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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엘사여왕님이 악역이었다면??
게시물ID : animation_17997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적절한오유인
추천 : 3
조회수 : 39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1/25 00:05:08
예 요즘 겨울왕국 덕분에 망상 폭발중인 오징업니다...

망상은 셀프해결이 진리지만 손이 짐승의 손인지라 그림은
임파서블 미션이구요 그나마 몇줄 께작거려 봤는데
초반부쓰고 기력이 다 달아서 뜬금없지만 평화와 공존의 애갤에 올리기로 급 마음먹었습니다. 왤까요?
여러분의 눈과 엘사여왕님을 더럽히는 거 같기도 하지만..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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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들기 시작한 무렵부터 이었을까, 나를 보는 눈이 조금씩 달라지는 걸 느꼈던 것은.

"엘사야, 항상 기억하거라. 네 힘은... 공포를 먹고 자란단다. 항상 조심, 또 조심해야만 한다..."

글쎄. 내가 가진 힘이 저주인지, 당신들께서 일찍이 겪어보지 못했던 것을 통제해야 된다는 두려움 그 자체가 저주였을지. 생각해보면 내 스스로가 이 "힘"을 두려워 했던 적이 있었을까. 내 어린 동생 안나와 재미있게 놀때는 물론이거니와, 본의 아닌 실수로 인해 동생에게 상처를 입혔을때도 내 힘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진 않았었다. 그저 어린 내 동생이 안타깝고 미안해서, 내 실수로 인해 고통 받고 있다는 사실이 두려웠을 뿐.

지금에야 이렇게 말할 수 있을정도로 당시의 나를 조금은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지만, 어린아이였던 내가 무엇을 알고, 또 무엇을 자주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을까. 부모님께서 정해주시는 대로, 방안에 틀어박혀 모든 기억을 잊어버린 내 동생의 집요한 노크가 내 감정을 뒤흔드는 것을 억지로 얼어붙게 만들어 가둬둘 수 밖에. 

지난한 세월이었다. 부모님, 내 전속시녀들, 그리고 부모님이 특별히 선임해 오신 몇몇 교사들만이 때때로 찾아오는 내 좁은 방에서 혼자 지내고 있는 시간동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공주로서의 교양과 군주로서의 덕목을 쌓는 것 이외에는 그저 서늘한 외로움이 이미 추위란 걸 느끼지 못하게 되버린 몸이 된 나조차도 견디지 못하도록 시시각각 엄습해오는 공포에 떨며 어느순간 의식을 놓고 얕게 비치는 햇빛에 억지로 눈꺼풀을 들어올리는 생활뿐이었으니. 그 감금아닌 감금생활동안 내 외로움과 지루함을 달래준 유일한 친구는 모두가 두려워하는 내 능력뿐이었다. 

처음에는 서리, 다음에는 눈, 그리고 얼음. 고맙게도 애정을 주고 노력을 하는 만큼 능력의 발전은 멈추질 않았고 작게 피어나던 눈송이가 화려한 문양의 얼음으로 변하는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 뒤가 있다는 건 느낌으로 알았지만, 작은 방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이 정도가 한계였다. 그때 처음으로, 우리를 가두고 있는 이 방안이 좁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 날"이 왔다. 우리가 자유를 쟁취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직감적으로 느꼈다. 이 기회를 놓치면 앞으로 내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기회는 영원히 오지 않을거라고.
불행 중 다행이랄지, 부모님은 이러한 상황에서조차 독대를 원하셨고, 나는 혹시나 모를 목격자를 걱정하지 않을 수 있었다. 약간의 능력을 발휘하는 것, 그 정도로 충분했다. 어디로 가시는지만 알면 어느 시점에 배의 키와 닻이 얼어붙게 만들지를 계산하는 것 정도는 내게는 너무나 쉬운 일이었다. 허무할 정도로 쉬워서 일지 이상할 정도로 죄책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배를 도저히 찾을 수 없다는 소식을 내 두 귀로 직접 전해 들었을때 조차. 이상할 정도로 나 스스로는 차갑게 얼어붙어있었다. 슬픔에 젖어 적막해진 에렌델에서 유일하게 흥분해 있는 것은 이상할 정도로 통제가 안되는 내 능력뿐이었다. 주체할 수 없는 욕망과 흥분을 이기지 못하고 그날 밤 몰래 성을 나갔다. 잠깐 사이에 도달해버린 아무도 없는 산 속에서, 이성을 잊은 채로 한계를 시험하겠다는 듯이 날뛰는 능력의 고삐를 풀어버렸다. 내 스스로를 옥죄고 있던 미약한 두려움조차도 벗어 던져버린채로.

정신을 차려보니 미명이 밝아오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가벼워진 몸을 추스르고 성에 돌아와 몸단장을 할 겸 바라본 겨울에선 처음 보는 모습의 내가 옅게 웃고 있었다. 눈을 살짝 치켜뜬 채로, 거울 속의 내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기분이 어때?"

꿈을 꾸는 것일까. 
아니, 그런게 중요한게 아니야. 
이 홀가분한 느낌. 
더 이상 방 안에서 스스로를 가두어둘 필요가 없어.
지금 껏 억눌러 왔던 모든 것들을

"Let it go."

할 수 있는 지금이 너무나도 즐거워서 웃어버렸다.
거울속의 누군가도 나를 보며 웃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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