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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옷바람 EVA(2)
게시물ID : humorbest_72709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Campo
추천 : 54
조회수 : 5100회
댓글수 : 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8/08 08:31:27
원본글 작성시간 : 2013/08/05 17:24:24

잠옷바람으로 우주로 뛰쳐나가면 어떻게 될까? 

 

2편입니다.

 

우주에는 공기라고 부를 것이 없습니다. 우주 공간이 0기압에 가깝다고 하는데, 우주의 밀도가 얼마나 낮은지 구체적으로 확인해봅시다. 

http://people.cs.umass.edu/~immerman/stanford/universe.html 

 

이 문서에 따르면, 암흑 물질을 제외한 '보이는' 물질로 계산한 우주의 밀도는 0.0000000000000000000000000003 kg /m^3 입니다. 소숫점아래로 0이 27개 입니다. 1세제곱 광년을 뒤져봅시다.

1광년은 빛이 진공상태에서 1년동안 날아간 거리이며, 9.4605284 * 10^15입니다.


계산을 해봤는데, 우주의 밀도를 조금 만만하게 본 것 같습니다. 축약단위가 아니라 숫자로 쓰니까 13포인트로 반페이지를 조금 넘기는 엄청난 양입니다. 조금 단위를 줄여봅시다. 이번엔 1천문단위(1au)입니다. 

천문단위는 태양에서 지구까지의 거리입니다. 지구는 태양 주위를 돌 때 타원형 궤도로 돌지만, 평균거리를 따져 149,597,870,700m 로 나타냅니다. (1억 5천만 킬로미터)

 

1세제곱 천문단위 안의 질량은 얼마나 될까요.

계산을 해봤더니 

1 004 378 . 692 743 224 8kg 라는 값이 나왔습니다. 백만 킬로그램은 꽤 많은 물질이지만 이걸 세제곱미터 단위로 흩어놓으면 0.0000000000000000000000000003 kg /m^3 밖에 안되죠.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밀도입니다.바로 위에 보이는 것처럼 턱없이 낮습니다. 지구 근처나 항성, 행성, 성운 등에는 조금 밀도 높은 '물질'이 있겠지만, 여전히 공기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공기가 존재하지 않기에 '기온'이라는 말은 의미가 없습니다. 우주의 온도가 정확한 표현이겠죠.

우주의 '온도'가 어느 정도인지는 몰라도, 우리가 느끼기 위해서는 피부 표면에 와닿아야 합니다.

열에너지가 다른 물질로 전달되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전도

2)대류

3)복사

 

1)전도는 물질에 직접닿은 물질이 열에너지를 전달받는 것입니다. 이 물질이란 대체로 고체물질을 말합니다. 납땜용 인두를 만져본 사람이라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2)대류는 유체 물질에 의한 열에너지 전달입니다. 대류가 전도와 다르게 분리된 이유는, 유체, 즉 물이나 공기는 열을 받으면 부피가 팽창하기 때문입니다. 부피가 팽창하면 밀도가 줄어들고, 이는 공기가 상승하게 (중력이 작용할 때 이야깁니다.) 만듭니다. 

납땜용 인두를 직접 만지지 않고 주위에 손만 갖다대도 열기가 느껴지는 것은 대류 때문입니다. 여기서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다면 '전도'가 뭔지 알 수 있겠죠.

경험상 말하는 건데, 납땜 인두를 만지면 일주일 정도 물집이 잡힙니다. 움켜잡았다면 병원치료를 받아야 할겁니다.

 

3)복사는 전자기파에 의한 열에너지 전달입니다. 전자기파는 전기장과 자기장의 변화로 생기는 파동과 유사한 에너지입니다. 전자기파에는 다음 종류가 있습니다. 파장이 긴 순서부터 파장이 짧은 순서 순으로 쓰겠습니다.

 

라디오파    적외선    가시광선    자외선    X선    감마선 (방사선이라고들 합니다.)

 

예, 그렇습니다. 빛도 전자기파고, 방사선도 전자기파고, 적외선도 전자기파입니다.

 

엔트로피로 충만한 지구가 그럭저럭 46억년동안 굴러간 이유는 태양이 지구에게 에너지를 주고, 누군가는 그 에너지를 받아 광합성을 하며, 누군가는 광합성 하는 이를 잡아먹기 때문입니다. 

지구와 태양 사이에는 1억 5000만 킬로미터의 우주와 지구의 100킬로미터짜리 대기권이 있습니다. 복사의 형태로 전달되는 태양의 빛 에너지는 이 거리를 통과하여 우리에게 따뜻한 햇볕을 즐기게 만들고, 심지어 피부를 태워 벌겋게 만들기까지 합니다. 

 

물체가 에너지를 전달받는 경우를 설명했으니, 우리의 주인공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나 다시 살펴봅시다.

윌터 무어는 지구를 도는 궤도에 있습니다. 주변에 어떤 공기도 없는 그에게는 전도도, 대류도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물론 그가 전도나 대류의 방식으로 에너지를 얻을 수도 있긴 합니다.

 

차르 폭탄이라는 수소폭탄은 현재까지 만들어진 폭탄 중 가장 강력했었습니다. 무게 27톤이고, 폭발 직후에 버섯구름이 높이 64km까지 올라갔습니다. 이 버섯구름은 폭발시 생긴 먼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먼지를 '낙진'이라고 하고, 방사성을 띈 경우 방사능이라고 합니다. 버섯구름 생성 후 낙진이 떨어지면서 비가 되어 내려야 정상인데, 차르폭탄의 경우 이게 폭발에 의한 대류로 우주공간으로 날아갔습니다.

 

운나쁘게 그 경로에 있었다면 대류와 전도를 동시에 느낄 수 있었겠죠.

 

 

어쨌든, 우주 공간에 있는 윌터 무어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오직 복사에 의한 열에너지 만을 받습니다. 태양이나 다른 항성, 블랙홀 같은 천체의 영향을 받지 않는 우주의 '온도'는 몇 도 일까요?

 

 

우주에 나간 사람은 우주에 의한 복사열을 받게 됩니다. 따라서 우주에 존재하는 복사열을 우주의 온도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주에 존재하는 복사열, 즉, 우주 배경복사가 우주의 온도입니다.


우주 배경복사에 대해 좀 더 알아봅시다.


그 기원은 다음과 같이 추정됩니다. 


빅뱅 후 38만년, 우주의 온도가 충분히 낮아지자(3000K) 전자와 원자핵이 결합을 하게 됩니다. 이 때 우주의 밀도가 낮아지고, 그 전까지는 혼탁했던 우주가 맑아지게 되며 빛(전자기파)이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때 방출된 빛이 우주 배경복사이고, 시간이 흐르자 빛은 3000K에서 현재의 2.7K까지 온도가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우주 배경복사의 온도는 2.7K입니다. 여기서 K는 켈빈온도를 가리킵니다. 0K는 에너지가 전혀 없는 상태를 가리키고, 약 섭씨 -273'C입니다.

즉, 우주의 온도는 섭씨 -270.3'C입니다.

 

 

지구 상의 온도 -270'C는 무시무시할 정도로 낮은 온도입니다. 우주의 온도가 -270.3'C이니, 사람이 밖으로 나가자마자 얼어죽을 게 뻔합니다. 여기에는 어떤 반론도 제기할 수 없습니다. 당장 액체 질소에 넣은 장미나 고무풍선이 아주 잘게 부스러지는 걸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이게 우주의 온도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고, 잘못된 인식이기도 합니다.


우선 지구의 경우부터 생각해봅시다. 우리가 일기예보를 보고, 내일 바깥 온도가 -50'C라는 걸 알게 되면 그 날은 집에서 귤이나 까먹는 날이 될 겁니다. 용감하게 밖으로 나가 편의점으로 향하는 남자를 생각해 봅시다. 지표면에 서있는 사람은 자신의 주변을 감싸고 있는 대기에 의해 끊임없이 열을 빼았깁니다. 기온이 -50'C이므로, 같은 온도의 차가운 공기가 남자의 피부에 닿고, 열에너지를 빼앗아갑니다. 이 과정에서 남자는 추위를 느끼게 됩니다. 그가 숨을 들이쉬게 된다면, 끔찍할 정도로 차가운 공기가 폐부 깊숙히 찔러들어와 열에너지를 빼앗습니다. 이것이 남자의 몸에서 주변의 공기로 1), 전도가 일어나는 과정입니다. 남자의 몸에서 열에너지를 빼앗은 공기는 부피가 팽창해 위로 상승합니다. 이것이 2), 대류입니다. 따뜻해진 공기가 위로 상승하고 그 자리는 차가운 공기가 채웁니다. 남자는 계속 열에너지를 빼앗기게 됩니다.

아, 편의점 문이 닫혔나 봅니다. 남자가 다시 집으로 돌아옵니다.

남자의 몸에서는 계속 체온에 해당하는 적외선이 방출되고 있습니다. 물론 남자가 착용한 외투나 장갑 등의 요인에 의해 방출되는 적외선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주변의 공기에서도 -50'C, 즉 223K의 복사열이 방출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3), 복사입니다.


우주공간에서는 앞서 서술했듯 전도와 대류가 전혀 일어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우주로 나간 사람, 윌터 무어는 자신의 체온에 해당하는 열을 복사의 형태로 방출하고, 이게 그가 열에너지를 잃는 전부입니다. 이를 간단히 모형화하면 이렇게 됩니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섭씨 36.5 도의 발열체가 놓여 있습니다. 주위의 온도가 0K라면, 발열체는 자신의 열량에 해당하는 열을 모두 방출하면서 차츰 식어갈 것입니다. 만약 주위에 발열체의 발열을 돕는 매질이 있다면 열 방출은 더 빨라질 것입니다. 


만약 우주가 공기로 가득 차있고, 그 공기의 온도가 -270.3K 라면 사회적 통념과 비슷한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 경우엔 밖으로 뛰쳐나가자 마자 얼어붙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가정일 뿐입니다. 실제로 우주는 공허하며, 싸늘하지만, 그 추위는 인간에게 무관심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또다른 예를 들어봅시다. 몇 년 전이었을 겁니다, '스펀지'라는 TV프로그램에서 극저온 치료실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방이 영하 110도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실험맨이 아무런 이상 없이 (물론 추위를 조금 타긴 했지만) 있을 수 있었습니다. 이 경우 주위에 공기는 있었지만, 바람이 불지는 않았고, 실험맨은 젖어 있지 않았고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열을 빼앗기긴 했지만 심각한 정도는 아니었고,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었던 것도 아니기에 살아서 나올 수 있었습니다.

 

결론은 이겁니다. 우주공간에 노출된 사람이 순식간에 얼어붙는 일은 없습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위의 결론에는 주변에 어떤 천체의 영향도 없다는 조건이 붙어있었습니다. 태양계엔, 알다시피, 태양이라는 거대한 항성이 있습니다. 이 항성에서 방출되는 빛은 지구를 덥히고, 달의 경우 태양에 노출되는 쪽은 섭씨 130도에 이를 정도로 뜨겁습니다.

우주 비행사들은 이런 강력한 태양광에 의해 시력이 손상되는 것을 막기위해 우주복 헬멧에 특수한 선글라스를 씁니다. 

사진의 금색 부분이 그 '특수 선글라스'입니다. 이 성능 좋은 물건은 태양광에 의한 화상을 방지합니다.

 

출처: 미항공우주국(NASA) 

 

 

우리의 윌터 무어는 잠옷을 사용합니다. 태양광을 쬘경우, 그는 우주 공간에서 추움보다는 오히려 뜨거움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태양광이 충분히 강력하다는 전제를 가지고 생각해보면, 사실 끔찍한 일입니다. 산소가 없어서 불이 붙지는 않겠지만, 피부를 이루는 단백질이 변성되고(화상), 잠옷을 이루는 합성수지가 피부에 눌러붙는 정도는 예상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관련 지식이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나중에 지구 궤도를 도는 날이 온다면 꼭 온도계를 지참하고 가서 결과를 알려드리죠.)

 

 

이것으로 3), 극한으로 낮은 온도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이 게시글은 3부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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