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XX에게
20살 생일을 축하해 꼬맹아♥ 내가 이 편지를 적고 있는 야심한 밤에 너는 곤히 잠들어있겠지? 잠들어 있는 모습은 분명 평소보다 더 사랑스러울 거야. 처음 만났던 꽃비 내리던 봄날에 소녀 같았던 네가 눈비 내리는 서늘한 이 계절에 어느 샌가 성숙한 아가씨가 되어서 내 옆에 있는 것을 보면 감회가 남달라. 그 긴 시간동안 우린 분명 서로가 있어서 이전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었을 거야. 그치?
맛있는 걸 즐기는 너는 최근에 몸살감기에 시달리며 피곤함을 감추지 못했지. 쓸 데 없이 건강한 내 몸과 핼쑥해진 네 모습을 비교하며 속상함을 감출 수 없었던 거 같아. 지금은 다시 건강해져 밝은 모습 보여주는 걸 보면 흐뭇한 웃음이 절로 지어지네. 이제 내일이면 우리 길지 않은 시간이나마 둘만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열차를 타고 경치 구경하며 산뜻하게 여행을 다녀오겠지. 사실 이건 내가 꼭 함께 하고 싶었던 일이라 이번에 소원 성취하게 된 거 같아 내가 더 기쁘다.
솔직히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많이 불안할 때가 있었더랬다. 늦은 밤 네가 술자리를 가진다던가, 오랫동안 연락이 되지 않는다 하면 부족한 나에 대한 관심이 식은 건 아닐까 초조했었지. 하지만 한결 같은 애정과 격려를 보내주었던 널 생각하면 행복감과 고마움으로 차오르고, 신뢰가 더해지게 되더라. 이제는 행여나 몸이 상할까 걱정할지언정 신뢰로 인해 초조함을 느끼진 않아. 사람을 올곧이 믿는다는 게 이렇게도 기쁠 수 있구나 하는 깨달음을 알게 되었어. 길을 걷다가 보면 문득 추운 겨울날씨에 자연스레 깍지 낀 손을 한 주머니에 넣고 걷는 우리. 손으로 전해지는 체온보다 더 따스한 건 손을 타고 전해지는 서로를 향한 마음이 아닐까 싶더라.
널 만나기 전까지 세월아 네월아 바람처럼 살아왔었지, 목적없이, 정처없이. 널 만나게 된 뒤에야 겨우 세상 사는 재미, 시간 가는줄 모르겠는 재미를 알 것만 같은데 시간은 무심하게 물 흐르듯 흘러가버리네. 골치 아픈 일이 있어 마음이 답답할 때면 휴대폰 사진첩 대부분을 차지한 너와의 추억이 깃든 사진들을 꺼내어 가만히 바라본다. 그 당시 행복했던 추억을 되새기고 앞으로 채우게 될 더욱 행복한 사진들을 상상하며 시름을 씻어 내려 보내지. 문득 너와 함께 할 수 있는 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느낄 때가 있어. 그럴 때는 매 순간 널 보고 싶고 안아주고 싶기만 한데 서로의 오해가 쌓여서 냉랭했던 우리 과거 시간들이 야속하기만 하네. 감히 너에게 부탁하고 싶다. 적지 않은 시간이지만 기다려주길 바란다고. 계절이 바뀌어 다음 첫눈이 내리고, 그 후에 또 다시 다음 첫눈이 내릴 무렵에 화사한 장미 꽃다발과 함께 만나러 갈게. 나 앞으로도 너 한 사람만을 위해 더 좋은 모습 더 발전하는 사람으로 곁에 남고 싶다. 다시 한 번, 태어나줘서 그리고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맙고 사랑해 XX야. 생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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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연애편지 어떨까요? 전 곧 2년간 해외유학을 다녀올 입장이고, 모레는 연인의 생일입니다. 첨언 또는 감동적인 구절이 있으면 추천 부탁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