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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소설) 화장실의 괴물
게시물ID : panic_7267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쿠밍
추천 : 23
조회수 : 2305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4/09/13 23:00:38
창석은 오늘도 술에 취해 들어갔다. 일이 일찍 끝나더라도 집에 일찍 가고 싶지 않았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10평 남짓 단칸방. 창석을 반기는 것은 꼬리를 흔들며 반기는 4달 된 강아지와 구린 냄새였다. 

그래 또 쌌구나. 

방으로 들어갔다. 몸이 기괴하게 틀어진 노인이 눈물콧물 범벅이 되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와...왔어?"

말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그 노인은 치매에 걸린 창석의 어머니였다. 창석은 한심한 눈으로 바라봤다. 창석은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었다가 이내 고개를 숙였다. 

"기어나오려고 애쓰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했잖아!"

이웃집에 방해가 될까봐 창석은 어머니의 기저귀를 갈며 나즈막한 소리로, 그러나 단호하게 말했다. 어머니는 어린아이처럼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창석도 처음부터 이렇게 살던 것은 아니었다. 비록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지만 어머니가 사업수완이 좋아 남부럽지 않게 외아들인 그를 키웠다. 그러나 창석이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할 무렵 어머니는 쓰러졌다. 몸이 약해져서 가벼운 집안일조차 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창석은 참았다. 일을 하고 일찍 퇴근을 해서 항상 어머니와 얘기를 하던 다정한 아들이었다. 어머니가 집에서 심심할까봐 강아지도 여럿 키웠었다. 하지만 회사에서 갑작스런 구조조정 통보를 받았다. 10여년간 성실하게 일한 댓가가 그것이었다. 퇴직금도 몇푼 안되는데다가 그만큼의 보수를 주는 직장도 없었다. 게다가 어머니의 병이 악화되어 병원비에 약값으로 너무 많은 돈이 들었다. 몇년간 사귀던 여자친구도 그가 신경쓰지 못하는 사이 마음이 멀어져 떠나갔다. 

큰 집을 팔고 작은 집으로 이사를 왔다. 어렵게 작은 회사에 취직을 했다. 일은 
일대로 힘들고 보수도 적었다. 게다가 어머니는 그사이 치매에 걸렸다. 

치매에 걸린 노인을 보는 것은 멀쩡한 사람도 미치게 하는 일이라는 말을 요즘 깨닫고 있었다. 단지 대소변을 받아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앵무새처럼. 기계처럼 같은 말을 반복하고 같은 행동을 하며 귀찮게 한다. 몸이 괜찮을때는 그가 퇴근하자마자 그를 집요하게 쫓아다녔다. "왔니?" 라고 물어보면서. 그가 피곤하다고 하면 침울한 표정으로 다른 방으로 갔다가 10분도 채 안되어서 다시 들어와 "왔니?" 라고 말하는 수준이었다. 다른것보다 정신적인 소모가 너무 컸다. 그나마 요즘은 몸을 가누지 못하니 그정도는 아니었지만 그 상태에도 아들을 보려고 기어나오는 통에 변이 온 집안에 묻곤 했다. 

"에이 시팔."

또 화장실 문에 다리를 베였다. 피가 꽤 많이 배어나왔다. 이상하게도 이 집의 화장실 문 모서리는 날카롭기 그지없다.  집안에 있는 문인데도 나무가 아니라 철로 만들어진데다가 마무리도 되지 않았다. 거기 뿐 아니라 집안 곳곳이 마감이 제대로 되지 않은 최악의 공간이었다. 

기저귀를 빨고 정리하고 나니 그제서야 토기가 나서 잔뜩 토했다. 자신의 처지가 너무 슬펐다. 가슴에 쌓인 한이 너무 컸다.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걸까. 어머니는 왜 치매에 걸려서 자신의 발목을 붙잡는걸까. 월급이 적고 야근이 많아도. 나이가 40에 가까워 왔더라도 적어도 어머니가 저렇게 아프지 않다면 희망은 있을텐데. 아니 아예 죽어서 없다면 좀 생활이 나아지지 않을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는 고개를 흔들며 자신의 못된생각을 부정했다. 그래 씻고 내일 출근하자. 자기가 토해낸 안주 찌꺼기를 세면대에서 치우며 그는 다짐했다. 

새벽에 깨서 화장실에 가는데 강아지가 따라왔다. 평소엔 밤에 잠만 자더니 오늘은 뭘 따라오고 그래 하면서 발로 툭 쳤다. 그때였다. 개의 상태가 이상했다. 체구에 맞지 않은 굵은 목소리로 으르렁댔다. 개의 몸에서 연기같은 것이 났다. 그리고 괴물의 형태로 변했다. 얼굴이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들의 얼굴로 차례 차례 변하며 서서히 다가왔다. 창석은 뒷걸음질쳤다. 

사람얼굴의 개라는 것 자체가 두려운 존재였지만 두렵다기보단 보기 괴롭고 불쾌했다. 그 얼굴이 전 사장, 군대 선임, 자신을 괴롭히는 직장 상사, 매정하게 자기를 버린 여자친구의 얼굴로 변하는 것이었다. 얼굴을 떠올리기도 싫은 그 사람들의 모습이 개의 얼굴에 반복해 생겼다 사라졌다. 

"그만해!"

소리치고 화장실로 들어가려 했다. 개의 얼굴이 아니 또 다른 형상의 얼굴로 변하려는 괴물의 얼굴이 화장실 문에 끼여서 문이 닫히는것을 방해했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얼굴이 마지막으로 나타낸 것은

그의 어머니였다. 

"우 와...왔니?"

매일 똑같은 말. 하루에도 10번은 더 하는 지겨운 말에 그는 분노를 느꼈었다. 그는 제정신을 유지할 수 없어서 소리를 지르며 힘을 주었다. 

"으아아."

찔꺽. 뚝

이상한 소리가 났다. 단단한 무언가가 부러지고 떨어지는 소리

눈은 감은 상태였지만 무언가 굴러서 자신의 발치에 닿은 느낌

눈을 떴다. 강아지의 목이 그의 발에 피범벅이 되어 굴러와 있었다. 

"으아아악!!"

피하며 뒷걸음질 치다가 바닥의 세숫대야를 밟고 미끄러졌다.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새소리가 들렸다. 눈은 그대로 감은 상태. 머리가 띵했다. 온 몸이 쑤셨다. 손을 더듬어 바닥 상태를 살폈다. 어제의 일이 그저 꿈이기를 바랐다. 하지만 꿈이 아니었다. 바닥은 차디찬 화장실 타일이었다. 눈을 뜨기 두려웠다. 눈을 뜨면 당장이라도 마주할 강아지의 목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을 것 같았다. 

"컹 컹."

익숙한 소리가 화장실 문밖에서 들렸다. 강아지다. 살아있다. 역시 꿈이었구나. 전날 느낀 감촉이 너무 진짜같아서 소름이 돋았었지만 역시 그건 꿈이니까. 
죄책감과 두려움을 떨쳐내고 몸을 일으키고 눈을 떴다. 

중앙 화장실 하수구쪽...
검붉게 잔뜩 액체가 고여있다. 
문쪽을 바라보았다. 검은 털이 있다. 
자세히 바라보았다. 

목이 끼여있는 상태로 고개를 푹 숙인 그것에게서 피가 계속 흐르고 있었다. 
정수리에 흰머리가 드문드문 있는 그 사람은 너무 익숙한 사람이었다. 

"허, 헉. 엄마."

일어나 문을 열었다. 어머니는 그상태로 푹 쓰러졌다. 아니 바닥으로 쳐졌다. 목은 반쯤 너덜너덜해진 상태로. 

다시 어젯밤을 떠올려보았다. 그렇다. 아직 어린 개는 새벽에 잠만 잔다. 

"왔니?"라고 물어보는 이는 그 집에서 어머니 뿐이었다. 

선한 척 하며 어머니를 모셔왔지만 미워하는 사람들 또한 많았다. 그리고 말로 표현하지 못했지만

그가 제일 미워하는건 역시

어머니였다. 

"으아악 흐흑 흑."

그상태로 그는 흐느낄 뿐이었다. 눈치없이 강아지는 컹컹대고 그를 향해 짖어대고 있었다. 







fin

by.쿠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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