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회사 카페테리아 커피메뉴 한잔에 오백원
김밥도 한줄에 오백원
샌드위치도 오백원
전메뉴 오백원
그것도 비싸서 무조건 물만 마시고
그것도 비싸서 그냥 배고파도 꾹 참고
회사서 주는 밥만 우걱우걱
당신들이 그랬지
왜그리 사는게 빈궁하냐고
왜그리 없어보이게 사냐고
나 없이사는 놈 맞다
빈궁한 놈 맞다
나 옛날에 어릴적에 우리집 찢어지게 가난해서
쌀 살 돈이 없어서 우리 아버지...그 폭우 내리는데
큰집 뛰어가서 삼천원 빌러오던 그 아버지 모습이
삼십년 지난 아직 내 기억에 박혀서 빠지질 않거든
나만 그런 거 아니지만 없이사는 게 어떤건지 알거든
내가 오늘 커피 한잔 안먹고
내가 오늘 간식 하나 안먹으면
곧 생길 내 새끼 조금이라도 좋은 분유 먹이고
나만 보는 내 마누라 조금이라도 편케 살고
그게 가장이야
그게 아빠라는거야
큰돈 쥐여주진 못해도,
내 가슴에 뿌리내려라고
내 심장에 단단히 자리잡으라고
내 영혼 내 육신 모두 내줄 수 있는 게 가장이고 아빠라는거야
왜그리 빈궁하게 없이 사냐고
난 나 좋아서 이렇게 산다
내가 자청해서 이렇게 사는거야
지금 실컷 비웃어라
나중엔 내가 당신들 비웃고 있을거야