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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심해지면 편하다.
게시물ID : gomin_98061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빨래통
추천 : 3
조회수 : 821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4/01/24 01:14:17

 원래 사랑의 반대는 분노가 아니라 무관심이라고 했던가.

누군가에게 일단은 관심이 있어야 기뻐하던지 슬퍼하던지 한다. 그래서 요즘 사람들은 관심을 갈구하고 SNS나 방송등을 통해서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하고 좋아요나 인정 같은 것들을 받고 싶어하는가 보다. 지금 당장도 나는 여기 오유에 글을 씀으로서 내 자신을 표현하고 있다. 익명도 하지 않고. 이렇게 사람은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한다. 이걸 잘 생각해보면 사람에게 최대의 상처를 줄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가 바로 거절 이외에도 무관심이다. 어쩌면 무관심하기 때문에 거절을 하는 것일수도 있다.

 

 무관심을 받는 것은 굉장히 괴로운 일이지만, 타인에게 무관심하다는 것은 나를 보호하고 평온을 가져다주는 아주 편리한 수단이다. 그것도 특정 개인에게 무관심한 것이 아니라 인간 전체에 대해서 무관심해진다면, 내 마음은 바람 없는 바다마냥 고요하다. 잔잔히 파도는 치고 있지만 결코 거칠어지지 않는 바다. 물론 수심 깊은 곳에는 해류가 흘러 언제든지 요동칠 준비가 되어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태풍이 불지 않으면 내 마음속은 언제나 잔잔한 바닷가로 남아있을 것이다. 요즘의 심리 상태를 추상적으로 묘사하자면 구름 없는 회색 하늘에 푸른 바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더 이상은 상처 받고 싶지 않다. 타인과의 관계뿐만이 아니더라도 나에게 상처와 시련을 주는 일들은 세상에 너무나도 많다. 하다못해 내가 어쩔 수 없는 부분에서 상처를 받고 싶지는 않다.

 

 요즘 느끼는 생각은 '난 이제 인간에게 애정이 없다.'이다. 이제 난 타인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느끼니까 더 이상 사람에 대한 가치 판단을 쉽게 하지 않게 된다. 그저 약간의 연민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이제 그것들도 곧 사라지게 될 것이다. 사라지게 만들 것이다. 나의 가치판단에 타인이 더 이상 개입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다. 요즘 세상이 인터넷도 되고 책도 많아서. 안 그랬으면 난 그냥 절에 혼자사는 스님 쯤 되었을 테니까.

 

 때때로 조별과제할 때가 생각이 난다. 사람에 대해서 끊임없는 실망을 안겨주는 조별 과제. 책임에 따른 결과가 따라오는 것이 분명해 보여도 일신의 귀찮음을 핑계로 요리조리 빠져나가고 요령을 피우는 모습들이 당연했다. 그러면서 나는 사람에게 기대하지 않는 법을 천천히 배워나갔다 보다. 또 오늘은 집에 오다가 또 대순진리회 같은 사람을 만났다. 예전에는 나를 호구로 보나 싶어서 화가 나기도 했지만, 오늘 어째 오는 길에 든 생각은 '아 환승 찍었는데, 안 늦었을까..'하는 정도의 감상 뿐이었다. 조금 놀랬다. 사람에게 차가운 것이 아니라 그냥 아예 온도 같은게 없어졌구나는 생각이 진심으로 들어버렸다.

 

 돈으로 모든 것이 통하고 사랑마저 살 수 있게 된 세상. 그렇다면 난 여기에 철저히 적응하고 살아남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아마 강신주 선생님 같은 철학자들이 보면 안쓰러워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변해가고 있는 데에는 여러 선생님들의 도움이 컸다. 솔직히 감사한 마음이다. 나보다 훨씬 인간에 대해서 고찰을 많이 해본 분들의 가르침을 받아들이지만 그것을 나는 온전히 나를 보호하는 왜곡된 방법으로 받아들였다. 세상과 인간에 대해 더 잘 알게 됨으로써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들은 예전의 삶의 방식보다 더욱 견고하다. 분명히 나는 인격적으로 불완전하고 뭐하나 잘난 것 없는 매우 약한 인간이다. 그것을 확실히 자각하고 있기 때문에 나 만의 방식으로 삶을 결정하고 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변명 같지만 그렇다.


 피곤한데 이상하게 잠 들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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