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8일, 다니던 학교를 휴학하고 기숙사 짐을 뺄때만 해도 요번 반수 성공해서 꼭 좋은대학을 가야겠다 했습니다
(사실 작년수능끝나고도 별다른 공부를 하지도 않았고 반수라고 해도 대학공부는 뒷전이고 맨날 게임만 했고 그랬습니다)
그렇게 집에 와서 독학반수를 한다는게 잘 될리가 없지요 맨날 미드보다 누워자다...
그러다 2달이 지나고 보니 제 신분은 재수생에서 그냥 백수가 되었습니다
백수가 되고 공부에 아예 흥미가 없어지니 오히려 사람이 일을하게되고 생산적이게 변했습니다.
(나 공부해야되니까 딴거 안할꺼란 생각이 없어지니까요)
집에서 일하고 배달갈꺼 가고 알바하고 하다보니 어느새 10월이 왔습니다
이렇게 어영부영살다가 이도저도 안될꺼 같아서 공군을 지원했죠
1차가 붙고 2차면접도 보고.. 그러다보니 백수가 되기전 약간이나마 공부생각이 있을때 원서를 쓴 수능이 다가오더라구요
예비소집 끝나고 그날밤 잠들때 까지만 해도 왜 환불하지 않았을까 후회가 많았습니다
평소보다 일찍 아침에 일어나서 씻고 도시락을 들고 그냥 갔습니다
작년엔 혹시나 늦으면 어쩌나 해서 30분이나 일찍갔는데 오늘은 그냥 가다보니 10분일찍 도착했습니다
교문앞에는 고마운 아주머니들께서 작년이든 올해든 변함없이 따뜻한 차를 나눠주시고 계시고
작년엔 대추차였는데 맛도 못느끼고 코로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몰랐는데
올해는 홍삼차구나.. 하면서 그냥 홀짝홀짝 마시며 시험장에 들어갔습니다
어렵네 쉽네 생각도 안하고 흥미있는 글 읽는것처럼 언어를 풀었습니다
떨리고 긴장되는게 없으니 그냥 편했습니다
수학을 치고 점심을 먹으러 나갔습니다
여기저기서 어려웠네 불수능이네 끝나고 롤하러 갈래? 시끌시끌 했습니다
오랜만에 시험느낌나니까 기분이 좋았습니다
모든 시험이 끝나고 교문밖으로 나가면서 작년과는 다르게 후련함은 덜했습니다, 아니 덜할수밖에 없었겠죠
그러나 1년전과는 다르게 한발자국 뒤에서 보니 여러생각이 들고 그럽니다
허무하기도 했고 망쳤다는 친구들이 안타깝기도 하고...
그러다 그냥 집에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