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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내성적'인게 '찌질함'이 되어버린게 고민...
게시물ID : gomin_72580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음사과
추천 : 4
조회수 : 477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3/06/07 00:10:13

오늘 길을 걷는데 그닥 친하진 않지만 알게된 후배 한명이 다른 후배를 보면서 저에게 이러더군요

 

"저기 쟤 보이시죠? 쟤 좀 분위기 이상하지 않아요?"

"왜?"

"맨날 혼자서 있고, 술도 안마시고, 동아리 활동, 과 활동 안해요. 솔직히 좀 찌질하게 보일 때도 있고.. 놀줄 모르는거 같아요."

"뭐 나도 특별한 동아리 활동 1학년 때만 했고, 술 마시는거 별로 안좋아하고, MT 갔다가 그놈의 게임 벌칙술 억지로 마시다가 응급실 실려가고 분위기 망쳤다고 까인 뒤로는 안가는데 그럴 수도 있지. 나도 그렇게 따지면 찌질하다 야;"

 

이렇게 넘어간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찌질한' 후배하고 정말 우연찮게 같이 듣는 수업에서 같이 과제를 하게되서, 이야기를 많이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알고보니 예전에 위장에 큰 병이 생긴적이 있어서 술은 절대 마실수가 없는 상태이고,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과활동/동아리 활동 대신에 그림 배우는 학원을 (저는 생물과학과 입니다 후배들도 다 같은과) 꾸준히 다니는 중이더군요. 그림 그릴 때 행복하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린 그림들을 보여달라고 했어요. 동물들 그림들을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모양이더군요. 여러가지 강아지 고양이 말 소 거북이 햄스터 다람쥐 등 동물 그림들이 많았습니다. 제가 보기엔 꽤나 수준급이었고요. 해부학적인 구조를 수업시간 때 배우면 더 정확하게 그리는데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웃는 모습을 보면서 도대체 어디서 어떤 면모가 이 사람이 '찌질할' 수가 있는가라고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정말 이러한 오해, 낙인찍기 등이 많이 일어납니다.

 

도대체 언제서부터인지 모르겠는데,

 

내성적이고 혼자만의 취미가 있는, 다수의 사람들과 같이 하는 활동들을 선호하지 않으며, 술 마시는거 잘 못하거나, 싫어하는 사람들이 '찌질한' 사람들이 되어버렸어요.

내성적인게 좋다는건 아니지만, 사실 나쁜 건 절대 아닙니다.  

그리고 외향적인 것도 항상 좋은건 아니에요. 겪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외향적인 사람들은 항상 일을 벌리고 하는 말이 많기에 무언가를 추진을 하는데 필요하고, 그룹에 활기를 불어넣지만, 실질적인 알맹이가 부족 할 때가 많아요. 한마디로 말 많고 무슨일이든간에 일단 끼어들고 볼려는 사람들은 '내공'이 부족해서 무언가를 생산하는데 일조는 별반 못할 때가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어떠한 퀄리티 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혼자서만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해요. 결국 깊고 복잡한 사고는 혼자만의 사색의 시간이 있어야 되거든요. 퀄리티 있는 워크를 내야 할 때 많은 사람들이 혼자만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이유가 있죠.

 

그리고 구지 이러한 효율성 이나 철학적인 의미에서가 아니더라도, 혼자있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무언가 자신만의 조용한 취미를 즐기고 다수의 사람들과 왁자지껄하게 노는 것을 잘 못하는 사람들이 어떠한 문제가 있나요... 외향적인 사람들이 문제가 없듯이, 이러한 종류의 사람들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위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은 '사회성 부족한 애', 앗싸', '겉도는 애,' '이상한 애' 그리고 '찌질한 애'로 낙인 찍히기 일숩니다.

 

여기서 근데, 그런 사람들도 사람이기에 위와 같은 낙인이 찍히는 것이 두렵고 싫거든요, 그래서 억지로 그룹에 편입될려고, 못마시는 술을 무리해서 마실려고하고, 사람들과 억지로 자신이 별반 의미를 안두거나, 재미없어 하는 활동들을 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거짓된 행동은 또 '가식'으로 낙인 찍히기 일숩니다. 그래서 위와 같은 비판을 피할려다가, '무리수 두는 애' '잘 나가는 애들한테 붙을려는 애' 가 되서 또 일명 '앗싸 그룹'한테도 비판 받아버리기까지하죠.

 

사실, 사람이라는게 성격이 극단으로 치우치는 사람들은 드뭅니다. 그래서 완전 100% 외향적인 사람도 드물고요, 100% 내성적인 사람도 드뭅니다. 그래서, 이렇게 '성향'으로 서로 그룹을 만들어서 비판하고 헐뜯기 시작하면 결국엔 모두가 서로를 무서워하는 모든 사람이 루저가 되는 상황으로 치닫기 일수거든요. 남들의 시선이 두려워서 항상 내가 가지는 내성적인 성향을 보여주지 말아야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게 되니까요.  

 

초중고 때야 아직 가치관이 전혀 잡히지 않았고, 미성숙하고, 스스로의 정체성이 아직 불완전하기에, 그룹을 만들어서 스스로의 불완전성을 감출려고하고, 그러한 그룹의 결속력을 위해서 하나의 공통적인 비판대상을 만들어내는현상이 어찌보면 당연히 일어나는 나이이지요. 그래서 이러한 일이 일어나는게 이해가 되지만,

 

아니 대학교 와서도 심지어는 사회 진출한 사람들끼리도 이러한 조용한 사람을 못잡아먹어서 안달인 경우가 너무 많더군요.

 

그놈의 '찌질하다' 그 단어 조차도 듣기 싫습니다. 왜이렇게 되버린지 모르겠어요. 누구나다 자신의 능력을 잘 발휘 못하는 상황은 있기에, 누구나다 '찌질한' 순간은 있을수가 있어요. 그런데  마치 특별히 그러한 사람이 있는거마냥, 현대적인 마녀사냥을 꾸미는 일 정말 좀 줄어들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남을 비판해서 스스로가 그룹에 속해있는 사람이라고 안정성을 얻을려고하는 것은 무조건 나쁜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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