듣는 말이, 올해 지방선거가 있는데 SOC 예산을 이렇게까지 배려 못하면, 선거 나가서 다 죽으라는 거냐 이거다. 예결위원회를 지금처럼 돌아가며 할 것이 아니라 상임위로 만들자는 주장은 어떻게 보나?대한민국 총예산 350조원 중에서 국회가 실제로 통제권을 행사하는 건 겨우 3조6000억원 수준이다. 대단히 취약하다. 예결위가 상임위가 되면 정부가 예산을 편성하는 5월부터 국회가 개입할 수 있으니 좋은데, 정부가 안 하려고 할 거다. 국회가 예산통제권까지 행사하게 되면 정부 기능 자체가 무력화된다고 볼 것이다.노무현 기념센터 40억원을 신설했다. 대신에 뭘 내줬나?비밀이다(웃음). 마지막까지 감액 카드를 쥐고 있다가 빅딜을 했다. 새마을 관련 예산, DMZ 평화공원, 보훈처 관련 예산, 이런 것들 감액안을 쥐고 있다가 마지막에 우리 쪽 요구 사항이랑….하나같이 대통령 관심 예산이다.……(웃음). 예산 사령탑은 반대할 카드 중에서도 결국 양보할 것과 결사반대할 것 등 우선순위를 정하고 딜을 들어간다는 인상을 받는다. 협상을 거듭하며 서서히 이견을 좁혀가는 거다. 전체로 보면 합리적인 선택의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포기할 수밖에 없는 대목에 대해서는 간사가 죄송하고 또 죄송할 따름이다.예산은 정치의 민낯이다. 과장법과 정치적 수사가 통하지 않는, 결과가 고스란히 숫자로 드러나는 전투다. 직업 정치인뿐 아니라, 관료·시민사회 등 모든 이해 당사자가 ‘예산 정치’의 참여자다. ‘중립적이고 전문성 있는’ 행정부와 ‘정치적인’ 의회의 대립이라는 통념은 그래서 어색하다. 예산으로부터 정치를 제거해 관료의 전문성을 보호하자는 주장도 설득력이 높지 않다. 그보다는 차라리, 예산을 둘러싼 이해 당사자의 정치행위가 상호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라 잘 작동하는 체제를 만들어가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
민주당이 일 안한다고, 뭐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시는 분들
조,중,동을 비롯 메이져방송사에서 제대로 안 다뤄주는것이지 민주당의원들이 놀고먹는건 아니에요..
다 떠나서 예산심의 프로세스가 어떻게 이뤄지는지에 대해 잘 정리한 인터뷰네요.
한번씩 읽으시면 도움될 글인듯 해서 퍼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