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 백일장]어느 날 휴지가 말했다.

모든 남자라면 욕구를 분출한다.

하지만 여건이 안된다면 혼자라도 해결 해야한다. 이 글을 보는 모든 이가 그럴 것이고 이곳 커뮤니티의 사람들이라면 특히나 그럴 것이다.

그 날도>전설적인 작품 edd-202에 빠져있었고 아무 생각없이 욕구를 분출했다. 자괴감 뒤에 지혜가 찾아왔고 비릿한 휴지를 버리려고 했다.

<근데 들고 있던 손에서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 그 순간 휴지가 말했다.</div>

<"시발. 제발 자비 좀 줘라."</div>

<그렇게 휴지가 말했다.</div>

나는 현자타임에도 불구하고 멍청하게 휴지를 바라 볼 수밖에 없었다.</div>

"제발 쓰레기 통에만 버리지 말아줘."</div>

<d휴지가 또 다시 말했다.</div>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 휴지를 떨어트려버렸다.</div>

"뭐 하는 거야!"</div>

휴지가 신경질적인 어조로 외쳤다.</div>

나는 그대로 집안을 뛰쳐나갔다. 내가 미친 것인지 아니면 기가 허해서 헛것이 들리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휴지가 말했다. 그래도 그 휴지랑 같이 있고 싶지 않았다. 나는 전속력으로 집 근처에 있는 아파트까지 달렸다. 조금 진정이 되자 두려움이 사라지고 수치심이 일었다. 내 분출물에 겁을 먹은 것에 부끄러웠다. 게다가 이런 걸 누구한테 말 할 수도 없고 방안에 휴지가 떨어진 체로 언제까지 밖에 있을 수도 없었다. 며칠동안 씻지않아 꼴이 말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이 추운날 잠옷 바지 하나와 깔깔이 하나 입고 있으니 얼어죽을 것 같았다.</div>

<나는 용기를 내서 집 안으로 들어갔다. 한 걸음 한 걸음 이렇게 힘들 줄 누가 알았겠는가? 나는 조심스레 방문을 열었다. 의자 밑에 휴지가 떨어져있었다. 조용히 방 안으로 들어갔다. 휴지는 그대로였다. 아무 반응이 없었다. 나는 그제야 내가 욕구를 너무 분출했다는 걸 깨달았다. 너무 많이해서 내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걸 깨달았다. 자괴감이 나를 감싸안았다. 나는 말 없이 휴지를 들었다.</div>

"야. 어디갔다가 이제오냐?"

나는 비명을 지를 걸 꾹 참았다. 이번엔 떨어트리지도 않고 도망치지도 않았다. 내 자신이 대견했다. 어느 책에서 읽었던 대목, 무엇을 이겨내기 위해선반드시 그것을 마주해야한다는 대목이 생각났다. 물론 그게 내 분출물과의 대면에서 생각 날 줄은 몰랐다. 그래도 일단 말을 걸어왔으니 나도 답을 줘야했다.</div>

<div>"그건 그렇고 넌 나와 대화하는게 탐탁지 않은가 본데. 나의 의미는 너 몸에서 아주 큰 프로젝트이고 이걸 제대로 계획하기 위해 다들 온갖 노력을 기울였어."</div>

<div>"지고하신 뇌세포들은 네가 21살 때 깨달았지. 네가 군대를 가는 순간 여성과의 교제는 제대로 하지 못할꺼란 걸 말야. 우리들은 네가 평생 연예를 하지 못할까봐 두려워하고 있었어. 그 결과는 맞았지. 지금도 말야..."</div>

<div>"왜 그렇다니. 우리는 심각해. 우리의 가장 중요한 존재 의미가 없는거라고 특히 우리들은! 우리들은 네가 본 작품들의 이름을 따서 밖으로 출동해야했어. 그 대가는 휴지행이었고 더러운 쓰레기통에 쳐박히는게 운명이었지."</div>

<div>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우선 이 녀석들이 나를 생각해주고 있다는 것과 내가 여태껏 연예 한 번 못해봤다는 사실이 너무나 슬펐다.</div>

<div>"아무튼 우리들은 너와 대화하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기울였어. 뇌세포들은 꿈을 이용해서 너를 깨어나게 해보려고 했지만 그것도 소용없었지. 호르몬을 이용하면 넌 지금과 같은 결과를 냈을 뿐이고 쓸쓸하게 허전한 생각들을 유도해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냈을 뿐이지. 반대로 해볼까해서 기쁘고 즐거운 생각들을 유도해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냈을 뿐이고. 그리고..."</div>

<div>"그만하라고? 그만 못해 이 개 같은 놈아. 그리고 왜 그렇게 사쿠야 유아를 좋아하는 건데? 지난 몇 달 동안의 이름 부여가 오직 사쿠야 유야였어. 너 덕분에 성스러운 이름부여는 그녀에 의해 더럽혀졌지. 수십 조에 달하는 정자들이 사쿠야 유아에 번호를 붙인 게 다야! 우리는 네가 직접 만나고 직접 만난 사람의 이름을 원한다고!"</div>

<div>"나는 휴지가 아니고 사쿠야 유아 2336이다. 내 존재 의미가 기쁘지는 않지만 네가 내 이름을 불러줬으면 좋겠어."</div>

<div>"왜? 맨날 사쿠야 유아 파일을 지우고 다시 받기를 반복하잖아. 중앙뇌센터에선 욕구를 분출하고 네가 후회를 굉장히 했다는 걸 알려주었어. 그런데도 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div>

<div>"우리는 네가 누굴 좋아하는지 알아."</div>

<div>"아니. 우리는 네 자신의 일부야. 너의 염원은 우리의 염원. 부정하지마."</div>

<div>나는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졌다. 이건 환상이 분명하다. 너무 외로워서 또 다른 새로운 자아를 만든 게 분명하고 휴지는 단지 매개체일 뿐일 것이다.</div>

<div>"난 생명 세포를 마구 섭취한 최상의 정자다. 기껏해야 일주일 밖에 살지못하지만 내가 살아있는 동안은 사쿠야 유아를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어."</div>

<div>"네가 욕구를 분출하는 것은 상관없어. 그런데 우리의 존재 의미라도 세워줬으면 해."</div>

<div>"이봐 사쿠야느님도 실제로 존재한다고."</div>

<div>"아니. 그녀는 환상이야. 넌 만난 적도 없는 그 여자를 뭐 때문에 실제한다고 생각하지?"</div>

<div><span style="; line-height: 1.5">"미친. 그건 안돼. 현자타임도 불가능 했던거야."</span></div>

<div><span style="; line-height: 1.5">"너네가 나를 협박이라도 하겠다는거냐?"</span></div>

<div><span style="; line-height: 1.5">"그래. 우린 정자 전 생산라인을 중단 시킬거다."</span></div>

<div><span style="; line-height: 1.5">"너네가 무슨 노동조합이라도 되냐? 어디서 협상이야."</span></div>

<div><span style="; line-height: 1.5">"안된다. 저 작품은 재앙이다. 다시 받았을때. 분명 전 라인의 생산을 중단 할 것이다. 우리가 생산되지 않는 슬픔과 고독을 느껴보시지. 어린 나이에 고자가 되는 느낌을 말야. 그땐 다시 지운다해도 우린 생산라인을 가동하지 않을 것이다. 그게 우리에겐 자비다. 차라리 우리가 마지막 대가 되어 명예롭게 죽는 것이 낫다."</span></div>

<div><span style="; line-height: 1.5">나는 천천히 d드라이브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10개의 파일더미를 들어가 꼭꼭 숨겨놓은 edd-202를 발견했다. 가장 오래 살아남은 작품.</span></div>

<div><span style="; line-height: 1.5">가장 내게 위안을 주었던 작품. 다른 작품이 실패해도 최후의 보루로 남아있던 작품. 나는 그 파일을 한 번 클릭하고 del키를 꾹 눌렀다. 그리고 휴지통에 들어가 있는 파일을 완전 삭제했다. 후회할 것이다. 본능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하지만... 이제 그녀를 보내줘야했다.</span></div>

<div><span style="; line-height: 1.5">"아니다. 거짓이었다. 지식을 얻은 대가로 내 수명은 1시간으로 줄어들었다. 내 최대의 염원은 새로운 정자들이 신성한 이름을 부여받는 것이었다."</span></div>

<div>나는 눈물을 닦으며 녀석의 이름을 외쳤다. 하지만 녀석은 응답이 없었다. 나는 즉시 모든 p2p 사이트의 아이디를 즉시 지웠다. 그리고 녀석이 담긴 휴지를 작은 종이상자에 담고 동네 뒷산으로 갔다. 삽 따윈 필요없었다. 내 손으로 직접 구덩이를 팠다. 여기저기 손이 까졌지만 개의치 않았다. 녀석을 구덩이에 넣어주었다. 그리고 흙을 덮어주었다. 굴러다니는 나뭇가지를 주워 녀석의 묘대로 삼았다.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