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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종의 음모
게시물ID : readers_1149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릴라콩
추천 : 0
조회수 : 498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4/01/24 00:35:46
귀족 한스씨는 의심이 많았다.
그는 항상 주변의 모두를 의심했다.
'저 놈이 내 아내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아.'
'이런이런, 내가 똥을 누는데 누군가 보는 것 같아.'
'젠장 저놈은 왜 내 마구간 앞에서 기웃거리는 거야 말도둑놈 같으니.'
'아니 저 망할 하인놈들이 풀숲 앞에 모여서 뭘 보고있는 거람. 이 놈들 또 무슨...어, 어...역시 젊은 커플들은 못 말린다니까. 나도 저렇게 정열적이던 때가 있었지.' 
의심이 많다보니 한스씨의 가족들은 물론 주변 모두가 힘들어했다. 

 하루는 시장을 걷던 한스씨가 돈주머니를 떨어뜨렸다. 
한 정직한 청년이 그것을 발견하고 돈주머니를 주워서 달아났다.
한 노인이 그 장면을 목격하고는 청년을 불러세웠다.

"이보게 자네같이 정직한 청년이 그깟 돈 몇푼에 양심을 팔아서 되겠는가. 어서 이리내게 한스씨에게 돌려주도록 하세."

청년은 얼굴이 새빨개져서 울먹이며 말했다.

"할아버지 말씀이 옳아요. 집에 병든 어머니가 계셔서 저도 모르게 돈을 훔쳐 달아날 뻔 했어요. 저는 너무 부끄러워서...할아버지가 대신 전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청년은 돈주머니를 노인에게 건넸고. 노인은 청년을 대견스럽다는 듯 쳐다보며 돈주머니를 받아들었다.

"이쯤에서 떨군 것 같은...데?"
마침 돈주머니가 없어진 것을 알아챈  한스씨가 시장바닥을 뒤지다가 돈주머니를 들고있는 노인을 발견했다.
정직한 청년은 이미 저 멀리 있었다. 왠지 뛰고 있는 것같아 보였다.
의심 많은 한스씨는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분노하여 노인을 끌고가 갖은 고문을 가했다.

 걸레짝이 된 몸둥이를 이끌고 노인은 이를 갈며 한 주술사를 찾았다.
선착장 근처에서 생선가게와 타로점을 겸하고있는 가게였다. 
생선구이를 먹으며 타로점도 볼 수 있어 일석이조였으므로 손님이 많았다.
점원이 번호표를 주었는데 앞에 12명이나 대기 중이라서 노인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노인의 차례가 왔고 그는 주술사를 은밀한 곳으로 데리고 갔다.
그는 전재산을 털어 한스씨에게 저주를 걸었다. 

"그놈의 모두가 자기 몰래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소. 젠장할. 그 밑도 끝도 없는 의심병 때문에 내가 이 꼴을 당했다우. 그놈이 바라는 모종의음모가 가득한 세상으로 보내주시오."

주술사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마음에드는 카드를 골라보라며 카드뭉치를 내밀었다.
노인이 고른 카드를 본 주술사의 입꼬리가 꿈틀, 움직였다.
"내일이면 그는 당신이 바라는 대로 될 것입니다." 
노인은 주술사의 기묘한 분위기에 압도되어 생선가게를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두려움이 좀 가시자 자꾸 웃음이 나왔다.

"ㄲ....ㄲ...꺼..ㄹ..껄껄...껄껄껄껄껄!!!!"



 다음날 한스씨는 아침 일찍 일어났다.
"후아암 잘잤다!"
뭔가 이상했다. 화려한 비단으로 만든 잠옷은 온데간데 없고 그는 상의를 탈의한 채 짚단 위에 누워있었다.
옆에는 그의 아내와 아이들이 자고있었다. 
그는 하루아침에 농사꾼이 되고 말았다. 
한스씨는 절규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누가 나에게 저주라도 한 것 같구만!"

그런데 그가 농사꾼이 된 것 외에는 모든 게 똑같았다.
생활수준이 좀 떨어진 것 외에는 특별한 불편함도 없었다.
집에는 비축해둔 식량도 많았다. 
하루는 놀고 먹으며 편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한스씨에게 아내가 말했다.

"당신, 오늘부터 모종 심어야 하는 것 알고 있죠?"

"뭐? 아, 아. 농사 말이야? 알고말고."

한스씨는 원인모를 불안감에 휩싸였으나 군말 없이 아내를 따라 논으로 갔다. 
이제와서 별일 있겠냐는 생각을 갖고 있던 한스씨는 논 주변에 잔뜩 쌓여있는 모종판을 보고 그자리에 주저 앉아버렸다.

"이...이게 대체 뭐요?"

"뭐긴요 우리가 일년 내내 먹고 살 고마운 음식이죠. 농땡이 칠 생각말고 어서 일어나서 일해요!"
아내는 우스개 소리라도 하는 듯 명랑하게 말했다.
한스씨는 새파랗게 질려 말까지 더듬었다.

"아니, 이거...혹시 그... 으...음ㅁ...."

"네 음모요. 이이는 당연한 걸 뭐 저리 심각하게 말한담. 맨날 음모 심는 날만 되면 애처럼 저런다니까. 후후 귀여워라. 얘들아 아빠가 일하기 싫어 죽겠나 보다. 오늘 일은 아빠에게 모두 맡기고 우리는 밥먹으러 가자."

네모 반듯한 모판에는 꾸불꾸불하고 거친 (한스씨가 보기에는)털이 빼곡히 자라있었다.
한스씨가 알고 있던 그것과 너무도 비슷하여 그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하지만 한스씨는 위대한 아버지였다. 그는 토끼같은 자식과 여우같은 아내를 먹여살리기 위해서 그 불결한 모종을 한 모 한모 정성스레 심어 나갔다.
한스씨의 눈가엔 어느새 눈물이 고였다.


'지금쯤 개고생하고 있겠지? 그 건방진 귀족녀석...껄껄껄. 모종의 음모가 가득한 세상에서 얼마나 잘 버티나 두고보자 흐허허허!!'
전재산을 다 털어 한스씨를 저주한 노인은 흡족해하며 오트밀죽 한 접시로 끼니를 때웠다.
그 밤 노인은 아직 한여름인데 마음 한 구석이 추운 것은 참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주린 배를 움켜쥐고는 겨우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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